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나 멀지만 힘이 센 미국, 프랑스 등의 나라 수장은 뉴스에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대통령은 따로 관심이 있어 검색해보지 않는 이상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라는 필리핀 대통령 이름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없는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던...
트럼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는 막말의 대가로 유명한 두테르테.
(국제적으로 불리는 별명은 처벌자라는 뜻의 The punisher, 동방의 트럼프. Trump of the East.)
장점이 있다면- 두테르테는 언행일치의 표본이다.
보통 공약은 공약일 뿐, 실제로 임기 내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이 대다수인데 두테르테는 한번 한 말은 반드시 행하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필리핀 세부여행에서 오슬롭/캐녀닝 투어를 할 때
하루종일 섬 한바퀴를 도맡아 운전해주신 운전기사 HANZ씨한테 이에 대해 생각을 물어봤었다. (HANZ씨는 무언갈 물어봤을 때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술술 말하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쾌활한 사람 같아보였다. 헤어지기 전 연락처 좀 물어볼 걸, 후회된다.)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었던 경찰들, 보안관들, 그리고 활기찬 밤거리를 보며(내가 갔던 곳이 관광지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은)
한국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치안이 좋은 것 같다고,
필리핀 대통령 명성이 높던데 국민들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느꼈던 점들과 궁금했던 점들을.
HANZ씨는 두테르테는 지금 자신을 포함한 대다수 필리핀 국민들의 영웅이라고, (지지율 80%이상 이라고 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마약범들, 범죄자들이 길거리에 넘쳐나서 밤에는 물론 낮에도 혼자 걸어다니기 무서웠다고 -
마약하는 사람들이 선량한 시민들을 해쳐도 그 수가 너무 많아 필리핀 법이 그들을 다 어쩌지는 못했었다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법을 초월한 범죄자 처형법(?)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두테르테 덕분에 날뛰던 범죄자들이 두려움을 안다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고마워요 HANZ!
아는 내용이 별로 없어 고개만 끄덕거리며 들었던 난 집에 돌아와 그에 대해 검색해보고 찾아보았다.
여러 기사들을 읽어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본다.
여기선 그와 관련된 많은 이슈들 중 초법적 범죄자 처형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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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전에도 정치경력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70년대 말부터 필리핀 다바오시의 검사, 부시장 등으로 일하다가 1988년부터 시장으로 당선되어 일하기 시작했다.
2010년엔 3선 연임 제한규정에 걸려, 부시장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2013년 다시 시장이 되며 이십몇년간 필리핀 다바오시의 시정을 이끌었다. 시장으로 취임하며 그는 다바오 시를 범죄없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당시 다바오는 필리핀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였는데(무슬림 무장단체와 공산군 활동 등으로 치안 최악.)
두테르테가 시장이 된 이후, 범죄율이 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고.
(위 자료는 온라인 통계 사이트인 Numbeo에서 도출한 통계이다.)
https://www.numbeo.com/crime/rankings.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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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는 시장 재임 시절에도 수많은 범죄자들을 재판 없이 처형했다고 한다. (두테르테 본인의 입으로 과거 시장 시절에 자경단을 만들어 1700여명을 죽였다고 얘기했다.)
인권단체, 일부 시민단체들은 두테르테의 이러한 행보에 인권침해, 인권유린이라며 거센 비판과 항의를 하였으나
두테르테는 마약과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이러한 두테르테의 범죄자들에게 무자비한 태도는 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2016년 5월 9일, 두테르테는 4명의 다른 후보자들을 제치고 39% 투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대선 과정에서 그는 모든 범죄자들을 처형하고 6개월 안에 범죄를 끝내버리겠다, 기득권의 부정부패를 근절시키겠다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테르테는 인권유린이라고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비난은 신경쓰지 않고,
'인권은 잊어라,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다바오 시장일때 했던 것과 똑같이 하겠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피로 물들 것이다- 당신들 마약밀매자들, 범죄자들을 죽이고 시체는 마닐라 바다에 던져버려 물고기들을 살찌우겠다'고 외치는 등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선 21세기 대통령후보자의 유세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말들을 했으나
그러한 두테르테를 필리핀 국민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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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는 취임 한달 후 , 전국민이 보는 tv에 나와 경찰들과 군에 이렇게 말했다.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현장에서 쏴죽여도 좋습니다'
'(마약범죄자를) 쏘세요, 그럼 제가 메달을 드리겠습니다. 많이 쏘세요, 그럼 당신을 경찰서장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시민들에게도, 경찰관을 도와 마약범죄자를 사살하는 것을 도우면 포상금을 주겠다며 격려.
