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년: 할 만큼 했으니 그만하자고?

2014년 4월 16일, 지금으로부터 벌써 다섯 해 전. 그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나는 당시 이스라엘에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6시간 느린 나라.

그때 난 대낮의 뜨겁게 내리쬐는 사막성 햇볕을 피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시작해 정오 전에 일이 모두 마치는 그 마을의 정원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었다.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던 아직 많이 깜깜한 새벽 4시 반. 

평소처럼 울리던 알람을 끄고 평소와는 다르게 이상하게 많이 쌓여있던 카톡을 확인했다.

반쯤 물에 잠긴 거대한 여객선의 모습이 캡쳐된 사진과,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아이들을 태운 배가 기울고 있다는, 조금 후엔 배가 계속 가라앉았고 있다고 큰일이라며 걱정하는 내용의 카톡들이 쌓여있었다.

일나갈 채비를 재빨리 하고 바로 인터넷 기사들을 찾아보니 -

그새 '전원 구조' 기사가 속보로 떠있었다. 이때가 새벽 5시 전쯤 됐으니 한국은 아침 11시쯤 됐을 것이다.

정말 다행이네, 괜히 놀랐네.. 하며 수많은 사건사고들 중 하나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날 일들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아침이 오니- 내게 세월호 뉴스를 봤는데 이게 진짜냐고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고 걱정스레, 궁금증에 물어보는 외국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전원 구조'기사는 오보. 다음날엔, 그 다음날엔 더욱, 시간이 지날수록 이 참사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 거냐며 묻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지구 반대편에 있던 중동지역의 생소한 그 나라에서도, 세월호 참사는 이해하기 힘든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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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탑승자 476명 중 304명이 사망, 실종. 그 중 실종된 5사람의 행방은 아직도 알 수 없다.

실종된 희생자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것은 너무 많다.

작은 낚싯배도 아니고 수백명의 사람을 태웠던 그렇게 큰 배가 왜 그리 갑자기 급회전을 하다 기울었으며 속수무책으로 가라앉았는지,

왜 구조가 제대로 되지 못했는지,

왜 선체 내 cctv엔 선체가 기울어진 오전 8시 46분부터 8시 48까지 이 가장 중요한 순간의 3분에 대한 기록이 없는지. 어떻게 딱 배가 기울기 시작한 시점에서 3분 앞서 꺼졌는지.

 

 

침몰한 배는 지난 2017년 3월 25일, 참사 1075일 째 되는 날이 되어서야, 겨우 물밖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배는 뭍에 올라왔으나 진실은 아직도 물 속에 그대로 갇혀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데 이를 보고 '지겹다', '그만하자',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 더 이상은 세금 낭비다.'는 사람들이 많다.

304명이라는 무고한 꽃다운 목숨이 희생된 대형 참사였지만, 정치권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아니, 진실을 뒤덮으려는 것 같은 정쟁을 벌였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책임자들은 모두 제탓이 아닌 척, 서로 책임폭탄 돌리기에 급급했다.

이도 모자라 일부 정치인들, 언론들, 극우 세력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정신이 나간 듯한 막말을 퍼부어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하던 유가족들 앞에서 대놓고 치맥파티를 했던 극우단체.

세월호 사라진 7시간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라며 시위하던 유가족들을 향해 국가전복세력이고 종북이라며 비난했던 일부 개신교 사람들.

그리고 몰상식한 정치인들의 막말은 놀랍게도, (아니 사실 놀랍지 않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도 세월호 5주기인 오늘.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 그들이 개인당 10억의 보상금 받아 이걸로 이 나라 학생들 안전사고 대비용 기부를 했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 귀하디 귀한 사회적 눈물 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먹었다.' -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 오늘 아침 받은 이야기다.  -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정진석 의원은 오늘 무려 ^국회품격언어상^을 수상하신 분이다.. 국회의 품격이란 무엇..?)

좌: 차명진 / 우: 정진석 (사진출처-YTN)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원래 막말, 망언들로 유명하긴 했지만,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망언 이전부터 주욱 해왔긴 했지만

5주기를 맞은 오늘마저 이럴 줄은 사실 예상치 못했다.  

세월호 참사 시절 박근혜 정부와 짝짜꿍 하던 여당으로 있어, 제 발이 저리다 못해

망각을 위한 자기 최면을 거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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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 징글징글했다고?

진상규명을 할 만큼 했으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5년동안 진상규명을 위한 정식 조사위원회는 현재까지 합하면 3번 있었다.

 

1. 2015년 1월 1일, 세월호 특별법과 함께 설치된 세월호 특조위.(특별조사위원회)

 -> 특조위에 기소권, 수사권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당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됨.

 -> 박근혜 정부의 끈질긴 방해로 본격 가동은 8월에나 됐으나, 이후에도 계속 정부의 집요한 방해로 제대로 밝혀낸 진상 하나 없이, 정부에 의해 2016년 9월 30일, 강제해산 됨.

2.  2017년 1월 17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출범.

-> 실종된 9명 중 4명 유해 수습, 세월호 선체 조사.

-> 검찰이 발표했던 세월호 사고 원인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음.

-> 침몰 원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작년 8월 활동 종료.

 

3. 2018년 3월, 2기 특조위 출범

(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소시효가 2년밖에 남지 않았기에 진상을 규명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

-> 세월호 참사 주요 증거물인 선체 내 CCTV DVR의 조작 가능성 제기

-> 그러나, 역시 수사권이 없음.

 

....세월호만 파헤치기 위해 생긴 특별조사위원회가 5년동안 3차례나 출범했지만, 진상규명은 아직까지도 되지 않았다.

특조위에게 수사권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열심히 조사를 해 의문을 제기하고 고발을 해도 막상 수사권은 검찰에게 있으니까.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권과 책임자를 추궁할 수 있는 수사권.

지금부터라도 세월호 특별조사 검찰단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밝혀진 것도, 관련 책임자들도 가려지지 않은 국가적 비극이기에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규명하고 관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여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제2의 참사를 막아야 한다.

 

이제 그만하자 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 더욱 알아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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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아팠던 상처들도, 죽을듯이 힘들었던 기억들도 무뎌진다는 뜻이다.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뜻의 세월. 세월의 가장 큰 힘, 망각.

세월호 만큼은 결코, 세월 속에 파묻혀 잊혀지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