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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훈자가 아닌 훈자

by Boribori:3 2018. 12. 3.

 

직장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며 아이에게도 관심이 없는 체념에 가까운 무심한 남편.

이로 인해 혼자서 떠맡아야 하는 고된 직장생활과 자신의 사랑만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독박 육아의 병행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아내.

아내는 우연히 머나먼 타국의 오지, '훈자'라는 곳을 알게되고 이후 끊임없이 그곳을 떠올리고 갈망하게 된다.

훈자는 그런 그녀에게, 상상 속 안식처.

.

.

' 오랜 시간 계속되어온 습관이었으므로, 그 여자는 훈자를 생각하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그 여자가 생각하고 싶은 것은 훈자가 아닌 훈자였다.

훈자가 아닌 훈자를 생각하는 일은 훈자인 훈자를 생각하는 일보다 힘이 들거나 거의 불가능했다.'

- 한강, 노랑무늬 영원

 

그런데 여자가 알고있던 '훈자'는 더 이상 예전의 훈자가 아니게 된다.

찾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호텔과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서고 , tv광고 속 배경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훈자와 관련된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훈자는 무엇이었을까.

훈자가 아닌 훈자란,

훈자인 훈자란.

훈자는 훈자일 뿐인데.

 

잠이 오지 않아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덮으니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월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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