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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알아야 할 필수상식/민형사소송

현직 국회의원을 모욕했다고 당한 고소

by Boribori:3 2019. 2. 1.

몇달 전, 전화가 왔다. 서울영등포경찰서에서.

모욕 혐의로 고소당했다고, 경찰서에 와서 조사를 받으셔야 한다고.

여태까지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고, 잠깐 과거를 회상해보았으나 그럴만한 행동을 하였다는 기억이 없었다.

하여, 요즘 유행하는 흔한 보이스피싱이나 장난전화인지 알고 전화를 끊었는데 문자가 왔다.

사이버수사팀 ㅇㅇㅇ경장이고 접수된 모욕사건이 있으니 전화달라고.

문득 궁금해져 전화번호를 조회해보니, 등록된 경찰서 전화번호가 맞았다.

 

전화를 하여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누가, 무엇 때문에 '모욕'이라며 나를 고소했는지.

알고보니 내가 전에 이 블로그에 썼던 글과 관련하여, 자유한국당 김성태 국회의원이 고소를 했다고.

2018/05/04 - 김성태 단식. 이것이 바로 혼수성태의 길.

 

그리고 경찰분께선 사과문을 a4용지 한두장분량 쓰면 고소를 취하해준다 했다고 전해주셨다.

 

사실 처음엔 조금 고민이 되었다.

고소인이 국회의원이라는 대한민국 공직자 중에서도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아는 법조인들도 많을 사람이고,

나는 이런 일을 한번도 겪어본 적 없으며 관련 법적 지식도 없는 일반인.

사건 진행해봤자 피의자로 수사받아야 하는 나만 피곤하고 신경이 쓰이지 그쪽에서는 고소장 하나 던져놓고 잊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그냥 편하게 사과문 쓰고 끝내자-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과문에 쓸 말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지?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

내가 썼던 글을 수십번 다시 읽어보았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결국.

사과문은 결국 쓰지 않기로 결심했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내 소신에 떳떳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 신분으로 내가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는 것은 29년 인생 처음이었다.

죄를 지은 게 없다고 생각해서 당당하자고 했는데 사실 조금 떨렸다.

 

조사는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수사관이 물어보는 말에 내 생각을 소신껏 답했다.

왜 이 글을 썼는지, 내가 쓴 글이 상대에게 모욕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지 등등.

글에 쓴 한문장 한문장에 대해 무슨 뜻으로 적은 것인지 대답하는데-

점점 화가 났고 억울했다.

 

그 사람의 신상과 관련한 인신공격은 전혀 없었고 욕설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그 사람의 성향이나 가치관을 헐뜯지도 않았으며 다만 그가 하는 정치적 행위를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비판한 것이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당시)라는 권력자이자 공인이, 힘없는 일반 국민이 올린 정치적 견해글을 상대로 낸 고소.

과연 정당한가?

그는 일반인이 아니라 공인이고, 나랏일을 하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 그 정도 비판은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역시 국회의원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모욕감, 허탈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무사 계엄문건 등 군 내부기밀을 폭로한 군인권센터 소장에게 '성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자는 군 개혁을 논할 자격이 없다'라고

본질을 흐리는 막말을 하며 그 소장뿐만 아니라 모든 성소수자를 모욕했던 김성태 의원.

'문 대통령은 최순실의 가장 큰 특혜수혜자이며 역량도 능력도 되지 않는 사람에게 잘못해서 정권을 내줬다'

'독단과 전횡을 일삼는 문재인 정권'

'문 대통령은 유럽회의 가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개망신당하고 영국 대통령을 만나 망신당하고 ~'

라고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그 대통령을 뽑은 지지자들을 모욕했던 김성태 의원.

 

자신이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막말 같은 비판은 정당한 비판이고,

국민이 공적인 온라인에 올린 글은 모욕이다?

그가 하는 정치적 언행들 때문에 나 역시 그에게 들어가는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모욕감을 느낀 적이 많다.

 

 

국익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다고 하나, 국익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해서 쓴 글이었다.

.

.

 

나는 내가 썼던 글과, 조사받으며 했던 모든 말에 당당하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정치인의 정치행위을 보며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 생각들을

'인터넷'이라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를 당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게 대한민국 법이라면 .

 

하고싶었던 말을 다 하니까 속이 후련하다.

사법부의 판단에 상관없이, 처벌이 어떻게 나오든 내가 했던 행동에 떳떳하기에,

이 결정과 판단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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