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달 전 썼던,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는 죄로 고소를 당해 경찰조사를 받고 나서 쓴 글에 이어쓰는 글.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당신이 잘못한 건 없으니,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또 쓴다.
2019/02/01 - 현직 국회의원을 모욕했다고 당한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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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 김성태 단식. 이것이 바로 혼수성태의 길.
1년 전 이 블로그에 올린, 국회의원 김성태의
개인적으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내 생각을 쓴 위의 글과 관련해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었다.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적어 보내면 고소를 취하해주겠다고 하길래 그냥 조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사실 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머릿속이 많이 복잡했다.
사과문 하나 쓰면 쉽게 해결될 일인데 괜한 고집으로 계속 신경쓰이고, 관련 법적 지식이나 아는 법조인 하나 없는 내가 과연 그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도 두려웠다. 지금 현실에선 사법부도 전혀 믿을 수가 없는데 과연 공정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데 사과문에 적을 사과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이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를 해 겁을 주어 입을 막는 것인가?
국민들을 개돼지로 아는 콧대높은 뻔뻔한 오만함- 내가 그렇게도 경멸하고 비판했던 국회의원의 갑질을,
직접 당한 것이다.
이기든 지든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을- 국민이 비판한 것이 정말 고소를 당할만한 것인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많이 궁금했다.
그리고 경찰서에 가서 내가 받고있다는 혐의에 대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다.
가기 전에 여러 관련 자료들도 읽어보고, 공부하고 변호사 상담도 받고 했지만-
(도와주시기로 하셨던 서변호사님 정말 감사드려요.)
복잡한 사건도 아니고 내가 생각해서 써낸 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만 하면 될테니까 혼자, 갔다.
피의자 신분이라니.
내가 쓴 글의 한 문장 한 문장에 대해 어떤 생각으로 쓴 것인지, 어떠한 의도로 쓴 것인지, 그 글이 고소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하나하나 전부 해명(?)을 해야 했었다.
그리 긴 글도 아니었다만 조사는 2시간 이상이나 진행되었다.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사과문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왔던 것이어서,
답변할 말도 많았고 무엇보다 당당했지만
처음 겪어보는 경찰서 안 피의자 신분이라는 낯선 상황과 분위기에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다른 혐의보다 특히 모욕죄와 같은 경우엔, 수사관의 가치관 등, 주관적 판단이 기소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도 검찰에서 기소를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번 사는 인생, 지는 게임이라도 그렇게 해서 내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다면 그게 이기는 것 아닌가 - 라는 생각에 마음은 그렇게 후련하고 편할 수 없었다.
조사를 받고 나서 결과를 기다리는 몇달 동안에도 검찰 측에서 합의할 생각이 아직도 없는 것인지 되묻곤 했다. 물론 칼같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합의할 생각이 있었으면 그때 사과문 쓰고 끝냈지 지금까지 이렇게 끌고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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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전 한줄짜리 공문이 왔다.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
웬걸. 하나도 기쁘지 않았고 허탈한 웃음이 났다.
그냥 이렇게 끝이구나.
고소를 당한 억울함에 죄가 있지 않음 혹은 그건 죄가 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만약 변호사를 선임했었다면)을 들여가며 애를 써도,
이렇게 공문 한장에 끝이구나.
..형사고소를 당했을 때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재판에서 지고 처벌을 받으면 벌금은 벌금대로 내야 하지만 무엇보다 'ㅇㅇ죄'라는 빨간색 전과기록이 평생을 따라다닐 테니까.
그동안의 정신적 피해는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전과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하나로 대체되는구나.
나를 고소했던 높으신 국회의원님께선 대리인 시켜서 고소장 하나 던져놓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신경 하나 쓰지 않아도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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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주의가 기반인 우리나라엔 모든 사람에겐 표현의 자유가 주어진다.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
그런데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용인되는가?
물론,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악의적인 표현이나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
그리고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조롱등은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그런데 인격을 모독한다는 건, 명예를 훼손한다는 건,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조롱은 어디까지인가.
모욕감을 받았다는 건, 상대의 표현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느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데 말이다.
물론 일반인을 상대로 그의 행실에 대한 개인적인 부정적 감정과 생각들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그런데 상대가 국민이 나랏일을 열심히 하라고 뽑아놓은 국회의원이라면?
이 둘의 문제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그것도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던 정치적 사회적 위치가 높은 공인의 정치적 행동을,
국민이 비판하고 평가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 '모욕죄'라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며 애를 먹어야 하는 현실.
피고소인이 힘들게 무죄임을 입증했다 해도 사실 현행법과 같은 제도에선 뭐라고 따질 수가 없다.
무고죄로 맞고소를 할까 생각도 했으나, 기소가 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상대가 '어쨌든 나는 모욕감이 굉장히 많이 들었었거든!'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모욕죄에 대한 기준과 제한선이 좀 더 명확해져야 하며,
김성태 의원처럼 권력이 높은 자가 일반 시민을 상대로 쉽고 간편한 무분별한 고소장을 던질 수 없게.
고소를 당한 일반인 피고가 무죄임을 밝혀냈을 경우 고위공직자인 원고를 상대로 쉽고 빠른 맞고소를 할 수 있도록 ,
그리고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화가 나서 맞고소를 하고 싶어도 그에 관련한 법적 지식과 판단이 어렵고
생업이 있기에 하루하루 출퇴근하며 먹고살기 바쁜, 내 일상생활부터 지켜야 하는 일반인이,
이길 가능성도 희박한 법정다툼을 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하는 건 정말 어려우니까.
대처를 아무리 잘 한다 해도, 결국 수사를 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경,검찰이고 법원이니까.
이번처럼 국회의원같은 높은 권력의 공인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어이없는 고소를 당했던 사람들이,
혹은 당하고 있는, 당할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지?
나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있는 것인지, 하는 한숨이 나온다.
뭘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화가 난다.
부디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고소장 날릴 시간에 쌓여있는 민생 일에나 좀 신경쓰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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