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그러니까 8년 전 머나먼 타국 이스라엘서 만나 잠깐이었지만 당시엔 친하게 지냈던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당시 언니가 한국으로 돌아갈때 내가 써줬던 편지를 자존감 떨어질때마다 읽고있다고, 그 편지가 아직까지 많은 힘이 된다며, 고맙다고 했다. 완전히 잊고있었는데 내가 저런 편지를 썼었구나..! 싶으면서 언니가 떠날때 아쉬워했던 기억이 사르르 떠올랐다. 숙소 친구들이랑 롤링페이퍼 만들고 그랬었는데.
그러면서 그 시절 함께 찍었던 사진들도 같이 보내줬는데 우와. 잊고 있었던 기억이었는데 사진들 보자마자, 그 때 그곳의 냄새, 음악, 감정들이 우르르르 떠밀려왔다.
그리고 그땐 이랬었지, 그랬고 저랬지, 정말,, 아무런 걱정 없던 때였는데. 하고 우리들의 추억여행이 시작되었다. :)
시간되면 언제든 부산에 놀러와, 라면서 3년 전에 이혼해서 큰 집에 혼자 살고있다는 언니. (아니 난 언니가 결혼했던 것도 몰랐는데요!!)
올해 여름이 가기 전에 언니 보러 부산 한번 다녀와야겠다:) 만나면 할 이야기가 또 얼마나 많을지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그리고 이스라엘, 반년동안의 체류기간 내내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구기구기와 레나에게도 연락을 했다.
오랜만에 언니에게 연락이 와서 보내준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그 사진 대부분에 너가 있더라? 잘 지내?
라고 하니, 8년 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내 사진들(거의 엽기적이었다..ㅠㅠ)을 보내주며 화답했다.
그때 지냈던 발룬티어들 숙소가 얼마나 거지같았는지, 그런데 또 얼마나 그 속에서 눈물나게 웃고 떠들었는지..
같이 신나서1시간은 떠들었던 것 같다.
함께, 그러나 각자 당시의 기억을 공유하니 놀랍도록 신기한 감정이 들었다. 구기구기는 내가 까맣게 잊고있었던 사건들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정말 갑자기, 뜬금없이 연락했는데도 서로 그때를 회상하며 그 당시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갔다.
이스라엘이라는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20대 초중반 젊은이들 약 20명이 한 숙소에서 지내며 일어나는 매일매일이 시트콤 같았던 6개월간의 시간.
정말 한국의 그 누구도, 가족도- 남자친구도- 훨씬 오래전부터 친했던 친구들까지 공감해주지 못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과만 공유할 수 있는 경험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래지는 기억들.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물건을 사는데 들이는 돈은 아까워도 여행, 그러니까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드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 나. 그래서 기회가 되면, 아니 시간과 돈을 만들어서라도 떠났었던 것 같다. 그래서 참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다신 돈주고도 사질 못할 값진 경험들을 했다. 같이 떠날 일행이 없었으면 혼자라도 떠났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나는 순간들은 멋있는 풍경들, 맛있는 음식들이 아니다.
어떤 경험(기분이 나빴거나 즐거웠거나 당황스러웠거나 화가 났든)이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이었던 거 같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도 늘 사람 운이 좋았던 건지, 좋은 사람들을 마주쳤고 몇몇은 마음이 맞아 처음 봤는데도 그 후 일정과 계획들을 취소, 또는 변경하고 함께했다. 항상 사람이 있었네!
그리고 그 추억속 내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뿐이다. 그 자리에 나와 함께 있었던.
그래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 나누는 시간들이 너무나 귀한 것 같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이거든!!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언니의 연락으로 너무 크게 와닿아 마음이 찌르르하다 :3
언니 보러 정말 부산 함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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