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쓰기에 앞서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5.18 광주민주화 항쟁에 대해 간략히라도 알고 봤으면 좋겠다.
이전에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글 링크를 공유한다.
http://boriborikim.tistory.com/71
택시운전사. 영화를 보고 나서 받은 묵직하고 선명한 감동이 선연할 때, 글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이 늦은 시간에 자판을 두드리고있다.
빈말이 아니고, 여태껏 살아오며 본 영화 중 최고 중 하나였다.
무겁고 가슴아픈 - 몇 십년 전에 분명히 일어났던 실화를 마치 실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이, 그리고 가슴 먹먹하게 이렇게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영화는 처음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저리고, 웃었다 울었다 정신이 없었다.
줄거리
민주주의를 향한 시위로 한창 뜨거운 1980년. 아내를 먼저 보내고, 11살 난 딸아이 하나를 ,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근근이 먹여살리는 , 당장 지금 살고 있는 밀린 방세(십만원)를 걱정하며 사느라 시위 같은 거엔 별 관심이 없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은, 광주-서울 왕복 택시비로 10만원을 준다는 외국인 손님을 태우게 된다. . 광주에 가까워질수록 - 그리고 광주 속으로 들어갈 수록 이 곳 밖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참혹한 현실들을 겪게 되는 만섭. 알고보니 이 외국인손님은 이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미션을 지닌 독일 유명 언론사의 기자였다. 만섭은, 생명이 위험한 이 현실을 내팽개치고 도망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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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몇 시간 떨어진 서울이 터전인 (당시 80년대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더 걸렸을 것이다.) 만섭에게 광주에서 일어나는 시위는 폭도들, 빨갱이들이 광주로 내려가 벌인 그저 폭력시위에 불과했었다. 서울 사람뿐만 아니라, 당시 광주가 아닌 다른 모든 곳에선 이 잘못된 사실을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TV 속 뉴스가, 수많은 '믿을만한' 신문의 1면 기사들이 그렇게 몰아가고 있었거든.
만섭은 그렇게 철저히 외부인, 제 3자의 입장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 현장 속으로 빠른 속도로 빨려들어간다.
그가 본 현장은, 그가 여태껏 듣고 읽어서 알아왔던 언론이 사실이라며 말하는 것과는 반대였다.
영화 초반에는 오랜만에 큰 거금을 손에 쥘 생각에 싱글벙글 콧노래 흥얼거리는 유쾌한 만섭의 모습에, 세상에 하나뿐인 딸아이를 먹여살리느라 아둥바둥하면서도 인간적 정이 있는 홀애비 만섭의 모습에서 따뜻함과 편안한 기분좋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흘러갈수록 알게 되는 잔인하고 참혹한, 말도 안되는 현실에서는 지난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속 한 페이지도 채 안되는 이 5.18 민주화항쟁으로 함께 끌려들어가게 된다.
5.18 항쟁을 이끈 사람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소시민들이었다. 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아버지들. 그들을 폭력으로 짓이기는 군인들은 총칼로 무장해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들고있지 않았다. 그래도 정의를 위해 끝까지 외쳤다.
만섭은, 잘 알지도 못하는 폭도로만 알고 있었던 시위꾼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 따뜻한 밥도, 고장난 택시 수리도, 하룻밤 신세도. 폭도인 줄 알았던 이들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택시기사들이었고 귀여운 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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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현실이 참 안타깝고 충격스러웠지만 만섭은 작은 딸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온 아버지였다. 그 아이에겐 자신이 세상 전부라는 걸 알기에- 만섭은 그 현실을 외면하고 피하려 했다. 아침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지옥같은 광주를 빠져 나온다. 딸에게로 가야지.
무겁고 참혹한 현실을 두고 그 곳을 떠나는 만섭을, 그래야 함에 짧은 시간 정들었던 사람들에게 미안함에 우는 만섭의 감정에 백퍼센트 이입되었던 것 같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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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 주제에서, 가장 심한 전라도사투리 구사지역 중 하나라는 광주에 사는 전라도 사람들의 따뜻, 아니 뜨거운 정과,
만섭의 손님인 외국인기자 힌츠페터씨와의 콩글리시 대화에서 심장이 쿵쿵- 터지며 긴장감과 스트레스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상황 속에서도 곳곳에서 웃음요소를 만나 재밌었다.
그런데 이렇게 얻은 재미가 영화 후반에선 가슴 저릿한 슬픔, 아픔이 된다...
그 시절 그 상황을 너무너무 잘 살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이번 영화 택시운전사.
1980년,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핸드폰도 없었던 그 시절 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가게 만든 택시운전사.
그 때 그렇게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싸웠던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 같은 독재자 밑에서 피골이 상접하며 살고 있었을 지도.
그래서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통해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혹은 된다는 교훈을 배우고 , 기억하고 , 생각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안위만을 위해 가만히 앉아서 , 숨어서 손가락만 물고 지켜보고 있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 절대 있을 순 없었을 것만은 분명하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억압하고 매도하려던 자들도 기억하자. 그래도 지금은 민주주의가 꽤 발달한 2017년의 대한민국이니, 지금 나처럼 이렇게 인터넷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올릴 수도 있고 SNS에 쉽고 빠르게 표현할 수도, 직접 투표에 참여해 원하는 정치인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도 있지 않은가.
특히 근현대사 역사 속의 많은 인물들은 아직까지 살아있고 지금까지 번들거리는 얼굴로 떵떵거리고 있고 심지어 이들 중 몇은 아직도 정치에 참여하고 계신다.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신경쓰지 않고 있다보면 그 남의 일이 내 일처럼 되는 건 정말 시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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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면서 가장 무서웠던 건 총칼을 들며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때려죽이던 군인들이 아니었다.
언론이었다.
사실을 못 보게 , 알 수 없게 - 아니, 아예 거짓된 조작된 허구들을 사실인 양 믿게 만드는 언론..
영화관을 나오면서 아빠께 여쭤봤다. 저 시절 18살이었고 충청북도에 살고계셨던 아빠는, 저 때 5.18 광주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냐고. 알고는 계셨냐고.
아빠는,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고,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 대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고. 단, 5.18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다 폭도 빨갱이 세력들이라고 알았다고 저 영화처럼. 아빠뿐만 아니라 아빠 주변의 모든 어른들이 이 사건에 대해 폭도들에게 죽은 군인들을 걱정하거나 이에 분노했다고 하셨다.
참 무섭다.
아무 죄 없는 사람을 극악무도한 살인자로 만들 수 있는 것도, 극악무도한 살인자를 영웅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언론.
물리적으로 가까운 범위 내의 목표물만 저격할 수 있는 총보다는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도 저격할 수 있는 펜이, 글이, 언론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그래서 소문, 믿어선 안 되고 언론도 가려가며 선별해서 읽고 볼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적폐세력인 몇 언론들 청산부터 문 정부가 시행해주셨으면 좋겠다. 적폐 청소할 게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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