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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이수역 폭행사건: 불필요한 갈등 조장

by Boribori:3 2018. 11. 18.

이수역 폭행사건. 11월 13일, 이수역 근처의 한 술집에서 있었던 폭행사건.

대한민국 전국에서 일어나는 폭행사건들은 셀수없이 많을 것이고, 분명 폭행보다 더 알아야 하는, 이슈화되어야 하는 기사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 폭행사건은 어떤 점이 특이한 것인지 며칠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 랭킹 뉴스들, 실검 등에 계속 노출되어있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수역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 하루만에 3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 내용을 요약하면,

'남자 5명이 여자 2명을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무자비하게 폭행을 휘둘렀다, 가해자 남자들을 처벌해달라' 이것이다.

 

이 내용만을 보면, 백퍼센트 가해자 쪽의 잘못이다.

 

그런데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한 쪽 주장만 들어서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만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로 인한 폭행'이라는 프레임으로 한쪽의 주장만을 거의 받아쓰기하듯 옮겨 기사화했다.

한쪽 주장만을 듣고 이 사건을 공유한 연예인의 sns 역시 기사화하기 바빴다.

저널리즘의 기본인 팩트체크는 어디다가 내다 버렸는지.

 

# 경찰 수사 결과

- 자신을 피해자라 주장한 여성 측이 옆 테이블 남녀커플에게 왜 쳐다보냐며 말다툼을 시작했다.

- 이 과정에서 한남이랑 사귀니까 여성인권이 후퇴한다며 조롱, 남성 성기 비하 등 심한 욕설을 사용하고 소란스럽게 하자 다른 남성 일행도 가세,

남녀커플은 좋지 않은 일에 끼기 싫어 밖으로 나감. 여성 측과 남성 일행 측은 계속 말다툼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FH2l0fBE5Oc&feature=youtu.be

 

-  CCTV확인 결과, 여성 측 한 명이 먼저 남성 일행 테이블로 다가가 밀침, 이후 작은 작은 몸싸움을 벌였다.(가방, 모자 챙을 손으로 치는 정도, 폭행은 아니었음), 이러다 남성 일행들이 나가려하자 여성 측이 제지하다가 따라나갔다.

  (CCTV엔 구체적 정황을 알 수 있는 음성은 녹음 안 됐음)

- 결정적으로 여성 측이 크게 다친 술집 계단에서의 CCTV는 없어 영상 확인 불가 , 더 수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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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머리가 짧고 화장 안했다고 폭행을 당했다'는 건 왜곡된 주장인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그런데 누가 시비를 먼저 걸었든, 폭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물리적 힘이 월등하게 강한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휘두른 폭행은.

어떠한 이유에서 건, 누군가를 폭행해 다치게 했다면, 특히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을 때려 상해를 입힌 것이라면

이 부분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은,

사건 정황도 잘 모르고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만을 가지고 1-2일만에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처벌해달라는 청원참여를 했다는 것. 

그리고 자극적인 기사를 원하며 한쪽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기사화시켜 내보낸 언론들.

 

술집에서 일어난 단순 폭행사고로 볼 수 있는 일을

남자와 여자 사이의 갈등이라고  '여혐', '남혐'의 프레임을 추가해 사건을 크게 부풀린다.

애초에 여혐 남혐 프레임은, 처음 인터넷에 글을 제보한 사람이 입히기도 하지만 언론까지 정신나간듯 그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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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있었던 240번 버스사건이 떠올랐다.

어린아이 혼자 버스에서 내리고, 아이의 엄마는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 엄마가 하차를 요구했지만 버스기사가 욕설을 하며 버스를 그냥 출발시켰다고 알려져 , 버스기사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

 

이 사건도 이번 이수역 폭행사건처럼 처음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누군가 제보한 글을 통해 퍼져나가다

언론들이 보도하고, 또 이 보도글들이 문장 몇개만 바뀐 채로 마구 배포되어 기사화되는 바람에 아주 핫이슈가 되었었다.

이 때문에 버스기사는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국민들에게 인신공격부터 시작해서 엄청 손가락질을 당했었다.

그런데 실제 버스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알려진 사실들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그동안 당해야했던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잘못된 일방적인 주장이 사실인 양 퍼져나가 기사화되는 요즘 인터넷, 스마트폰 세상.

 

사실이 아니었음이 나중에라도 알려지면, 욕했던 사람들은 아 그랬었나? 하고 머쓱해하며 돌아서면 끝이지만

전국민적 분노의,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며 수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동안 겪어야 하는 비참하고 억울한 마음은 되돌릴 수 없다.

그 동안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아무도 보상도, 조치도 해주지 않는다.

사건은 빠르게 잊혀지겠지만 마녀사냥을 당하던 그 상처는 피해자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이번 이수역 폭행사건도. 아주 비슷하다.

그런데 7세 어린이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세상에,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전파력을 막긴 힘들 것이다.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늘 자극적인 기사들을 배설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싶은 기레기들이나 

상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자 자신에게만 유리한, 사실이 아닌 악의적인 글들을 써올리는 사람들을 강력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법적인 처벌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라 생각한다.

이미 전파되어 버린 글들의 사실관계와 출처 등을 수사해내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요구되고,

그 기간에 마녀사냥을 당하는 피해자들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정보들이 너무너무너무 많고 빠르게 유통된다.

아무리 어이가 없고 분노유발을 하는 소식을 접했더라도, 같이 분노하는게 아니라

그 내용이 '팩트'가 맞는지, 필터링하려는 노력.

충분히 알아보고 후에 비판에도 늦지 않다.

정보와 선택권이 너무 많은 요즘 시대, 우리 현대인들은 밥을 먹으러 갈 때도 뭘 먹어야 좋을지 고민이 돼 결정장애로 힘들어하곤 한다.

밥 메뉴 선택할때도 그렇게 여러번 고민해보는 우리는 왜 인터넷 기사들을 접할땐 그렇지 못하는 것 같을까?

 

발로썼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쓰레기같은 글들이 너무 많아, 좋은 기자들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기레기지'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 부디 이 기레기들의 낚싯거리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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