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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피셜 시크릿(official secrets): 양심을 선택한 내부고발자 이야기

by Boribori:3 2020. 1. 19.

 

스페인 여행갈때 12시간을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공포를 잊을 수 있게 해주었던. 그만큼 다른 거 생각 안 날 정도로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되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며 봤던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

여행갔다와서 영화 한번 더 보고 또 원작 소설까지 사서 보고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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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국이 시작하고 영국이 도운, 이라크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영화 보기 전 이라크전쟁 발발 배경에 대해 대략이라도 알고 보면 영화보고 느끼는 데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이라크전쟁 개요 . /자료-위키백과

(이라크전쟁 관련 정리글 참조링크:

2017/09/25 -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과 실제 이유 고찰.)

실화 기반의, 심지어 주인공 캐서린과 마틴 브라이트도 현재 실존인물이니-

영화같은 현실, 현실같은 영화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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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캐서린은 도청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하는 일을 하는 영국의 정보통신본부(GCHQ)에서 일하는 국가 정보부 요원.

그런데 어느날, 평소처럼 출근하여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려 하는데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온 일급 기밀내용.

NSA가 안보리(국제연합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인 앙골라, 불가리아, 카메룬, 칠레, 파키스탄, 칠레 이 6개국을 영국 정보부가 불법 도청 등 뒷조사를 하여 미국에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라는 내용이었다.

즉, 유엔의 이라크전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 UN안보리 이사국들의 약점을 알아내 이라크전쟁 '찬성'을 이끌어내려는 더러운 술책.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도 대지 못하면서 , 미국이 이라크와 합법적으로 전쟁할 수 있도록 UN의 찬성표를 끌어와야 한다는 것.

이라크전쟁의 개시를 승인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1441호 /자료-위키백과

(실제로 유엔 안보리는 만장일치 찬성으로 (결의안 제1441호) 이라크 전쟁의 개시를 승인하였다. 20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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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그것도 국가의 안보와 깊게 연관된 정보통신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공무상 습득한 내용들은 절대 직장 밖으로 발설해선 안 된다.

 그러나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낼 것이 뻔한 전쟁에 찬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내용이라면?

캐서린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자신이 행하는 일이 국가에 반하는 일이더라도 이 거짓 조작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하는 전쟁을 막는 게 옳다 생각하며 진실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결국 이 기밀을 영국의 유명 언론에 몰래 유출하여 공론화하고 -

 

얼마 후 공무상 비밀엄수법 위반죄 (Official Secrets Act)로 검찰에 기소되고 반역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다.

유죄를 인정하고 잘못을 시인하면 형벌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변호사의 말에 잠시 흔들리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념과 소신으로 내린 결정을 그대로 지키기로 결심한다.

기억에 남는 대사.

- You’re a spy. You're employed for the British authorities.
- No. I work for the British folks. I don't accumulate info in order that the federal government can misinform the British folks.

 당신은 영국 정부를 위해 고용된 스파이다- 라는 말에

'나는 영국 국민들을 위해 일하지, 정부가 국민을 속일 수 있게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캐서린.

실제 있었던 일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결론이 정해져 있기에, 재미없고 지루한 다큐느낌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우리와 전혀 다를바 없는 -평범한 캐서린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국가가 뭐라하든 중립적 자세를 지키며 사실을 알려야 할 언론사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박진감있는 스토리를 쭈욱 이끌어나간다.

비행기에서 한번도 안 쉬고 몰입해서 본 영환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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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영국 출생의 백인 여자이지만,

어릴 적 대만에서 수년간 살았었고 일본 히로시마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 있으며 남편은 쿠르드족이자 종교는 이슬람교인 피부색도 어두운 유색인종이다.  비자문제로 매주 도장을 찍으러 센터에 가는 남편- 너무 사랑하는 그이가 영국 사회 내에서 많게 적게 당했을 차별들은 , 이렇게 그녀가 살아오고 자란 환경은 그녀의 시야를, 사고를 공감능력을 좀 더 넓게 확장시켰을 것으로 짐작한다.

캐서린과 남편 야자르.

후에(캐서린이 기밀 누설을 했다는 걸 알게된 후) 영국 정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캐서린의 남편을 강제적으로 추방하려 한다. 캐서린이 무슬림들에게 사주를 받은 게 아닌가, 남편도 여기에 일조하지 않았나하면서.

내부의 곪고 곪은 문제들을 가리기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욕망을 위해 외부로 혐오를 돌리며 급기야 저쪽이 우리의 목숨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거짓 명분을 들며 전쟁을 계획하는 세력.

영화 official secret의 배경은 2003년 이라크전쟁 발발당시 시대이나,

이러한 거대권력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보니 지금도 별반 다를 게 하나 없어 보였다.

캐서린같은 양심있는 공무원들이 , 원리원칙도 중요하지만 때에 따라선 내부고발도 할 수 있는 용기있는 공무원들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물론 그러려면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먼저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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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전 터졌던 이란 실세 솔레이마니 암살사건.

(관련 사건 링크 참조 - 2020/01/09 - 트럼프의 갑작스런 이란 공격, 왜?)

이 뉴스를 보니, 미국의 이라크침공때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역사는 반복되는구나,

힘있는 자가 외치는 게 곧 법이고 논리가 되는구나 싶었다.

 

이란 실세 솔레이마니를 암살지시한 미국 트럼프대통령

이라크 사담 후세인이 수많은 인명을 학살할 수 있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증거는 도대체 어디에..?) 세계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라크를 침공하고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내었던 미국.

이라크 침공을 명한 당시 조지부시 미국대통령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 전 대통령의 결정을 비난하는 트럼프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보인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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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을 상대로 개인의 신념과 양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

불법적이며 상식 밖의 명령을 내린 국가에게 불복하는 공무원 개인에게 유죄를 줄 수 있는가?

국가 1급기밀을 외부로 유출했음에도 어쨌든 '무죄'를 선고받은 캐서린,

아마 몇년 전, 몇십년 전 우리나라 같았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해서 실종상태로 처리되거나 평생을 감방에서 썩었을 테지,, (혹은 지금도 그럴지도..)

실제 인물 마틴 브라이트와 캐서린 건.

그래도 영국이니까 저렇게 공론화하고 영화화하고 캐서린씨는 용기와 정의의 대명사가 되어 지금도 잘 살고 있지 않나..싶은 게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래서 국민에게 힘이 있는, 정부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민주사회가- 나라의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의 안위보다 전쟁을 막음으로써 살릴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부고발자, 기밀누설자가 되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캐서린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 용기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지, 그녀처럼 소신을 따를 수 있었을 것인지 계속 생각했다.

저 정도 급의 국가의 1급기밀을 유출했다간, 감옥에서 남은 평생을 살게 될 수도, 혹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을 테니. 앞으로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테니.

 

캐서린을 변호한 인권변호단 '리버티' 변호사 벤 에머슨
마틴 브라이트 기자

그리고.

캐서린이 거대한 국가권력과 상대해 이길 수 있었던 건 ,,

그녀 혼자만으론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캐서린의 뜻을 지지해주고 함께 힘을 합친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최선을 다해 그녀를 변호해준- 국가 압력으로부터 정의를 지키는 변호사가,

그녀의 편에 서 기사를 써주며 -함께 반역자로 몰릴 수 있었던 위험을 감수하며 보도해준 기자 마틴 브라이트가 있었기에.

변호사 상담받으러 가는 캐서린

 

여러 모로 생각할 점을 많이 던져주었던 영화, 오피셜시크릿.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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