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끝나갈 무렵인 크리스마스.
2018년의 이번 크리스마스는 참 활기찼다.
우리나라와는 여러가지로 참 많이 다른 서구문화권에서 온 사람들과 종일 함께했던 길고도 짧았던 하루.
전부터 알고지낸 친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새로운 '친구의 친구'들도 다함께 모였다.
동성애자도, 결혼한 부부도, 남편 두고 혼자 모임에 온 중년의 여자도. 나이대도 참 다양했다.
어찌보면 크리스마스 모임이라고 보기엔 연관성이 하나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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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색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니, 사실 이야기를 해보기도 전에 느껴지는 그 사람의 시선이 있다.
참 불편한.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런 모임 자리는 초대를 받아도 가지 않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그들이 꺼내는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빠르게 소비되는 감정들로 지칠 바에야 따뜻한 방에서 귤을 까먹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게
백배 천배 낫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마음이 맞는 좋아하는 친구들과 만나기도 바쁜데 왜 굳이 귀한 시간을 써가며 스트레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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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다온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다르다.
평상시에 우리 문화에선 쉬쉬하느라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 생각과 느낌 그대로를 말하며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여과없이 받아들여지고 쉽게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를 알게되었을 때 많이 살펴보고 탐색하면서 내 말을 굴절 없이 들어줄 만한 사람이다,
하고 느껴 용기(?)를 내지 않더라도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다는 것.
자신을 포장하거나 아니어도 맞는 척, 그래도 아닌 척 하느라 바쁠 텐데 그러한 서로간의 탐색시간이 없어서 좋은 것 같다.
물론 국적에 상관없이 나와 맞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처음 만났음을 가정했을 때 타 문화권 사람이 좀 더 마음이 편한 건 사실.
이것도 내 편견일 수 있지만, 여태껏 살면서 겪어온 경험들이 그렇게 느끼게 한다.
서로의 반경에 미치는/미칠 수 있는 간섭도가 크지 않다는 걸 알아서일까?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나이'에 맞추어 대하는 격식이 없어서 편했다.
언니, 누나고 오빠고 형이니까, 동생이니까, 한참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니까-
이래야 한다는 나이에 맞는 기대가 전혀 없어서.
다른 건 몰라도 나이 때문에 불편하진 않은, 그 사람 있는 그대로를 보고 대할 수 있다는 게.
자라온 환경이, 피부색이, 성적 취향이, 쓰는 언어가 다를지라도
재밌고 불쾌하고 화나고 슬펐던 과거의 경험이나 현재를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사람이 가진 힘인 것 같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생활이 편리해져도,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었지만 스트레스는 커녕 힐링이 가득했던 이번 크리스마스.
내가 정말 나일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정말 커다란 행운.
이제 몇밤만 자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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