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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69

한글날, 빨간날로 되기까지. 우리 부모님은 외식을 하러 종종 나가신다. 굴비정식이나 생선회, 메기탕 같은- 집에선 요리해먹기 어렵거나 번거로운 해산물 종류 음식을 즐기시는데 가는 식당은 거의 같다. 한번 가고 맛있어서 꽂히는 곳을 다음번에도 주구장창 방문하시기 때문에 그 식당의 사장님은 물론 직원분들까지 반갑게 인사하는 단골손님. 대신 자식들과 함께 외식하는 날은 젊은층들이 즐겨 가는 식당이나 까페에 가신다. 얼마 전엔 아빠와 닭고기가 아주 풍부하게 들어간 햄버거로 유명한 맘스터치라는 곳엘 갔다. 전에 몇번 이곳 버거를 포장해왔었는데 그때 먹었던 버거가 무엇이냐며, 메뉴판을 보며 물어보셨다. '싸이버거'랑 '화이트갈릭버거' 라고 대답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셨다. (우리 부모님은 영어를 모르신다. 땡큐, 오케이, 굿바이 정도.. 2020. 10. 9.
이번 추석 9일간의 추석연휴가 지나가니 10월, 그리고 4일이다. 아침공기와 밤바람이 꽤 쌀쌀해져서 나갈 때 걸칠 옷을 챙겨야 한다. 작년 겨울. 코로나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때쯤엔 모든 게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2020년의 10월에 이르른 지금까지도 어딜가나 마스크를 쓰는 게 필수가 되었다. 이젠 영화나 드라마 속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보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딜가든 입과 코가 가려진 채 눈만 보이는 사람들. 밖에 나갈때 옷을 입는 것처럼 마스크를 걸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원래부터 이렇게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마음껏 바깥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다시 올까? 싶다. . . 이번 추석엔 친척들과 할머.. 2020. 10. 5.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를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아야 하는데/ 근래들어 제일 많이하고있는 생각이다.. 평상시 같았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표정, 말, 행동을 여봐란듯 내색하고 있다 지금 기분이 상당히 나쁘니 조심하시오 ㅡ 컨디션이 매우 저조하오니 건들지마시오 ㅡ 나의 이러한 좋지않은 기분으로 인한 더 좋지못한 태도의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나와 가까운 사람들. 이렇게 표현해도 절대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 믿는 사람들 . 오히려 그만큼 잘해야하는데 . 화를 내고 뒤돌아서면, 조금 더 상냥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이 사람이 내 가족이 아니라 친구였다면 이렇게 툭 내뱉진 않았을 텐데ㅡ 하는 후회를 한다 요즘들어 이러한 나의 공격적/ 혹은 부정적 태도의 횟수와 대상 유형이 많아지고 넓어지고 있다는 것.. 이유 없이 내는 화가 아니더라도, 상.. 2020. 8. 7.
운이 좋았던 어제들, 그리고 오늘. 사촌오빠 장인어른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다. 부산~파주. 61세의 나이에- 국토를 종단하는 마라톤대회에 참여하시다 음주차량이 덮쳐 사고를 당하셨다고 했다. 아침에 봤던 충격적인 뉴스 속 사망자 중 한명이 일주일 전에도 함께 국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던.. 사촌오빠네 가족이었던 것이다. 500km가 넘는 멀고 먼 거리를 밤낮없이, 온몸으로 뛰어내는 대회를 준비하며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고 설레어 하셨을까.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그 누가 알았을까. 많은 감정과 생각이 들었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분노와, 고인과 유족들에 대한 안타까움. 인생의 허망함. 그리고 가장 크게 든 생각. 나와 내 가족,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그제도, 어제도, 오늘 하루도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게 집.. 2020. 7. 11.
아기 참새를 줍다: 먹이주기 우리집은 산과 도보 2분거리에 있는 역세권과는 아주 반대되는 개념의. 산세권이다. 그래서 집까지 운전하고 오는 길엔 심심치 않게 철마다 산에 사는 동물들과 마주친다. 로드킬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올라오는 비탈길은 정말 조심조심 운전.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은 꿩, 고라니, 그리고 온갖 종의 쪼끄미 새들. 우리집은 지붕이 기와로 되어있는 한옥 전원주택이다. 기와집은 새들이 둥지를 만들기 좋은가보다. 날이 따뜻한 요즘은, 참새들의 번식기인지 우리집 지붕에 둥지가 최소 4개는 있는 것 같다. 퇴근하고 마당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어미새들이 열심히 벌레를 물어다 나른다. 기와 틈새 사이로. 어미새가 그 틈새 사이로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새끼새들이 시끄럽게 울어댄다. 지붕이 높아서 보이진 않지만 얼마나.. 2020. 6. 5.
감사한 일들들들들들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다! 오랜만에 잠들기전 끄적끄적. 샤워할때 따뜻한 물이 콸콸 잘나오는 것 수압도 적절히!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남미 오지의 저가 숙소들은 그러지 않은 곳들이 많아 씻지않고 버틴 기억들을 생각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회사 사람들이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 착하다는 것 (이전 직장 ㅈ팀장을 생각하면 아직도 실웃음이..) 봄비가 내린 오늘 ! 땅이 촉촉해져 풀들이 더 푸릇푸릇 자랄 수 있다는 것 탄이가 유박비료를 먹어 죽을 뻔 했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건강을 되찾은 것 최근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모두 정상으로 나온 것 아끼는 사람들 모두 어디 한 곳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 내가 사는 지역에 주짓수 도장이 있다는 것, 거기서 만난 스승님, 친구들이 좋다는 것 질리지 않.. 2020. 5. 13.
할아버지 장례식, 느낀 것들 스페인 여행 6일째.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자, 사랑하는 동생 인혜의 생일날. 유럽여행에 와서도 꼭 하루 한끼는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할 만큼 토종입맛을 자랑하는 그녀. 그런 그녀가 그날 가장 먹고 싶어하던 부대찌개와 제육볶음을 만들 재료를 사와 저녁을 먹고, 케잌과 와인을 꺼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내일의 여행계획을 이야기하며 너무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계시는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시간으론 25일 새벽 4~5시쯤 되었을 것이다. 워낙 아침에 일찍 일어나시는 아빠였기에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려고 하시나? 하고 받았는데, 할아버지가 많이 위독하시다고, 엄마- 동생들 몰래 돌아오는 비행기편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시고 끊으셨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한시간 후- 할아버.. 2019. 12. 30.
밤보단 낮 예전엔 늦은 밤에서 새벽 무렵이 좋았는데 이젠 해가 떠있는 환한 아침과 낮이 좋아졌다. 예전엔 주말이면 해 뜰 무렵에 자서 해가 중천에, 아니 그 이상 넘어갔을때까지 죽은 듯 자곤 했었는데, 이젠 아무리 새벽 늦게 잠자리에 들더라도 아침 10시 전엔 눈을 뜨게 된다. 저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만이 주는 - 인위적이지 않은 따사로움. 그 밝음이 반사되는 잔잔한 강물의 빛,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빛을 보는 게 행복하다. 주말 아침 가장 먼저 하는 일. 일어나서 쭈욱- 기지개를 펴고 마당으로 나간다.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꼬리를 미친듯이 흔들며 발가락을 핥아대는 탄이, 봉순이, 토리를 한번씩 안아주고 아이들 밥을 주며 아침 햇살을 쬔다. 좀더 추워지면 이마저도 할 수 없으니 가을이 가버리기 전 충분.. 2019.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