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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이 오리진스(I origins) 리뷰: 각자의 믿음에 대해서

by Boribori:3 2020. 12. 13.

 

우리 눈의 홍채는 사람마다 각각 고유한 문양, 패턴을 갖고 있어 지문처럼 생체보안방식 중 하나로 활용된다.

내 핸드폰 잠금장치 해제 역시 홍채인식.

그런데 만약, 나와 동일한 홍채를 소유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내가 태어난 해와 같은 해에 죽었던 사람이라면?

영화 아이 오리진스는 이러한 판타지적 요소를 기반으로 여러 의문을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렇다고 '환생', '윤회'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같은 특정한 가설에 대해 확정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 아니라 관객이 이러한 것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들며 접근한다.

영화는 주인공 이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Every living person on this planet has their own unique pair eyes. Each their own universe. My name is Doctor Ian Gray. I'm a father, and husband, and I'm a scientist. When I was a child, I realized that the camera was designed exactly like the human eye, taking in light through a lens, forming it into images. I began taking as many pictures of eyes as I possibly could. I'd like to tell you the story of the eyes that changed my world."

(이 세상 모든 사람은 그들만의 고유한 두 눈을 가지고 있다. 눈은 그들만의 우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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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이안은 분자생물학을 기반으로 생물들의 '눈'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논리와 이성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을 믿지 않는무신론자다. 그가 믿는 건 실험으로 증명해 낸 데이터들 뿐.

이안은 종교인이 진화론을 부정할 때 주로 이용하는 게 인체의 장기 중 가장 복잡한 '눈'이라며 눈이 진화했다는 증거를 밝혀내 신이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어느 날 밤, 파티에 간 이안은 복면 쓴 한 여성의 남들과 다르게 생긴 눈에 꽂히게 되고, 알 수 없이 끌리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 이 남녀는 첫만남에 은밀한 장소에서 육체적 관계까지 나누려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안의 말실수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나버리는데, 그래도 그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던 이안.

그러던 어느 날 , 우연과 우연이 연결되어 그녀를 정말 우연한 시각에 우연한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복권에도 11이라는 숫자로 가득
거리로 나오자 11번 버스가 타라는 듯 멈춰 섬.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한 둘. 소피는 이성적인 이안과는 달리 영적인 존재를 믿는 사람이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믿고 경험한다는 그녀의 말을, 이안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렇게 신을 부정하는 데 열중해?"

"부정? 창세기에 신이 존재했었다는 걸 누가 증명했어?"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있는 듯한 이 둘은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잦다.

그러다 어느 날, 소피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혼인신고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안은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는 카렌이라는 여자와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고,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게 된다.

그런데 아이의 홍채가.. 어떤 죽은 사람의 홍채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 과학자 부부의 삶엔 여태까지 믿어왔던 것들을 부정해야만 하는 큰 혼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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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인상깊었던 장면 속 대사들.

1. 시각이 없는 지렁이들에게 시각을 부여하려는 연구를 하고있는 이안의 실험실에서.

Sofi: How many senses do worms have? (이 벌레는 감각을 몇개 가지고 있어?)

Ian: They have two. Smell and touch. Why? (후각과 촉각 2개. 왜?)

Sofi: So... they live without any ability to see or even know about light, right? The notion of light to them is unimaginable. (그럼 얘네는 빛이라는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거네. 빛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잖아.)

Ian: Yeah. (응.)

Sofi: But we humans... we know that light exists. All around them... right on top of them... they cannot sense it. But with a little mutation, they do. Right? (그런데 우리 인간은.. 얘네들 주변에 빛이 존재함을 알잖아. 시각이 없는 벌레들은 빛이 그들 바로 위에 있지만 느낄 수 없는 것 뿐이야. 그런데 이를 조금 과학적으로 변형시키면 가능하다는 거잖아. )

Ian: Correct. (정확해.)

Sofi: So... Doctor Eye... perhaps some humans, rare humans... have mutated to have another sense. A spirit sense. And can perceive a world that is right on top of us... everywhere. Just like the light on these worms.

(그런 것처럼.. 드물지만 어떤 인간들은 다른 감각을 지닌 돌연변이로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영적 감각이나 우리 바로 위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를 느끼는 감각 같은 거. 벌레 들 바로 위의 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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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도 델리에서, 소녀를 찾는 걸 도와주는 여자가 이안에게.

Priya Varma:You know a scientist once asked the Dalai Lama, "What would you do if something scientific disproved your religious beliefs?" And he said, after much thought, "I would look at all the papers. I'd take a look at all the research and really try to understand things. And in the end, if it was clear that the scientific evidence disproved my spiritual beliefs, I would change my beliefs."

(어떤 과학자가 달라이 라마에게 물었어요.

"과학적 증거가 당신의 종교적 믿음을 부정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달라이 라마이 곰곰이 생각하고 말했어요.

"모든 연구와 모든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본 다음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 결과 과학적인 증거가 내 믿음을 부인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제 신념을 바꿀 것입니다."

Ian: That's a good answer. (좋은 대답이네요.)

Priya Varma: Ian... what would you do if something spiritual disproved your scientific beliefs?

(이안씨. 만약 영적인 어떤 것이 당신의 과학적 믿음이 틀렸음을 입증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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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죽은 소피와 어떤 소녀의 홍채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부정하는 이안.

Ian: It's a false positive, you understand? It's an error. It has to be an error. It's statistically impossible. Data point.

(이건 오류에요. 오류여야만 해요. 이건 통계상으로 불가능해요.)

Karen: If I drop this phone a thousand times, a million times... and one time, it does't fall... just once, it hovers in the air. That is an error that's worth looking at.

(만일 내가 이 전화기를 천번 떨어뜨리다면, 아니 백만번 떨어뜨리는데 한번이라도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일이 생긴다면. 오류겠죠 .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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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

7년전 불의의 사고로 하늘로 떠나보낸 죽은 소피의 특이한 홍채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홍채를 가진 소녀를 찾는데 결국 성공한 이안.

환생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은, 통계적으로 의미없는 결과(44%)가 나오며 실패한다.

그럼에도, 이안은 그 소녀가 소피의 환생이라는 것을 믿게 된다. 과학적으론 증명해낼 수 없는 상황에 의해, 그가 예전엔 웃어 넘겨왔던 '직감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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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불필요하게 보이는 몇몇 장면들이 거슬렸으나 (가령.. 소피가 죽는 엘레베이터 사고 장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종교, 물질과 영적 세계에 대해서 내가 믿는 것들에 대해 곱씹어보게 만드는,

이를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올곧게 믿고있는, 무언가에 대한 강한 믿음에 대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그 믿음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듣거나 경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과 장면 장면들 속 흘러난오는 음악들도 취향저격.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

처음엔 왜 영화 제목이 'eye'가 아닌 'i'인지 궁금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면 알 수 있다.  

눈의 기원(Eye Origins)을 연구하던 한 과학자가, 자신에 대해 깨우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기에.  

 

앞으로 사람을 볼때 눈을 더 자세히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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