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이후 '이근 대위'로 유명해진 사람이 우크라이나를 도우러 갔다고 하는데, 왜일까.. 엄청 욕을 먹고있는 것 같다.
물론 이번 화제도 수많은 뉴스거리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담고있는 것 같아서 다뤄보고 싶은 주제라 포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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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2021.12.19 - 우크라이나 분쟁이유 : 러시아 침공설 배경 /원인 정리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우크라이나의 기적을 만들고 있다.
깡패국(러시아)의 영향력이 엄청나 국제사회는 어차피 방관할 수밖에 없을 테니 안타깝지만 약소국이 깡패국에 이길 일은 없다~는 논리를 뒤집고있다.
2022.03.02 -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홍콩,미얀마,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곳곳의 여러 분쟁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비슷했었다. 겉으로 반대하는 입장만 소심하게 발표하고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본인 국가에 돌아올 보복성 경제타격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전은 달랐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보여주며 소리쳤다. 해낼 수 있다고, 도와달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pbVIot_83rk
https://www.youtube.com/watch?v=ScWVlz-cSYw
처음엔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뒷짐만 지며 침묵하던 나라들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동참, 의료/구호품 지원, 군사장비 지원 등 여러 방면으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고 있다.
단, 제3차 세계대전이 되어버리는 것만큼은 피해야 하기에 국가 차원에서의 참전은 하지 않을 뿐.
대신.국가 차원에선 직접적 개입은 못하지만, 그 국가의 시민들이 자원하여 우크라이나와 함께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의용군'으로 불리우고 있다. 벌써 수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나와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완벽한 타인을 돕기 위해 본인 목숨을 거는 사람들. 정말 용감하고.. 대단하다.
그런데 이중 한국인도 있다고 하는데, 네티즌들로부터 엄청난 멸시와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뉴스보고 알았다.
이름은 이근.
2년 전인가.. '가짜사나이'라는 특수부대 훈련 프로그램에 교육대장으로 나와서 유명해진 사람이다. 당시에 남녀불문, 인기가 엄청났던 걸로 기억한다. 밀리터리 예능에는 관심이 1도 없는 내가 나보다 더 관심이 없어보이는 여사친들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
미국 영주권까지 포기해가며 한국군에 입대해 군인으로서 경력을 쌓아 해군특수전전단(UDT) 대위가 되었으며 여러 군사작전 및 훈련에서 우수한 성과로 인정받고, 전역 후에도 전투 관련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이었다.
경력만 봐도 군사전투 관련해선 굉장한 전문가.
그런 그 역시 우크라이나를 돕기위해 전쟁터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그런 이근을 열렬히 까내리고 있다.
현재 비난의 원인이 되는 것들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본다.
1. 저 사람 전에 논란 많았던 사람 아냐?
지인에게 빌린 200만원 논란, 성추행 논란 등 의혹들이 있어서 말이 많았다고 하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한다. A라는 행동에 대해 평가하고 싶다면 A만 봐야지, 과거 있었던 일들까지 싸잡아 이야기하면 그건 그 행동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대해 재단하는 게 된다. 임명을 위한 청문회 자리가 아닌 이상 과거를 언급하는 건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한다.
2. 그런 일 할거면 조용히 말없이 갔다올 것이지 왜 SNS에 올려서 자랑처럼 하는지? 관종인가? 아님 갔다와서 본인 유튜브 조회수 높이려고? 돈이 목적이겠네~
-> 실제로 이근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 우크라이나로 출국한 내용들을 올렸다.
("당신이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언제나 인생의 패배자들이 당신을 질투하고 비방하여 밑으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 첫 문장이 인상적이다.
아마 본인을 까내리며 조롱하는 네티즌들을 저격하는 말인 것 같다. 이건 주제에서 벗어나므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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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면 타인 SNS에 어떤 글이 올라오든 무슨 상관일까? SNS엔 꼭 이런 글을 올려야해~ 기준이 애초에 존재하는 건지. SNS는 본래 내 생각과 일상을 남들과 공유하고자 존재하는 게 아닌가?
미담은 조용히 남들 모르게 행했는데 남의 입을 통해 알려질 때만이 아름답다? 겸손해야 멋있다? 자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겐 그런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게 우습다.
그리고 이런 의미있는 일을 한 사람들은 제발 잘 됐으면 좋겠다.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홍보목적으로 목숨을 거는 사람이 어딨겠냐만은,
설령 홍보목적으로, 나의 이익을 위해 선한 일을 하는 거라 해도 이를 비난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행동을 제멋대로 왜곡하지 않았으면.
3. 왜 국가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가냐? 엄연한 불법행위다.
-> "법"으로 따지자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국제사회는 옳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침묵을 유지해야 했던 것도 이 "법"때문이었다. 그러나 "법" 역시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 살다보면 엉망진창인 법이 얼마나 많은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뜨거운 마음을 가진 여러 각국에서 온 사람들도 자국 법을 어긴 사람들이 많다.
국가 입장에선 당연, 공식적인 파병을 하지 않는다. 3차대전으로 번질 우려도 있고 자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인이 본인 의지로 개인적으로 가는 거다.
외교부는 속으로는 공감할지라도, 겉으론 당연 절대 불허한다, 처벌한다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 같은 이유로 정부는 이근같은 의용군이 포로로 잡히거나 사살당하더라도 절대 개입해선 안 된다.
이근은 법적 처벌을 받을 걸 (물론 살아 돌아온다면) 알면서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최소,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하고있는 짓은 법적으로 타당한가? 아무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민간인 거주지를 폭격하여 어린아이까지 사지로 내몰고 있는게 합법한가?
그렇다면 사지에 내몰린 우크라이나와 함께 싸우기 위한 합법적인 방법은?? 여러가지 국제적 사안들이 얽혀있어, 안타깝게도 없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류애에 호소했다. 제발 도우러 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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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줄테니 다녀오라고 해도 가지 못할 일이다. 하나뿐인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니까.
의미있는 일을 하고있는 사람을 같잖은 이유를 대면서 조롱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생각해본다. 칼을 든 강도에게 붙잡힌 타인이, 내게 살려달라며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무서워서 구하러 갈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다. 그 행위가 불법이 아닌데도 말이다. 알지도 못하는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구하기 위해 죽거나 불구로 돌아올수도 있는 위험한 곳에 내 몸을 던질 용기가 없다.
무너질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함께 지키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 인류애를 위해 간절히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내 목숨을 걸고 가는 사람을 보고 적어도 비웃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모니터 뒤에서 키보드로.
이근을 비롯한 의용군들.
부디 다친 곳 없이 무사히 살아돌아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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