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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조국 임명 강행을 환영하는 이유

by Boribori:3 2019. 9. 10.

최근 한달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이하 조국)의 뉴스로 온 포털사이트가 도배되었다.

평소 조국을 좋아했고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마음이 많이 심란하고 착잡했다.

하루가 머다하고 생겨나는 셀수없는 기사들을 보고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후보자 지명 이후 조국 관련 보도는 118만 건이라 한다.)

사모펀드 의혹 등 만약 그들이 거의 사실인 것처럼 제기한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 조국이 정말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조국 딸이 실제로 '부정입학'을 하였고 여기에 그가 개입했더라면 - 그는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무엇보다 이번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임명되는 자리이기에 누구보다 법 앞에서 떳떳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디까지가 팩트인지 알고나서 비판해도 늦지 않기에,

평소 언론들이 쏘아대는 이러쿵저러쿵 기사들을 믿을 수 없기에 조금 더 상황 파악을 하고나서 판단을 하기로 했다.

특히 조국 본인의 입을 통해 직접 해명을 들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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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임명을 앞두고 있었던 조국 관련 논란은 조국 당사자 보다는 그의 딸과 아내 이슈가 대부분이었다.

딸이 받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위조되었다, 딸은 사실 영어를 못한다, 어쩌구저쩌구..

 

매일 터져나오는 의혹 기사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아,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이 혼란스러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조국은 청문회에 나와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직접 조목조목 해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유한국당은 여기에 반대했다. 의혹에 휩싸인 조국 후보자의 사퇴는 촉구하면서 해명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건 때리지만 않았지 폭력으로 보였다, 입을 틀어막는 폭력.

조국은 여야의 의견 차이로 청문회가 열리기 힘들어 보이자,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어, 11시간동안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걸 보면서 느꼈다. 정말 엉망진창이구나 기자들.

많이 놀랐다. 그들의 화려하고 명확한 질문수준과 태도에.

고장난 기계처럼 같은 질문 또 하고 또 하고.. 그런데 최소한의 팩트체크조차 하고오지 않은.

질문들의 수준이 이건 진짜 뭔가 싶었는데 그런데 간담회가 끝나고 쏟아지는 기사들은 아니나다를까 더 가관이었다.

-조국, 일방적인 해명. 셀프 면죄부간담회 / 국민일보

-몰랐다 일관한 조국간담회 / 동아일보

- 한 밤까지 50차례 나는 몰랐다 / 조선일보

- 죄송하다 몰랐다 불법은 없다 / 중앙일보

- 조국간담회에서 몰랐다 141회 / 중앙일보

- 꼼수 간담회로 조국 초법적 임명 강행할 것인가 / 중앙일보

- 없었다, 몰랐다 조국의 해명화 / 경향신문

... 기자들이 만들어 낸 기사들의 제목 수준.  '모르쇠'로 일관하는 미꾸라지 이미지를 연상되게 하는데 직접 간담회를 본 1인으로서 내가 느낀 것과 너무 달라서 어이가 없었다.

질문 내용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던데, 질문은 반복되더라도 대답은 다르게 해야한단 말인가?

그저 이 사람은 잘못을 모른 척 하는 나쁜 사람이다라고 조금 돌려 말하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답을 듣기 위함이 아닌 질문. 답정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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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그렇게 비난했던 조국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얼마 안 있어, 우여곡절 끝에 결국 청문회 일정이 정해졌다. (9/6)

그런데 청문회 일정이 합의된 바로 다음 날..!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9/3)조국 딸 동양대 총장상 수상 의혹을 위한  압수수색. 사모펀드 압수수색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후보자 딸의 고등학교, 대학교 자소서, 생활기록부를 뒤지는 것?

이렇게 일가족을 탈탈 터는 능력이 뛰어나면서

왜 황교안이 법무장관 되는 과정에선 왜 보건복지부는 건드리지 않았나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황교안 아들딸에게 모두 장관상을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언론과의 짝짜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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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9월 6일, 힘들게 열린 청문회.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올라가는 길이라 라디오를 틀어놓고 들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렸을 때도 식당 tv에 청문회 생중계가 방영되고 있었고 사람들은 밥을 먹으며 모두 그 프로를 시청하고 있었다. 포털사이트 뉴스도 청문회 내용이 실시간으로 뜨고 있었고. 그만큼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는 뜻일 테다.

