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요즘 챙겨보는 미국의 한 정치풍자 tv쇼를 보는데
쇼 호스트가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말했다.
일본해? 라니..오랜만에 들으니 생소했다.
'우리가 동해라고 부르는 바다를 두고, 국제적으론 통상 일본해라고 부르며
우리나라는 '동해'로도 표기할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리고 있고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 정도 내용까지만 알고있지, 언제부터, 왜 일본해라고 불리기 시작했는지 등등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여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져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정리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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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동해'라고 부르는 바다를 북한은 '조선동해', 일본 및 다른 대부분 국가들은 '일본해'(Sea of Japan)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양국 모두에 접해있는 바다를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명칭을 쓰고 있는 현실과
일본해 단독표기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양국이 쓰고있는 두개의 이름을 병기해야 한다고 하며,
일본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일본해로 고수해야 한다며(동해 이름 인정X) 해역 명칭에 대한 의견대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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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이 각자 '일본해', '동해'라고 부르는 이 해역은 우리나라, 북한, 일본, 러시아 4개국이 둘러싸고 있고 이 4개 국가들의 영해 +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이루어져 있는 'semi-enclosed sea'*이다.
(*semi-enclosed sea: 유엔해양법협약 제122조에 의해 규정된 반폐쇄해. 2개국 이상에 의해 둘러싸이고 좁은 출구에 의해 다른 바다나 대양에 연결되거나 , 또는 그 대부분이 2개국 이상 연안국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이루어진 만 또는 바다.)
#지명표기 관련 국제규범(국제수로기구, 유엔 결의에 따름)
이렇게 2개 이상의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영역에 대한 명칭은
1. 관련국들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거나,
2.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합의에 이르기까지 각국에서 사용하는 지명을 병기하는 것을 권고한다.
그런데 동해/일본해 해역 명칭논란의 경우 아직 합의가 되지 않으므로 2번.
(위 내용은 1974년, 국제수로기구 결의 A.4.2.6와 1977년, 유엔 지명표준화회의 결의 III/20에 나와있다.)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통용된 이유
1929년, 국제 수로 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IHO) 전신인 국제수로국 창립 회원국이었던 일본의 주장에 따라 , 수년간 논의를 통해 제작된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초판(1929)에 이 해역은 일본해로 표기되기 시작한다.
(국제수로기구는 세계 각국이 해상의 교통로인 수로를 안전하게 이용하게 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수로를 표시한 해도를 만들 때 쓰이는 명칭 및 약자를 국제적으로 통일해 수로 관계국의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는 활동을 주로 한다.)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는 국제기구에서 결정한 지명을 수록한 책자인 만큼 세계 해양의 경계 및 명칭에 중요한 인용자료가 되었다. 이 책자가 출간된 이후 전세계 지도제작자들은 이 자료를 표준으로 삼아 해양과 바다의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1차 국제수로 회의가 있었던 1919년과 초판이 발간된 1929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던 일제강점기 시대여서 우린 우리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다.
일본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정복할 야심을 가진 강국으로, 아주 힘이 센 나라였고
우리나란 그러한 일본의 약탈을 당했던 식민지. 이에, 국제사회에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위 책자의 초판 이후에도, 제2판이 발간된 1937년에도 우리나라는 일제 지배 하에 있었고
제3판 발간시인 1953년도 한국전쟁 (6.25)으로 정신이 없던 상황이었다.
제3판이 여태까지 개정되지 않았으니 약 70년 된 제3판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7년에야 국제수로기구에 가입하였다)
현재 국제수로기구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판을 발간 준비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하며 이후 꾸준히 유엔, 국제수로기구 등 국제기구 회의에서 동해의 국제적 통용명칭인 'Sea of Japan'의 단독표기에 꾸준히,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로비 등으로 무산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거절, 연기되는 등 2020년인 지금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일본 입장 (일본 외무성 자료 정리)
1. '일본해'라는 호칭은 18세기 말부터 유럽에서 우선 확립되었고 200여년간 국제적으로 통용되어 왔으므로 그대로 써야 한다. 지금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만 초래할 뿐이니 인정할 수 없다.
'동해'는 어디까지나 한국 국내 명칭일 뿐!
2. 유엔과 미국도 일본해를 공식 인정했다.
