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운이 깊게 남는 인상적인 영화를 보게되었다. 이름하여 캡틴 판타스틱! 2016년 영환데 난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봤다. 제목만 들었을땐 자연스레 연상되는.. 캡틴 아메리카같은 화려한 히어로 액션물과는 완전 결을 달리하는 영화이다 .
-----------(스포있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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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에서(시골 마을도 아닌, 숲속이다..)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벤의 가족. 벤은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아이들을 자본주의로부터 지켜내고 자연 속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키우기 위해 산으로 이사왔다.
동물을 사냥해 고기는 먹고 남은 가죽이나 뼈는 장식품으로 쓴다. 사냥할 체력과 힘, 민첩함은 매일매일을 다함께 산을 오르내리고 서로의 급소를 노리는 대련을 함으로써 단련한다. tv와 스마트폰 대신,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악기를 연주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벤은 여섯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선생님으로,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훈련시키며 가르친다.
영화의 인상깊었던 초반 장면들은 나는 자연인이다 미국판 다큐멘터리를 연상케했다.
신체적으로만 가르치는 건 아니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으로, 단순히 줄거리를 아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여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느꼈던 점을 말할 땐 '흥미롭다'라는 단순한 말로 뭉뚱그려서도 안 된다. 생각이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기 때문.
'동화 속 허구의 요정'을 찬양한다는 크리스마스는 기념하지 않는 대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도 잘 모르는 놈 촘스키의 탄생일은 기념한다. 놈 촘스키는 12월 7일 태어난, 인권과 지성을 고양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도주의자라고 한다.
(난 이번에 첨들어봐서 실존하는 인물인가,,하고 찾아봤는데 진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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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회의 규칙이나 상식을 따르지 않는 이들 가족의 자연 속 생활에서도 아버지 벤이 정해놓은 '룰'이 있다. 단, 다른 의견이 있을시 타당한 근거를 대며 자신의 생각을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 룰은 바뀔 수 있는 융통성이 있다. 그럼으로써, 깊게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아이들은 자연스레 배운다.
영화 초반부를 보다보면 아이들과 아버지는 숲속에서 저렇게 살고있는데 엄마는 어디있는가?하고 궁금해지는 시점이 생기는데 정확히 그 시점에서 엄마가 어딨는지 알려준다.
엄마는 죽었다. 병원 치료를 위해 잠시 도시로 떠나있었던 엄마 레슬리.
벤은 자녀들에게 레슬리가 죽은 이유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한다. 산후우울증의 일종인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정신병을 앓으며 감정 기복이 심했다, 그러다 손목을 그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살했다고.
어리다고 돌려 말하지 않는다. 정확한 팩트를 전달할 뿐. 아이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며 이겨낼지는 아이들의 몫이다.
그리고 죽은 아내이자, 엄마 레슬리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벤과 아이들은 개조한 버스를 타고 도시로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미국은 나라가 하도 커 다른 도시에 운전하고 가려면 몇날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벤은 본인의 육아방식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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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화된 종교를 아주 위험한 동화이며 순진하고 무지한 이들의 맹목적 복종으로 이루어졌다며 혐오했던 레슬리의 생전 뜻을 따라 그녀를 위한 장례식을 치르고 싶은 벤과 6남매. 불교 신자(독실하진 않고 그나마 불교를 선호하는 정도)인 레슬리는 유언으로, 본인 장례식은 인생의 마지막단계인 죽음을 축하하는, 춤과 노래로 즐겁게 채워졌으면 좋겠으며 시신은 불교식 화장을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이 부분은 내 워너비장례식과 일치한다 ㅋㅋ)
그런데 실제로 그녀의 장례식은 그녀 부모님 종교(기독교)의 관습에 따라 교회에서 치러지며 그녀의 시신은 관 속에 넣어져 매장될 예정이었다. 벤과 6남매는 고인의 뜻과는 반대되는 장례를 사회적 관습이라는 이유로 행해야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고인이 살아있을때 원하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기로 한다. 남들 눈엔 이해할 수 없는 경거망동 파렴치한적 행동이라도, 내가 정말 옳다고-하고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때론 주변 시선 의식하지 말고 하는 게 성공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써(물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이 장면은 참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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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다니지 않고 아버지의 홈스쿨링으로 공부한 아이들.
첫째 보데반은 하버드, MIT등 미국 명문대학교란 대학교엔 모두 합격한다.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막내 사자는 스마트폰에 빠져사는 평범한 고등학생보다 똑똑하다.
이를 보며 벤은 본인의 육아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며 뿌듯해하지만..
산속에서 자연과 책, 아버지의 가르침만으로 자라온 아이들은,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속에서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들엔 무지하다.
장남 보데반은 좋아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창피함을 당했고, 명문대에 합격해놓고도 자본주의 교육방식을 혐오하는 아버지의 눈치를 본다. 렐리안은 너무 무리한 훈련을 시키는 아버지의 교육방식에 차차 등을 돌리고 반항한다. 베스퍼도 아버지가 준 미션을 수행하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이를 알게 된 장인 잭은 사위에게, 이건 아동학대라며 아이들을 당장 데려가겠다고 한다.
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여 끌어온 방법들이 자녀들을 망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고 돌아선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벤이 아이들을 자연속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건강한 방식으로 키우는 모습, 특히 책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요즘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들, 게임에 빠져살며 깊게 사고하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 대조되어 왜 그렇게 키우려고 하는지 이해는 갔다. 특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는 성적만을 위한 암기식, 주입식 공부,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문제를 우겨넣은 시험 등으로 경쟁만을 부추겨 정작 본인의 생각과 철학은 가질 수 없는 구조니까.
그럼에도, 어떻게보면 벤의 양육은 아이들에겐 더욱 심각한 강제적 주입식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부모가 사회와 고립된 환경에서 부모가 선정한 책들을 읽고 부모가 원하는 방향의 철학(반자본주의)을 구호처럼 외치게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세상엔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다양성을 이해하며 그걸 겪으면서 본인만의 가치관을 성립해나가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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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벤의 특이한 교육방식으로 자라온 아이들의 장단점을 보여주며 어떤 것이 옳다, 고 확정지어 말하지 않는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이 좀 더 아이들을 위해 옳은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살아야 하는지-는, 부모는 방향은 제안하고 끌어줄 순 있어도 ,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심도있는 주제를 유쾌하고 밝은 벤의 아이들이 재미있게 풀어나가 분위기가 무겁지 않은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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