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살 때부터 학교, 직장 등의 이유로 이곳저곳 터전을 옮겨 살았기에 딱히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 정이 별로 없다.
정을 많이 주었던,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이곳에 있지 않기에.
그래서 주말이 되면 종종 버스에,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번 주말에 향한 곳은 서울.
버스로 4시간 거리.
어렸을 적부터 명절이면, 멀리 떨어진 할머니집에 가기 위해 6~7시간은 기본으로 차안에서 버텨야 했었기에 ,
(네비도 없었던 그 시절, 운전대를 잡은 아빠, 새삼 존경스럽다.)
인천에서 대학교에 다닐때도 집에 가려면 4시간은 기본이었기에,
특히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멍~때리는 그 순간들을 좋아하기에
장거리 버스나 기차를 타는 걸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고되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소중한 사람을 보러가는 길이니, 즐겁다.
이번 서울행 버스에서도 역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창 안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쬐며
생각에 잠기고 스르르 단잠에 빠지기도 하다 일어나니 어느새 경부고속도로.
창밖의 풍경이 키가 큰 건물들로 우거진 숲으로 바뀌었고 4차선의 넓은 고속도로가 그 위를 달리는 더 많은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서울에 가까워지고 있구나, 싶었다.
대한민국 인구 약 980만명이 살고있는, 대한민국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최고기관이 있는 특별시.
수많은 사람이 몰려 사는 만큼, 교통 문화 등 수많은 혜택도 몰려 있는 곳. 우리나라 수도 , 서울.
한 땐, 나 역시 저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으로 정신없이 살았던 곳.
맛있는 곳도 예쁜 곳도, 놀 곳도 셀 수 없이 많아 재밌고 흥겨웠기도 했지만 여유있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나에겐 사실 잘 맞지 않는 곳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싫어했던 공간은 지하철.
차가 있어도 차를 타고 다니려면(특히 출퇴근 시간) 많은 인내심을 요하는 서울 내 교통의 혼잡함 속에서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인 지하철.
서울이라는 도시 전역을 촘촘하게 이어줘서 웬만한 곳은 갈 수 있게 만든 착한 거미줄.
그런데 내겐 혼을 쏙 빼놓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와르르 쏟아져내리는 지하철을 기다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 틈에 껴서 줄을 서고,
사람이 너무 많아 몸이 낑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만을 보며 침묵을 지키는 조용한 지하철에 몸을 실어 목적지까지 다다르기만을 기다리고,
또 내려서 다음 환승 지하철을 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반대방향으로 걷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하다보면
딱히 무언갈 하지 않아도 정신, 신체적으로 모두 굉장히 피곤해진다.
내가 장거리 버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이 고향인 사람에겐 지하철이 그런 존재일까?
어떻게 매일을, 이 수많은 사람들 틈속에서 부대끼며 바쁘고 정신없게 출퇴근들을 할 수 있는지 늘 궁금했었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 건지.
서울은 나같은 사람들에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가끔 놀기위해 가면 재밌는 곳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터전을 잡고 살고 싶은 꿈의 도시.
생각해보면 난 다른나라 여행을 가도 복잡한 대도시보단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평화로운 느낌이 드는 곳을 훨씬 좋아했다.
반대로 친구는 복잡한 도시에서 이것저것 먹으며 찬란한 야경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
문득 궁금해졌다.
일자리 때문에 올라온 청년들, 혹은 서울이 고향이라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살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주거 혜택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사람의 성향은 그 사람이 선택과 결정을 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나같은 성향의 사람이 많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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