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인생을 살며 그동안 봐온 드라마/영화 통틀어 탑10 안에 드는 종이의집.
영상작품 감상이 취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1인이지만, 쉽게 질려하는 성격으로 인해 대부분의 드라마, 시리즈물들은,, 질질 끈다는 느낌이 들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아무리 재밌게 봐왔어도 중간에 그만보는 습관(?)이 있어 정말 대부분이.. 결말을 알지 못한채로 기억속에 사라져갔다.
그런데 종이의집은 시즌1보단, 시즌2가, 시즌2보단 3이, 4가, 5가 좋았던. 회차가 거듭할수록 빠져드는 작품이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엄청났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빠져들어 정이 들어버렸다.
그토록 기다렸던 시즌5의 2부.. 시즌5 1부 끝났을땐 언제 12월을 기다리나-싶었었는데 정신차리니 3개월이 후다닥 지나가버렸다.
2부는 6~10화. 총 5화로 이루어졌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 맨끝장이 다가올수록 끝이라는게 아쉬워 천천히..읽고싶은 것처럼 - 한화한화 음미(?)하며 천천~히 보고싶었다. 그런데 이번 몰입감도 역시 엄청나 의도치 않게 하루만에 2부를 다 끝내버렸다.
멈출수없는 전개력 !!!!
아직까지 그 감동과 전율이 잊혀지지 않는다. 희미해지기 전에 리뷰를 남겨놔야지 싶었다.
-------------------------------------------스포 있음-------------------------------------------------
.
.
종이의집은 초능력을 가졌다거나, 돈이 많은 재벌이라거나. 알고보니 재벌 자녀나 이복남매 등 혈연관계에 반전이 있다거나. 우리 주변에선 보기힘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 혹은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불가능할 거라 느껴지는. 국가를 상대로한 강도를 인생을 걸고 저지른다.
드라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조폐국털기. 그리고 국가 은행털기.
(내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아니라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드라마 내용과 너무 찰떡인 스페인어 원작 이름 La casa de papel(직역하면 종이의 집)을 놔두고 굳이 영어이름은 Moeny Heist로 지은 거... 어감이 이렇게나 다른데!!! )
시즌1~2에선 극의 중심이 너무 대담해서 어처구니 없는 '강도'행위였다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중심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지고있는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된다. 모든 캐릭터들은 자라온 환경, 성격, 신념, 도덕성 등을 정말 완전히. 달리한다. 그런 그들이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 팀을 이루나, 역시 너무 다른 사람들이 모였기에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풀어나가는지-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극 초중반엔 가장 중심이자 돋보이는 캐릭터가 이 모든 강도를 계획하고 설계, 지시하는 팀 '리더'인 '교수'였다면 회차가 거듭할수록 무게중심이 서서히 각각의 팀원들로 자연스럽게 배분된다.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잘하고, 관심있는 분야도 0.1%도 겹치지 않으며 서로를 도통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성격도 정말 극과 극인 주인공들에게 공통점은,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 계획을 성공하기 위해선 티끌만한 작은 실수조차도 용납할 수 없기에, 가능한 모든 변수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설계하는 완벽주의자 성향의 교수조차도 여러 실수를 한다.
인질과 사랑에 빠지게 된 덴버, 자신을 납치한 그 강도와 사랑에 빠져 자신도 안정적인 직장과 미래를 다 버리고 자신도 강도가 되어버린 스톡홀름과 리스본, 작은 돈에 순간적으로 눈이 멀어 중요한 증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헬싱키, 충동적이고 다혈질 성격으로 모두를 여러번 위기에 빠뜨린 도쿄.. 그리고 그런 도쿄를 찾으려다 붙잡혀 정부의 인질이 되어버린 리우. 대장노릇을 좋아하는데 대장 안 시켜준다고 모든 계획을 망치려한 팔레르모.
개인적으로 기대감을 전혀 실망시키지 않았던 완벽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the end'같은 결말임을 대놓고 알려주는 문구는 없었지만 보기에 그냥 피날레 그 자체였다. (그래서 예상컨데 더이상.. 시즌6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한장면 한장면들이 주옥같았다. 모든 캐릭터들의 개성을 극대화시키며,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할 독창적+모든 변수를 고려해 치밀하기까지 한 작전과 고도의 지능적 심리전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다음화를 기다리기 어렵게 만드는 마성의 드라마..
.
.
사람과 사람을 가장 끈끈하게 이어주는 건 역시 서로에 대한 사랑이었다. 처음 교수가 이 팀을 결성했을 때 서로에 대한 정보를 이름조차 공유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도시 이름으로 호칭을 만들 정도로 팀의 유일한 목적은 '강도' 성공하기 정도였는데. 점점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해가며,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주인공들을 보게 된다.
조폐국 털기 성공으로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부를 얻었는데도, 일원 리우를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모인 팀원들을 보며 인류애를 많이 얻어간다. 생사를 함께하며 전우애가 싹튼 캐릭터들을 지켜보는데 나도 이 팀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정부의 돈을 털어먹으려 하는 강도들의 편에 서 응원하는 시민들(일명 달리 추종자)이 점점 많아지는 걸 보니.. 국민들 상대로 거짓말을 일삼는 언론, 정부는 한국이나 스페인이나..똑같군~싶었다.
아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개인적으로 교수랑 리스본 제외하면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가(울 교수님은 단연 1순위ㅠㅠㅠㅠ)도쿄랑 나이로비, 베를린이었는데 어쩜 딱 셋다 시즌5까지 살아남지 못해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는 것. 어떻게 정확히 젤 좋아하는 세 캐릭터가 다 죽는지.. 약간 소름돋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등장하는 과거 이야기들 덕에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는 거..ㅎ
이런 드라마. 앞으로 또 볼 수 있을까?
덱스터 이후로 처음으로 완결까지 본 시리즈물, 종이의집. 아직도 덴버만의 독특한 웃음소리가, 리우의 천진난만한 소년 미소가, 베를린과 도쿄의 저돌적인 눈빛이, 교수의 크고 깊은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는다 ㅜㅜㅜㅜ 챠오벨라 챠오벨라 챠오챠오챠오~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명장면 중 하나였던 교수와 베를린이 Bella Ciao 노래부르는 장면 링크 공유~ 몇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Bella Ciao노래는 극중 여러번 등장하는데 드라마 주제랑 잘맞는 것 같다. 독일 나치군에 대항하던 이탈리아 시민들이 자유를 갈구하며 불렀던 1940년대 저항 민중가요같은 노래라고. 범죄자한테 이렇게 감정이입한 건 덱스터 이후 처음이다.
사랑해요 종이의집..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준비: 영등포구 웨딩홀 투어...결혼 쉽지 않구나 (1) | 2022.04.27 |
---|---|
영화 캡틴 판타스틱 리뷰: 정해진 답은 없지만. (1) | 2022.01.10 |
모더나 2차: 포기하려다 8주차만에 맞다. (0) | 2021.11.20 |
모더나 1차 접종 3일차: 가슴 두근거림, 심전도 검사 후기 (4) | 2021.11.20 |
울산 대왕암 전기차충전소:대왕암공원 타워주차장 이용후기 (1) | 2021.1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