3. 한국과 북한은 1992년 제6차 유엔지명표준화회의서부터 ‘일본해’라는 호칭이 일본의 식민지주의의 결과이므로 해당 해역의 명칭을 ‘동해’로 개칭하거나,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4. 일본해는 태평양을 일본열도가 분할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여 붙여진 명칭이며 일본의 소유권을 주장하여 붙여진 명칭은 아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참조.
https://www.kr.emb-japan.go.jp/major_policies/maritime/korea.html
#우리나라 입장(외교부 자료 정리)
1.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이 일본보다 훨씬 먼저 사용해왔던 명칭이다.
-'동해'는 삼국사기, 광개토대왕릉비, 팔도총도, 아국총도 등 다양한 역사적 사료에서도 써져 있는, 한국인들이 2000년 이상 사용해오고 있는 명칭이다.
'일본'이라는 국호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게 8세기이므로 일본이라는 국호보다 700년 먼저 사용되었던 게 동해.
- 동해가 세계지도상에 등장하는 것은 16세기 초 동양을 탐험하기 시작한 서양인들이 지도를 제작하면서부터이며 동해지역은 조선해, 한국해, 동양해, 중국해, 일본해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었다.
16~18세기 초엔 한국과 연관된 명칭(조선해, 한국해 등) 더 많이 사용되었으나 18세기 말~부턴 서양지도를 중심으로 일본해가 더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
일본은 이러한 이유를 들며 일본해가 19세기초부터 국제적으로 확립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당시 국제 표준 지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위있는 기관에 의해 표준 명칭으로 결정된 적은 없다. 또한 당시 발간된 지도중 상당수는 명칭을 아예 표기하지 않았다.
->당시엔 일본해 및 한국과 관련된 어느 명칭도 확립된 명칭이 아니었다.
동해관련 고지도는 아래 링크에 더 많이 나와있으니 참조.
http://www.khoa.go.kr/kcom/cnt/selectContentsPage.do?cntId=51207200
- 또한 '일본해'라는 명칭은 이탈리아 신부 마테오 리치가 제작한 '곤여만국전도(1602)'에서 처음 사용된 명칭.
->일본해라는 명칭은 한국인들이 동일 해역을 동해라고 부르기 시작한 지 1600여년 이후에야 처음으로 사용.
- 일본변계략도(1809), 신제여지전도(1844) 등 당시 일본에서 제작된 다수의 지도에도 동해 수역을 '조선해'라고 표기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고려하면 고작 100여년간의 역사로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명칭이라 주장하는 건 부적절하다.
2. 동해지역은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 4개국이 인접한 해역이므로 일국의 국호를 따라 명명하려면 관련국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관련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관련국이 사용하는 명칭을 병기하는 것이 맞다.
3. 일본은 유엔이 일본해를 공식인정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엔이 아니라 유엔사무국.
유엔사무국은 '분쟁지명에 대해 양자간 합의에 이르기 전까진 가장 널리 사용되는 명칭을 사용한다'는 내부 관행에 따라 일본해 단독표기를 하고있는 것 뿐이다. 유엔사무국은 이러한 관행이 일방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안 된다고 했다.
미국도 마찬가지.
4. 불행했던 과거로 한때 국제사회가 인지할 수 없었던 우리의 바다 이름 ‘동해’가 세계 각국의 지도에서 널리 쓰이기를 희망한다. 양국 간 명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 못하고 있으므로 국제사회의 규범에 따라 동해와 일본해 두 이름이 함께 사용되어야 한다.
7,500만명의 한민족이 사용하고 있는 명칭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사용하는 명칭을 우선 고려한다'는 지도제작의 일반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국제적 동향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조사에 따르면, 2000년(일본 조사)에는 2.8%만이 '동해/일본해'를 병기했으나, 2005년(일본 조사)에는 10.8%가 병기(상용지도의 경우 18.1%)했고, 2007년(한국 조사)에는 23.8%가, 2009년(한국 조사)에는 28.07%가 '동해/일본해'를 병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근 100여년간 일본해 영문표기인 'Sea of Japan'이 국제적으로 통용되어왔었음에도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단체, 그리고 우리 국민 개개인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으로 East sea(동해)표기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Economist, Financial Times, CNN등 세계 유수 언론사 및 미국의 최대 지도제작사인 Rand McNally사와 National Geographic 등 에서도 동해/일본해 병기를 사용 -> 현재 약 100여건의 동해/일본해 병기사례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 정부는 '일본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외신 및 출판사, 지도 제작 업체 등에선 일본해만 단독 표기중이라 한다.