2016년 -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 이후, 3년 동안 마약 단속과정에서 수십만명이 체포되고 경찰에게 사살된 마약/범죄 관련 용의자들이 7천여명에 달한다고 필리핀 경찰(PNP)가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인권단체는, 7천여명은 무슨. 조사한 것만 해도 수만명이 죽임을 당했다고 하고 있다. 또한 용의자뿐만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 어린아이들도 이 과정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정부가 발표한 7천여명이라는 사망자 숫자는 인권단체가 주장하는 수와 많이 다르지만,
7천....이라는 숫자도 사실 어마어마한 수이다.
다른나라와 전쟁하다 죽은 숫자도 아니고, 자기나라 국민을 정부가 , 적법한 과정도 생략하고 사살시킨 숫자.
재판과정도 없이 그냥 길거리에서 총살한 초법적 살인 과정에서 -
'처형'당한 사람이 실제로 극악무도한 범죄자이면 다행인데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도 분명 있다.
무고하게 죽은 사람의 '수'는 관심사가 되어선 안 된다 . 한 사람이라도 희생되지 않도록 , 다시는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지.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전역(필리핀 영토의 약 1/3에 해당)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필리핀에서 활동중인 동남아 IS(이슬람국가) 관련 반군세력을 진압하기 위해서 폭격기까지 동원하며 .
#필리핀 사형제도
이렇게 마약과의 전쟁을 펼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수많은 범죄 용의자들을 총살시켰다는 뉴스를 언뜻 들으면 필리핀은 사형제가 있는 나라 같지만 사실 필리핀은 사형제 폐지 상태이다.
-1950~1987년: 사형제 유지. (전기의자 사형)
-1987~1993년: 사형제 폐지
-1993~2006년: 사형제 부활. (독극물주사 사형)
-2006~ : 사형제 폐지
즉, 두테르테 취임 이후 죽었다는 마약상들은 전부
사법절차를 거쳐 '사형'이라는 재판 결과에 따라 사형된 것이 아니라 경찰/ 군에 의해 현장에서 즉시 사살된 것.
잘 몰랐을때는 '마약과의 전쟁'을 하며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있다는 두테르테의 이러한 외적인- 겉으로 많이 드러나보이는 부분들만 보며 상당히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었는데
여러 기사들을 찾아보고 읽어볼수록 이건 좀 많이 심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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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그 자리에서 처형해도 괜찮다-며 경찰과 자경단, 총기를 소지한 시민들에게 초법적 처형 권한을 준 것은,
그래서 경찰들이 두테르테 취임 두달여만에 수십명도 아니고.. 2천명에 달하는 용의자들을 죽여버렸다는 건 ..
정권 유지를 위해 반역분자는 단두대에서 처형해버리며 대중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프랑스 혁명당시 자코뱅당의 공포정치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마약과 범죄'에 대한 전쟁이 곧 '반대자'에 대한 학살로 변하지 않을지는 절대 확신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두테르테 통치 하에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를 '마약범죄자'로 몰아 처형해버리면 끝 아닌가.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나 문제될 것이 없는 살인의 방치.
작년 5월부터 11개월간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소탕 작전을 조사한 국제앰네스티는 ,
두테르테 정부가 처부살해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마약/강력범죄 용의자 사냥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약사범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 이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죽음에 이르렀다는게 핵심의혹이라 했다.
실종사건이 발생했는데 실종자가 사체로 발견되면 별안간 총기 소지와 마약 혐의가 덧씌워지며 마약 수사 과정에서 사살된 사건으로 포장되는 방식으로.
지난해 경찰의 마약 수사 과정에서 사살된 메그타농(Magtanong)이란 청년의 예를 들어본다.
그의 시체는 현장에서 마약이 든 봉투와 총기가 함께 발견됐는데 국제앰네스티가 확보한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메그타농은 세 아이를 가진 아버지로, 사살 당시 아이들과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메그타농의 가족들은 지난 1년여 동안 그가 마약을 복용하지 않았으며 총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관련 자료는 아래 링크에서!)
이러한 경우가 과연 메크타농 혼자에게만 일어난 일일까?
또한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마약과 관련되어 사살된 사람들의 대다수가 빈곤층이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의 국민 지지율이 80%정도로 높다는 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초법적 처형으로 인한 인권침해, 민주주의 후퇴와 같은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우려보다
현재 눈앞에 당면한 , 내 가족이 돌아다녀야 할 길거리의 치안이 그만큼 끔찍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포정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보단, 범죄율이 높은 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지금 당장의 현실이 더욱 공포스러웠을 터.
상대적으로 치안이 가장 좋은 나라 중 하나에 사는 우리나라 국민같은 경우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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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한 '마약범죄자'들의 철천지원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력하게 자신의 공약을 지켜나가는 그가 어떤 면에선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룬 성과들이 엄청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면
이를 결코 당연시 여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충분히 소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빠른 효율만을 위한 이러한 경우는 ..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초법적 마구잡이 처형을 대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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