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야3당(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2020년 총선이 다가오니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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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총선에서 투표용지 2장을 받는다.
그 중 1장은 정당에게 투표하고 나머지 1장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에 투표한다.
국회의석은 총 300석이 있고 전국에는 지역구가 총 253개 있다.
따라서 300석 중 253석은 각 지역구에서 득표 1등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300-253=47석은 비례대표 의석으로 , 각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서 나눠가진다.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
우리나라의 이러한 현행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의 제도이다.
A라는 지역구에 4명이 선거에 출마했다고 가정했을 때 당선되는 사람은 이 중 한명 뿐이다.
가장 표를 많이 얻은 후보가 저조한 득표율로 1등이 되었다 해도, 나머지 2, 3, 4등을 찍은 사람들의 표는 사표가 되기 때문이다.
1등이 35%로 당선이 되었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유권자들 65%의 표는 2,3,4등에게 갔을 텐데 현행 선거제도 내에선 모두 죽은 표가 되어 버린다.
이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같은 거대정당에게는 유리한 제도이다.
지역구에서 득표 1등할 수 있는 후보는 거의 거대정당 후보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뽑을 때 보통 자신이 뽑는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르고 정당만 보고 뽑는 유권자들이 엄청 많은 것도 큰 이유다.
그런데 나머지 야3당에겐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정의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있는데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 나온 정의당 후보에 표를 주고 싶어도
고민 끝에 비교적 진보성향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준다.
자신같은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표가 분산되어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 만큼은 피해야하겠기에,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정당 투표용지엔 정의당에게 표를 줘도 어차피 비례대표는 47석밖에 없어 가져갈 수 있는 의석수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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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대 총선때만 해도 25.5%를 득표한 민주당은 123석을 얻었지만
민주당보다 더 많은 26.7%를 득표한 국민의당은 38석밖에 얻지 못했었다.
(사진출처-mbc)
그래서 그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심은 정치가 바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국민의 대표성과 비례성이 강화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다.' - 바른미래당 손학규대표
정당 득표율과 국회 의석수를 일치시켜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고. 명분은 좋다.
그런데 민심을 위해서라고....?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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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현재 야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간단히 말해,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총 의석수를 배분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총선 때 정의당 득표율은 7.23%여서, 비례대표석은 47*7.23% -> 4석만 가져갈 수 있었는데
만약 그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고 있었다면 300*7.23% -> 22석은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 더불어민주당 같은 거대 정당의 경우,
정당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수보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자기 정당의 후보들 수가 많을 수 있다.
예로, 35%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으면 300*0.35=105석인데, 각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들이 120석이면
그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는 한 석도 가져갈 수 없게 된다. 대신 전체 국회의원 수는 15석(=120-105) 늘어나게 되는 것.
이에, 현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은 이 제도가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뺏긴다고 생각해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때 공약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었는데
이 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도입하겠다는 뜻과 같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6개 정도의 권역 선거구로 나누고 인구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먼저 배정하고 그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때의 공약은 뒤로한 채, 말을 바꾸고 있다.
자기들 이해관계를 앞두곤 민주당이든 야당들이든 다 마찬가지로 보인다. 내 밥그릇이 가장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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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들은 국민들의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수많은 표들이 사표처리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그럴듯한 명분들을 대고 있지만,
사실은 그저 이 제도가 자기들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 제도가 국민의 뜻일까?
사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름도 어려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는 이 선거제도에 관심이 없다.
당장 내가 먹고살기 바쁜데 , 당장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을 어떻게 나눠야할지 관심가질 여유가 없다.
혐오하는 국회의원이 당선되는 건 막아야 하겠기에, 다가오는 선거에 투표 정도는 하겠지만
어려운 선거제도가 뭔지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금의 승자독식 선거제도보단 민심을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건 맞다.
그런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결과적으로 국회의원 의석 수가 많이 늘어나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석이 60석 정도가 늘어난다고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수많은 적폐로 인해 불신이 가득한 국회의원들인데,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세금만 쏙쏙 잘도 빼먹는 이익집단이라 생각하는데
이들 수를 더 늘릴 수 있는 선거제도로 개편하자고? 지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국회의원 수를 더 늘린다는데.
국회의원들은 민심 어쩌고 하면서 말만 번드르르하게 해서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할 게 아니라
권역별이든 연동형이든 대다수의 국민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제도이름을 대면서 항의할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를 바꿔야한다고 국민들도 동의할 수 있도록 자신들 신뢰도부터 높여야 한다.
일부터 제대로 하라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정말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 의석수를 늘리는데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선거제도 개혁을 하겠다는 건 대통령 공약이었고 공약은 당연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시기에? 당장 발등에 불똥떨어질 듯한 예산안 심사는 ?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을 때는, 가장 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또한. 연동형에도 여러 형태가 있는데, 논의도 하지 않고 무조건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을 나누자?
참 일방적이다.
이 역시 내밥그릇 챙기기인, 정당의 집단이기주의로밖엔 느껴지지 않는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러고 있다니.
선거에 나온 후보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은 국민들이다.
선거제도를 바꾸려면 유권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지, 다른 당을 압박하고 공격해서 자기들 정치인들끼리만 합의해서는
분노만 더욱 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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