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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리얼돌 수입금지 청원에 대한 개인적 생각.

by Boribori:3 2019. 8. 12.

지난 6월, 리얼돌 수입을 허가한 대법원 판결('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논란.

한달만에, 리얼돌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2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더욱 이슈가 확산되었다.

리얼돌? 그게 뭐지? 리얼돌이 무엇인지도 잘 몰라 검색을 해보았다.

 

#리얼돌

말 그대로 REAL DOLL. 진짜같은 인형.

딱딱한 마네킹과는 달리 피부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말랑말랑하고

관절설계를 정밀하게 해 여러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하는 등 사람과 진짜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리얼돌은 '섹스 파트너'로의 용도로서 판매된다고 한다.

해외에선 리얼돌보단 섹스돌(sex doll)이라고 더 널리 불린다.

사진-Reuters/Aly Song

 

26만여명의 공감을 얻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요약:  리얼돌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으니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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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판매 금지에 대한 생각

개인적으로, 일반 성인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금지하는 건 개인의 사생활을 국가가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

리얼돌 판매를 국가가 규제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리얼돌 자체를 '인간의 형상을 한 성인용품'으로 규정한다는 것과 같은데 리얼돌을 꼭 성인용품으로만 볼 수 있을까?

그것 또한 편견이 아닌가?

 

사람과 정말 비슷한 리얼돌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키우는 반려동물을 진짜 사람인 친구나 가족보다 더 가깝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고

심지어 생명이 없는 바위, 베개, 좋아하는 캐릭터 피규어 등 무생물에게 이름을 붙이며 인격체처럼 대하는 사람도 있다.

빅 히어로에 나오는 힐링로봇 베이맥스에게 주인공 소년이 마음을 열며 친구가 되어가는 것처럼.

빅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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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을 성행위를 위한 섹스돌, 즉 '성인용품'으로 규정한다고 가정하고 생각해 봐도 그렇다.

(물론 아동이나 청소년의 모습을 한 리얼돌, 타인의 허락없이 그의 형상을 본따 만든 커스텀제작 리얼돌은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걸렸을 시 제작/유통/판매/소비자 모두에게 엄격한 처벌을 하며.)

그런데 인간 여자의 형상과 아주 유사한 리얼돌이 성행위 용도로 쓰인다 = 인격을 침해하고 성범죄를 유발한다..?

라는 논리는 그 근거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리얼돌 자체가 아직 우리나라엔 상용화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성범죄 유발에 대한 통계나 자료가 있을 수가 없고,

리얼돌이 오래전부터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관련 연구가 거의 없다.

리얼돌을 사용한 사람이 실제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해외 뉴스도 검색해봤으나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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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성인용품 간섭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이나 장애인들 등 성욕은 있으나 해소하기 힘든 사람들의.

리얼돌이 불법이라면 버젓이 존재하는 수많은 길거리 성인용품점들과(이미 남성 성기, 여성 성기의 모양과 접촉시 느낌까지 비슷한 성인기구들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다),

19세 이상 '야한' 영화나 동영상들은(물론 불법 촬영이 아닌) 어떻게, 무슨 근거로 합법이 될 수 있을까.

리얼돌 역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내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공산품일 뿐.

타인이나 국가 질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총기나 마약류 판매를 허용하자는 게 아니고

실제 사람의 성을 판매하는 성매매도 아니고(개인적으로 성매매 합법화엔 반대한다.)

성욕 분출을 하고싶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은밀한 공간에서 사용할 실리콘 공산품이다.

누군가에겐 역겹고 혐오스러운, 상상하기도 싫은 취향일 수도 있지만 몸이 불편한, 사회적으로 소회된 누군가에겐 정말 간절한 물건일 수도 있다.

 

 리얼돌은 95% 이상이 남성을 위한, 여성의 신체와 얼굴을 본따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여성 성 상품화, 잘못된 성 인식 증가를 우려하며 분노하는 여성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여태껏 경험했던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축적되어 왔던 분노.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물론 관련 법부터 바꾸어 나가야 한다.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아주 엄격한 처벌을 통해서.

어릴 적부터 올바른 성교육을 국가적으로 실시해 성에 대한 편견과 인식도 바꾸어나가야 하고.

그러나 리얼돌 같은 단순한 '도구'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관련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

 

영화 엑스마키나.(Ex machina)

그리고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가.

리얼돌은 움직이지 않고 말도 없고 반응도 없는, 인형일 뿐.

여러 용도의 로봇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곧 성행위를 위한, '섹스로봇'이 만들어지고 상용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로봇과 같이 살고 실제로 대화를 나누며 사랑까지 나누는 세상이, 영화에만 나오는 세상이 곧 등장할 텐데-

이번 리얼돌 논란을 통해 앞으로 곧 다가올 미래의 문제들도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납땜식 처방이 아닌, 신중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AI 섹스로봇이 출시된다면, 우리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 로봇이 사회에 초래할 악영향과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인가.

국가는 성인용품을 어느 선까지 규제해야 하는가.

성매매 업소에서 사람 대신 인형이나 로봇을 쓰는 것도 인권침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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