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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69

소나무 새싹처럼 뒷산에 산책가다 발견한 바위 틈새의 소나무 새싹. 여섯잎으로 다소곳이 씨앗 껍질을 떠받들고 있다. 가늘고 여린 이 새싹은 여러 계절이 지나면 딱딱한 솔방울도 데그르르 떨어뜨리는 늠름한 소나무가 되어있겠지 사시사철이 푸른. 봄이 여름이, 가을이 , 겨울이 오든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푸르게 서 있는. 2018. 11. 10.
눈뜨니 월요일 늘 그랬지만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평온하고 규칙적이던 일상이 근 열흘간은 뭐 이리 바빴는지? . 덕분에 모처럼 맞은 고요한 일요일 . 왁자지껄 신나게 토욜 밤을 함께 했던, 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던 얼굴들이 떠나고나니 더 조용해진 것만 같은 내 방.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인데. . 그래도 오랜만에 온전히 혼자있을 시간이 생겨서 내심 기뻤다. . 분명 나한텐 여러 얼굴의 인격이 존재하는 듯 하다. 혼자있는 걸 좋아하는, 여럿이 함께 어울려 시끄럽게 노는 걸 좋아하는, 종일 집에만 있으며 쉬는 게 최고라 생각하는, 어디에도 묶여있지 않고 여러곳을 떠돌며 방랑자처럼 나다니는 걸 좋아하는,, . 폭풍같던 일주일의 마무리 일요일 어제. 혼자 영화보면서 맥주 홀짝이기를 하려고 , 커피 마시며 책을 읽고 밀려있.. 2018. 10. 30.
빗소리 제일 좋아하는 시간. 빗소리까지 완벽- 2018. 10. 6.
아빠 얼굴 혼자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있는데 아빠가 들어오시더니 내 옆에 누우셨다. 같이 보자고. . 아니나다를까. 10분도 안 되어 잠에 빠지신 아빠. 새근 새근 숨소리가 아이같았다. 보던 영화를 잠시 멈추고 옆으로 돌아누워 아빠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실 처음이었다. 아빠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오래, 자세히 본 건. 까만색으로 염색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새 나온 흰머리 곱슬이들, 눈가에 주름들, 오늘 아침에 깎으신 듯한 수염. 막내가 똑닮은 얇은 입술. 까끌까끌한 수염 때문에 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오셔서 얼굴을 부비부비 하면 따가워서 질색했던 기억이 났다. 언젯적 기억인지도 가물가물. 그땐 이렇게 주름들이, 흰머리들이 없었던 것 같은데, 피부도 더 탱탱했었던 것 같은데. 기분이 이상했다. 2018. 9. 26.
추석, 명절의 의미 추석이라는 명절이 다시 돌아왔다.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가 실감하는 날, 명절. 평소에 멀리 산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보기 힘들었던 가족들, 친척들을 오랜만에 보는 날. 그런데 즐거워야 할 명절이 스트레스 폭증 원인이고, 심지어 명절 후로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게 모인 대식구들의 매 끼니를 위해서, 게다가 죽은 조상들을 위한 음식들을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리고 쌓인 설거지를 해야하는데 누구는 허리가 저리도록 일을 하고 누구는 누워서 tv나 보고있기 때문이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 보고싶지도 않았던 어색한 친척들의 오지랖에 안부라는 명분의 불편한 질문들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기독교라- 추석이나 설날때면 지낸다는 얼굴도 모르는 조상들의 성.. 2018. 9. 25.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에는 사람을 갉아먹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소모되고 닳고 해지는 느낌이다. 반복되는 경험들로 지금 강렬하게 느끼는 어떠한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질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이런 일 저런 일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을 겪다 보면 무르고 여렸던 마음도 알아서 단단해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람을 볼 때 좋은 면을 보려하고 가까워지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는데. 반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선. 이 정도까지만 ㅡ 이라는 선이 . 보이진 않는 선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이게 성장하는 건가? 싶다. 2018. 9. 23.
여름과 가을 사이의 한강 #180902, 일요일 저녁. 아끼는 친구들과 ,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의, 선선한 저녁 즈음 찾은 한강. 미세먼지가 끼지 않아 선명하게 보이는 강 건너의 풍경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이 순간을, 이 풍경을 함께하며 또 하나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혼자서 사색에 잠기기에도 좋은 곳. 참 예쁘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크고 화려한 도시에, 이 강이 없었다면 . 저 옛날 고려시대, 조선시대 사람들도 이 강을 바라보며 생각을 흘려보냈겠지 2018. 9. 3.
아이 같아진 할머니. 웬만큼 아픈 건 자식들 걱정한다고, 병원비 나간다고 꾹꾹 참으며 아픈 티도 내지 않는 할머니가, 무릎이 점점 안 좋아지셔서 밤에 아파서 잠도 못 주무시겠다고 하셨다. 가만 있어도 아프니, 일어서서 다리에 하중을 싣는 것 자체가 고통. 그런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아파서 안색이 좋지 못한 할머니 , 계속 미안하다는 말씀 뿐이다. 내가 아파서 네가 고생한다, 아픈 게 원망스럽다, 미안하다,, 아직 수술하긴 이르다고, 약 먹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그때까지 집에서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 몸조리 잘 해야 한다는 의사 . 그런데 할머니를 입원시키기로 했다. 집에 가면 움직이실게 뻔하니까. 병원비 나간다고, 약만 먹으면 괜찮을 거라고, 할아버지 밥 차려줘야 된다고 입원을 거부하시는 할머니. 아파서 끙끙대.. 2018.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