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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청년경찰 후기: 열정, 집념, 진심에 대하여.

by Boribori:3 2017. 8. 16.

요즘 영화관에 꽤 자주 가는 것 같다.

오늘은 광복절이라, 오랜만에 늦잠도 자고- 해가 지도록 집안에만 있으면서 책 읽고 맛있는 거 먹고 강아지랑 놀아주고- 행복한 여유를 부리다가, 밤이 되니 기분전환하러 가족들과 영화관으로 공기를 쐬러 갔다. 영화선택은 동생이랑 엄마가 엄청 보고싶어 했던 청년경찰. 우리 엄마랑 우리 막내. 얼마 전 종영한 쌈마이웨이라는 드라마 때문에 박서준 배우에게 빠져 계신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하늘 배우가 좋아서 군말없이 보러 갔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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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년경찰은, 경찰대에 다니는 학생 두명이 불의에 대항해 힘을 합쳐 위기에 빠진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그 단계마다 있는 적들을 무찌르며 최종 보스를 향해 달려나가는 주인공 둘. 그 와중에 이 둘에게 닥치는 수많은 위험들이 심장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여느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흔히 다루고 있는 액션/친구/히어로물의 뻔해보이는 스토리와 전개.

극 초중반까진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아무생각없이 볼 수 있는 그런 상업성 코믹액션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위기가 참 얼렁뚱땅 해결되고 넘어가고 두 햇병아리 주인공들의 파워가 과장되는 걸 보면서 헛웃음이 조금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좋았다.

또한 이렇게 엄청 웃으면서 본 영화도 참 오랜만이다. 영화관이 함께 자리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영화엔 납치/실종당한 소녀들이 근처에 있음에도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며 아무 대처도 하지 않는 답답한 경찰시스템을 보여주며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스토리 속에  곳곳에 심어진 웃음요소들이 참 많다. 이걸 희열(강하늘 분)과 기준(박서준 분)이 아주 잘 살려내어 걱정이 되다가도 계속 웃음이 빵빵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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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나에게 청년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청년'하면, 젊음, 뜨거움, 두근거림, 말랑함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아직 단단하게 굳지 못한 , 작은 위협에도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말랑말랑한, 청년.

말랑거리기에 주변 상황에 쉽게 흥분하고 좌절하고 감동하는, 반응이 빠른 민감도가 높은 청년.

 

그런데 극중 청년경찰에서는 이런 의미와는 다른 류의 청년들이 많이 등장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회 속 시스템과 질서에 순응하며 - 자신에게 가해질 손해를 걱정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를 못본 척 넘어가는 친구들.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바쁜 청년들.

이 장면에서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며 던지고 싶은 메세지의 전부를 던진 것 같았다.

힘들게 들어온 경찰대학이기에- 이번 시험만 잘 넘기면 된다는 생각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모른 체 지나치게 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또 오지않을 법이란 없다. 경찰이 된 이후에도 그런 시련은 언제든 닥쳐올 것이다.

이 장면은 내게 어떠한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 목적을 갖는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경찰, 교사 같은 전문적인 일을 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그 일을 하며 얻게되는 소명감, 보람 같은 것 보다는 쉽게 해고되지 않으며 노후가 보장된다는 직업의 안정성이 크다. 그런 사람들을 욕할 순 없다. 다 먹고 살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함은 마찬가지니까. 하고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다른 공무원은 몰라도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일, 사람을 해하려는 사람을 잡아야 하는 일을 하는 경찰같은 사람들은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정해진 업무량만 해결하고 집에가면 되는 다른  많은 일들과는 달리,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일로 인해 단 몇분이 단 몇시간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수도 영영 구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인드나 소명감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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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콩무비 영상캡쳐)

이 영화 속에 계속 등장하는 '크리티컬 아워'라는 단어는 납치사건 등에서 피해자가 살해당할 확률이 높은 시간이다. 이 영화에서 크리티컬 아워는 하필 '7시간'으로 설정되었고 두 청년 희열과 기준은 소녀들을 구하며 동분서주하며 이 시간을 확인한다.

김주환 감독은 이 7시간을 두고 '최근에 많이 회자된 사건과 관련있다. 누군가를 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넣은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이겠는가.

 ...  세월호 7시간을 암시한 말일 것이다.

지난 2014년 4월, 침몰되어 가는 세월호에 타고있던 아이들의 목숨은 그 현장에 있던 선장이, 선원들, 구조당국이 재빠르게 대처했다면, 자신들의 목숨구하기에 급급해 이동하지 말라는 방송이나 내보내고.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자기들만 탈출하지만 않았다면. 그런 대참사까진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크리티컬 아워 7시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얼하고 있었는지 여전히 미스테리라는게 말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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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과 절차를 지키느라 정작 무엇보다 중요한 피해자의 꺼져가는 생명을 내버려두는 진짜 경찰들의 안락한 행동들은 사실이 아닐거라고, 그저 영화 속 픽션에 불과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물론 어떤 조직이든 절차가 있어야 돌아갈테지만 그래도 우선순위와 태도라는 것이 있다.

(사진출처-콩무비 영상캡쳐)

아무리 인력이 부족해서 피해자나 신고자를 도와줄 수 없다고 해도 그 신고를 들었을 때 이를 귀기울여 들으며 함께 걱정해주며 사건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최소한의 태도.  이런 자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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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이 시험지에 적었던 - 오답처리된 경찰수사의 세가지 , '열정, 집념, 진심'. (정답은 피해자중심 수사, 현장중심 수사, 물품중심 수사 였다.) 경찰수사에서 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나,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세가지라 생각한다.

이미 겪을 것 다 겪어봤다고 생각해 안일해져 버린, 현실에 안주하며 그것이 맞는거라 생각하는 '어른'들에게도,

답이 없어 보이는 현실 속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절망에 빠져 사는 고단한 청년들에게도,

앞만 보고 달리는 경쟁만을 배우느라  무엇이 중요하고 옳은지 생각할 시간도 없는 청소년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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