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종교영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줄거리가 흥미로워서 보러 간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아내와 딸을 누구보다 끔찍이 아끼는, 기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 중이었던 남편 리 스트로벨(이하 리). 그와 아내 모두 무신론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사랑하는 어린 딸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에, 어느 여인의 응급처치로 아이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그 여인은 자신은 오늘 다른 곳에 가려 했지만 딸이 있던 곳에 와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It’s not luck. It’s Jesus.” "라 하며 이 모든 게 예수님의 뜻이었다고 한다.
자칫하면 딸을 잃을 뻔했던 아찔한 사고에 아내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그 여인을 찾아가게 되고, 점점 신앙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아내의 이러한 변화를 인정할 수 없던, 보이는 것과 사실만을 믿는 리는, 신은 없다며 그런 길로 빠지지 말라며 설득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아내에게 분노하며 결국 자신이신이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나선다. 기독교의 가장 근본믿음인 사람이었던 예수의 부활이 거짓이라는 걸 밝혀내기 위해 성경을 포함한 관련 서적들을 읽고, 기독교계의 학자들, 역사학자, 불가지론 심리학 교수, 의학박사 등 여러 방면의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예수의 부활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으며 그 증거들은 거짓이, 위증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 줄로 간단히 요약한다면,
무신론자였던 팩트만을 믿던 기자가, 예수 부활은 거짓이라는 팩트를 밝혀내기 위해 조사하다가, 이에 실패하고 예수를 인정하게 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이전 기독교 관련 영화가, 신앙인의 입장에서 , 또는 예수나 성경인물들이 살았던 시대에 일어난 일들을 그려냈다는 점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의 부활을 과학적/역사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극히 무신론자인, 아니, 불신론자에 더 가까운 주인공의 입장에서 그려진다.
사실 이 내용과 대략적인 결말 파악은 , 영화를 보지 않아도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다. '예수는 역사다'라는 제목.
예수는 진짜 존재한다, 실존 인물이다.
그런데 이, 예수는 실존인물이라는 명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예수가 인간의 육신으로 살았을 때의 한계를 떠나,
신이 되었음을 믿고 안 믿음이 기독교 신앙인/비신앙인의 차이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예수가 죽음이란 운명을 떠날 수 없는 인간이 아닌, 신이라는 사실- 기독교의 교리는 진리라는 사실이지 않나. 그래서 왜 The case for Christ 라는 원제를 이렇게 바꿨는지 잘 모르겠다. 예수가 진짜다 라는 뉘앙스를 주기 위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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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영화의 주인공, 직업정신 투철한 무신론자 기자인 리는,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며 이러한 의구심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아니, 그는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이미 스스로 답을 정해 놓는다. 기독교에서 진리라고 말하는 것들이 아니라고 '확신'하며 이것에 대한 확답을 얻으려 한다.
예수라는 인물이 정말 존재했나? 그의 존재를 증명하는 역사적 자료들이 있나? 예수는 정말 십자가형으로 죽은 게 확실한가? 죽지 않은 걸 죽은 걸로 착각하고 , 의식이 없는 채로 무덤에 버려진게 아닌가?(7세기에 쓰여진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서도 그렇듯) 그래서 부활로 착각한거고? 그가 죽은 이후 다시 살아남을 증명하는 역사적 자료들이 있나? 그 자료들은 과연 믿을 만 한가? 아주 오래전에 쓰여져 오역/의역 등이 아주 많을 수 있는, 또한 누가 지어냈을 수 있는 성경을 어떻게 믿는가? 예수의 부활을 500명이 동시에 목격했다고 하는데 (바울이 쓴 고린도전서 15장 3~8절) 이 500명이 단체로 환상을 봤을 수도 있지 않는가? 아니면 최면에 걸렸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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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수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리, 각 질문에 대한 방면의 가장 명성있는 전문가들을 거리에 상관없이 찾아가 방문하며 인터뷰한다.
그러면서, 여느 신화나 전설이야기처럼 허구, 가설에 불과할 거라 치부했던 것들과 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란 것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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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과 중반은 매우 흥미로웠다. 나 역시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주인공이 미친듯이 답을 찾으려는 것을 보고 이에 어떻게 이 영화에서 답을 이끌어내는지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리의 의심과 갈증을 푸는데 도움을 주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들, 마음에 와닿았다.
실제 신앙이 있는 기독교인에겐 감동과 끄덕거림이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래도 다른 종교영화보다는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게, 논리적으로 신은 존재한다 , 라는 메세지를 주려고 노력한 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비기독교인의 시점에서 봤을 때도 그러할 지 의문이다.
아마 제목이 너무 크리스챤적이라,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아예 볼 생각도 안할 것 같긴 하지만.
믿음은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도 궁금증이 든다.
어떤 종교를 믿든, 그 종교의 신을 따르게 된 계기가 있을 것 아닌가.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 너무 불현듯 갑자기 온 게 아닌가 싶다.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정해진 영화 시간에 맞추려고 마지막을 대충 꾸겨넣은 듯한 느낌이랄까.
영화 속에서 불과 몇분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해서든 예수의 존재가 거짓임을 밝혀내려고 했던 주인공은 ,
갑자기 'Okay God. You win....' 하면서 별 설명도 없이 예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아내에게 가서 자신도 이제 예수님을 믿겠노라고 대뜸 말한다..
예수의 부활이 거짓이라는 걸 밝혀내는 데 실패한 것 까진 보여주는데 어떻게 그가 갑자기 그렇게 예수에 대해 확신에 차게 됐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
영화 말고 원작인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영화가 소설의 디테일함을 능가하긴 힘들겠지.
그래서 방금 원작을 주문했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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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구절들, 첨부한다.
(1)주인공 리:
The only way to Christ is through facts. Facts are our greatest weapon against tyranny, against superstition…
In times of crisis, we humans tend to seek meaning.
I won’t lose my wife and daughter to something I can’t even reason with!
How can you talk about the scientific evidence of resurrection when it’s a miracle?
(2)신부 Marquez:
The fact that I benefit from gravity doesn’t lessen the validity of its existence. Just as my dislike for mosquitos doesn’t diminish their reality.
리가 보이고 만져지지 않는 것에 대해 믿을 수 없다 하자 중력을 예로 들며 말함. 또한 무언가에 대해 믿지 않고 싫어함은 그 존재 자체를 없앨 수 없다 이런 말.
(3)의학박사 Craig:
Lee, do you want to know the truth, or is your mind already made up?... When is enough evidence enough evidence?
리, 너는 진실을 알기 원하는 거야? 네 생각은 이미 정해져 있는거 같은데? 증거가 얼마나 더 있어야 돼?
(4) 리의 아내 Leslie:
Faith is the evidence of things not seen... It’s like how I know I love you... I love you more now than I ever have.
My feelings are a valid experience. They’re real to me.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아는 것처럼. 내 감정은 실제로 존재해. (보이진 않지만)
(5) (오해를 해서 잘못 낸 자신의 기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Hicks에게 사과함)
Lee: I’m sorry. I missed the truth. I just didn’t see it. (죄송해요.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Hicks: You didn’t want to see it. (당신은 그저, 진실을 보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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