 

청문회가 추석 전에 열리는 걸 그렇게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이 뭔 생각으로 합의를 했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지.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인데 검찰이 조국 부인을 기소했다는 뉴스. 사문서(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어쩜 타이밍이 딱.

자유한국당이 저 타이밍에 검찰이 기소할 거라는 내용을 알고 공소시효 만료일에 청문회 날짜 합의를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웃기는 게, 기소를 최소한의 수사도 하지 않고 올린 것이다. 1년여 전 국회의원 비판 글 올린 것 때문에 모욕혐의 의혹을 받고 있었을 때도, 경찰수사를 받으며 해명할 수 있는 방어권을 줬었는데.

검찰이 청문회도 끝나지 않았는데 부인을 기소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리는 절대 없다.

검찰의 이 타이밍 기가 막힌 기소 덕분에 언론들은 신이 나, 청문회 내용에 대한 기사보단,

조국 부인 검찰 기소당함 = 그만큼 혐의가 크다 라고 또 기사들이 무한재생산 되었다.

 

청문회의 질 역시 저질이었다..

전국민이 지켜보는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가 제출한 서류를 보란듯이 찢어 던지는 행위. 참 보기 좋았다.

자신이 요구했었으면서(조국 가족관계증명서) 원했던 자료가 아니라며 조국이 제출한 서류를 찢어 날리는 김진태 의원/9.6 청문회.

조국이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니라 조국 딸과 조국 부인이 후보자이고 조국은 증인인 것 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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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조국은 불법 , 위법을 저지르지 않았다. 단지 여태 해왔던 말과 금수저인 그와 자식들이 살아온 삶이 달랐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 부분이 과연 법무부 장관을 맡지 못할 만큼 커다란 오점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연 온 검찰과 언론이 나서서 맹비난할 만한 사안인가?

오히려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위선자이며 내로남불, 표리부동의 대명사라고 제대로된 근거 없이 무조건 상대를 비난하고 보는 자유한국당의 모 의원들과는 급이 달라 보였다.

 

딸 부정입학 의혹을 받고 있는 나경원
조국 딸 비난하기 전에 자기 자식이나 돌아보시죠..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김진태 의원은 어떻게 포렌식 자료(조국 딸 영어 논문 초고 파일)를 얻었는가? 자기 입으로 포렌식으로 나온 거라고 밝혔던데. 포렌식 자료는 수사기관에서 조사해야 나오는 것 아닌가?

( 포렌식 자료는 수사기관이 과학수사 기법으로 복원하거나 찾아낸 디지털 증거물)

주광덕 의원은 조국 딸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어떻게 얻었는지 그것도 참 의심스럽지만,

설령 어떻게 얻었다 해도, 그걸 남의 성적을 허락없이 만천하에 공개하는 건 어떤 권리인가?

생기부 맘대로 유출하는 한국당 주광덕 의원

한국당 의원들은 참, 자기 무덤 파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어디선가' 얻었다며 공개한 자료들은 검찰에서 흘린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아직까진 의심일 뿐이지만 ~

조국 OUT을 외치기 전에 제대로 된 이유를 들고 와 이성적으로 밝혀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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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아니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오전,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뉴스기사를 봤다.

(사실 이 글은 어제 출장지에서 작성했는데 오류 때문인지 작성했던 게 모두 날아가버려서 다시 쓰고 있다..)

기다렸던 소식을 타국에서 들으니 더욱 기뻤다.

조국 법무부장관님, 검찰개혁- 화끈하게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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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을 바닥 끝까지 끌어내렸던, 무너지게 만들었던 건 검찰과 언론들이었다.

그들은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어림없는 소리.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어떻게 무너지게 되었는지 곁에서 똑똑히 보아야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은 전과 같지 않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보내야 했던 그 때의 국민이 아니다. 더 이상 검찰들과 언론들이 지껄이는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더 이상 지지하는 공직자를 혼자 알아서 하겠거니, 내버려두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님께선, 어떻게 지금 그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에게 쥐어진 그 칼,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요.

검찰개혁을 하시겠다는 그 다짐, 아직도 유효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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