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선제 기습공격한 이후, 두 세력이 수천명의 사상자를 내며 혈전을 벌인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간다. 가장 끔찍한 점은 어린아이, 여성, 노인 등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학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전쟁 소식을 들은 직후, 너무 걱정이 되어 이스라엘 친구 A와 B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무사한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 등등-
그의 신변의 안전함 여부를 묻기위함이었다. 그냥 평상시 느긋하고 여유롭게 안부를 묻는게 아니라. 이게 영화가 아니고 실제상황이라니.
2014년- (벌써 9년 전이다.) 반년정도 이스라엘 가자지구 근처 마을에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었기에, 게다가 그 둘의 직업이 안전관리자 및 군인이었었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때때로 서로의 안부를 묻던, 문자를 보내면 그래도 하루이틀이면 답장을 보내오며 연락을 하고 지내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5일이 넘도록 내가 보낸 메세지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새벽,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B에게서 답장이 왔는데. 지금 그곳은 친구와 가족들을 잃은 사람들이 울부짖는 지옥이라고, 그러나 본인은 다행히도 다친 곳 하나 없다고. B는 몇년 전 건강문제로 전역을 하여 하마스와 싸우러나갈 의무는 없다고, 그런데 내가 지냈었던 곳에서 아직까지 안전관리 리더였던 A는 ..이번 전쟁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스라엘에서 있으며 쌓았던 많은 추억 중 상당 부분에 등장했던 A가 죽었다니, 늘 자신만만하고 거만했던, 그래서 많은 이들의 웬수였던 그가, 그래도 매년 내 생일날 잊지않고 생일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냈던 그가, 내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존재를 알렸던 그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는 이렇게 평온한데. 여기는 이렇게나 평화로워서.
한때 내가 울고 웃으며 지냈던 그곳이지만.
이젠 지구 반대편에 살기에 - 뉴스로만 접할 수 있는 그곳의 전쟁소식이 처음엔 멀게만 느껴졌는데. 또 싸우네 얘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사람이 실제로 죽는 전쟁이고 지옥이구나. 이제야 비로소 크게 와닿았다.
아무리 참담하고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사람은 내 일이 아닌 이상.. 당장 내 손가락 밑 작은 가시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아픔은 거리에 반비례한다고 하니까.
그런데 이게 정말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한땐 매일같이 교류하며 지냈던 사람이 죽었다. 그땐 그렇게 티격태격 싸우고 미워했던 사이지만.. 이제 더 이상 그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9년 전에 만났던 친구를 잃은 나도 이렇게 공허한데 매일 일상을 공유하던 가족. 친구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
그리고 이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내가 편히 쉬고 먹고 자는동안에도 셀수없는 사람들이 팔다리를 잃고 가족을 잃은 고통과 분노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마 지구는. 인간들은, 각자의 이기심과 오만함으로 인해, 자기들끼리 싸우다 파괴되고 결국 멸망할 것 같다.
이번 주말엔 정말 이번 전쟁에 대해서 정리해봐야겠다. 몇년 전엔 그래도 이스라엘 갔다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중동 정세에 관심을 많이 갖고 글도 쓰고 했는데 사람은 참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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