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무것도 하지 않아보기.

by Boribori:3 2019. 3. 20.

날씨가 너무 좋았던 이번 주말, 일요일.

 

 

오랜만에 혼자 집에서 푹 쉴 계획이었지만, 완연한 봄날씨가 , 이제 푸르기만 해도 고마운 하늘이 나를 이끌었다.

 

 

이날의 감정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조용히. 자연을 느끼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어딜 가지.

 

조용하고, 공기 좋고 물소리가 흐르는 곳. 혼자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멍~때릴 수 있는 곳.

 

계곡과, 그 곳에 있던 까페. 

 

매년 여름마다 찾아가는 그 곳이 불현듯 떠올랐다.

 

 

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갔었던, 왁자지껄 신나게 놀다왔던 곳이었는데, 혼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 혼자가 아니지. 탄이와 토리도 함께.

 

 

 

탄이 데리고는 첫 드라이브.

 

차에서 난리칠까 걱정했는데, 의젓한 탄이는 안전벨트를 맨 양, 아주 가만히 잘 있어주었다.

푸른 하늘. 예전엔 당연하게 느꼈었는데, 이젠 .. 정말 반갑고 소중하다.

 

그리고 도착한 계곡.

물놀이철이 아닌 이 곳에 사람은 나뿐이었다.

계곡에 한여름이 아닌 날 온 것도 처음이었고 혼자 와보는 것도 처음.

29년이나 살았는데, 생각보다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네.

 

 

깨질듯이 투명한 물이 바위에 떨어지고 부딪히며 흐르는 소리. 새소리.

자연이 만드는 소리.

몸 그리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고마운 봄 햇볕을 쬐며,

그 햇볕을 머금은 따뜻한 바위위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곳을 뛰노는 토리와 탄이를, 그리고 물이 흘러가는 모습만 넋이 나간 듯 보았다.

 

 

 

자연은, 정말 인간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건 내 전문이라 느꼈는데 생각해보니

집에서 쉰다고 했어도 책읽기, 핸드폰 보기, 세탁기 돌리기 등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해가 지려하니, 날이 점점 쌀쌀해져 이 지역의 유일한, 까페로.

아늑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가장 좋아하는 까페 중 하나이다.

못온 1년 사이에, 이곳에 머무르는 고양이들이 더 늘어났다.

 

느긋하고 천하태평한 고양이들.

아무것도 하지 않기의 귀재. 내가 쳐다보니 이들도 고개를 잠시 들어, 나를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잠을 자는 건지 그냥 누워만 있는 건지 모르는 표정으로 원상복귀.

가져갔던 책을 읽는 것을 멈추고, 나도 잠시 이 까페 안 고양이처럼 가만 있어보았다.

 

 

문득.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건,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들 중에, 인간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냥 쉬는 것 자체에 엄청난 위안과 평화를 느끼다니.

 

 

 

상황상 자주는 그러지 못하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자연 속에서 ,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책을, 먹고싶은 음식과 음료를 마시며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님께.  (1) 2019.06.06
이름 모를 들꽃  (0) 2019.03.20
서울, 지하철을 기다리고 타면서 든 생각들.  (0) 2019.02.25
크리스마스, 2018  (0) 2018.12.27
말의 온기  (0) 2018.12.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