특히 위 100여건의 병기사례는 모두 언론사, 지도제작사등 민간분야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각국 정부 간행 지도에도 동해표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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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내 의견을 써본다.
한국과 일본 양국이 서로 주장하고 있는 '동해'와 '일본해'라는 명칭을 붙이고 싶은 바다는
어떠한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공해(公海)이다.
그래서 독도같은 영역 소유권도 아니고 그저 명칭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본이 저렇게 단독표기를 주장하고, 한국은 그걸 또 반박하고, 양국이 이 이름 하나 가지고 수십년을 다투는 걸 보면 분명 양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테다.
왜?? 생각해 보았다.
일단 우리가 먼저 오래 전부터 써왔던 이름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는 이 바다가 우리나라의 의견을 1도 반영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한 국제회의에서 '일본해'라 불리기로 한 것에 대한 부당하고 억울한 감정, 우리 입장에선 당연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한 발 물러나 이미 국제적으로 써왔던 시간이 있으니 우리 명칭, 일본 명칭 둘 다를 표기하자고 하는데 무조건 싫다는 일본.
이에 자연스레 올라오는 반감.
일제강점기에 잔인하고 악랄하게 우릴 짓밟았으면서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게 일본이고 , 엄연히 우리 땅인 독도도 자기들 땅이라 우기는 등 역사왜곡을 서슴치 않는 게 일본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게 아닐까. 하나 둘 일본 뜻대로 두다간, 우리 역사, 다 일본 뜻대로 왜곡되겠다고.
어차피 그저 명칭일 뿐이니, 지금처럼 국제적으론 쓰던대로 일본해라 하고 우리끼린 동해라 말하면 되지 않냐고?
아무리 국내에서 동해라고 부르고 써도 세계 여러나라 지도들에 일본해라 되어있고 그걸 인정하면 ,
지금은 몰라도 후에 태어날 미래 세대들은 자연스레 국내에서도 동해 대신 일본해라고 부르게 될 확률이 높을 것 같다.
그리고, 동해/일본해 명칭 논란의 중심엔 '독도'가 있다.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섬.
한국어로만 동해라 쓰고 영어를 포함한 다른 나라 언어론 일본해라 부른다면
세계사람들 인식에도 일본해에 있는 독도가 한국보단 일본 땅이라는 생각이 커질 것 같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은, 아~ 일본해에 속한 일본 땅이구나. 하고 그냥 넘겨버릴 수도.
일본 정부가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면
그 섬 주위를 흐르고 있는 동해바다 명칭 문제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우리나라가 만약 국제수로 첫 회의가 열렸던 1929년에, 일본의 식민지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참석할 수 있었더라면
우리 민족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바다에 '일본해'라는 명칭 단독 표기에 참석했을까?
#'동해'라는 이름
다만, 일본해와 함께 병기할 국제적 이름을 동해의 영어 이름인 East sea로 해야 하나는, 글쎄, 별로인 것 같다.
동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동쪽에 있는 바다로 순전히 방향을 기준으로 한 이름인데.
이에, 방위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입장에선 동해이지만, 일본 입장에선 서해가 된다.
베트남에선 남중국해를 동해라 부르고 독일과 스페인에선 발트해를 동해라 부른다고 하니,
(물론 각 나라의 언어가 다르므로 말하고 읽는 게 다르지만 결국 뜻은 East sea.)
이름 충돌이 일어나기 쉽겠다.
특히 '해양과 바다의 경계' 해도집 50번엔 동중국해가 Tung Hai로 등록되어 있다.
같은 뜻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러한 명칭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일본해와 명칭을 병기해야 한다면 '동해'라는 명칭보단 'Sea of Korea'인 한국해로,
단독 표기로 가야 한다면 어떤 국가의 명칭도 포함하지 않는 제3의 이름을 썼으면 좋겠다.
Sea of East Asia나 Far east sea 같은.
이는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어쨌든 .. 우리쪽 이름을 어찌 하였든 '일본해'로의 단일 표기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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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애국가는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첫 소절을 시작한다.
신라의 문무왕은 자신이 죽으면 동해에 묻어달라 했다. 동해바다의 용이 돼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것이라 유언했다.
신라 호국용들의 혼이 서린 동해 앞바다를 향한 곳에 석굴사가 지어졌다.
동해바다는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 했다.
'동해'를 일본해라 불리게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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