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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창완 밴드 뭉클 콘서트, 마음이 뭉클 뭉클해요.

by Boribori:3 2019. 5. 13.

2019년 5월 11일.

기다리고 기다렸던 김창완 가수님의 콘서트에, 갔다왔다.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분이 부르셨던 노래들을 계속 듣고 있는 지금.

사실 어떤 노래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콘서트에 갈 만큼 그 노래를 부른 가수까지 좋아해본 적은 없었다.

아이돌을 한창 좋아할 시기인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친구들과 동생들이 남자그룹(그땐 동방신기, 2PM, 신화였었다.)들에 열광하고 했을 때도 나는 그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드디어 그 감정이 이해가 된다!

 

29년만에 처음으로, 그 가수 한 사람을 보기 위해 달려가게 된 콘서트.

김창완 밴드. 이름하여, '뭉클 콘서트'.

아직도, 가슴이 뭉클뭉클 하다.

이 분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참 꿈만 같다.

 

벌써 1년이나 지난 이야기이지만,

콘서트에 다녀온 이 여운이 가시기 전에 그날을 회상하며 내 공간에 기록하고 싶어졌다.

(윽. '회상'하니 어제 저녁 그분이 부른 '회상'노래가 토옥-하니 머릿속에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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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로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도 서로의 생일 근처 날에는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꼭 보자고 - 그러니까 1년에 3번은 만나자고 약속한 친한 친구들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시절 , 서로 멀어지게 되어 한 약속이니 벌써 10년이 넘게 지키고 있는 약속.

작년 4월, 솜솜의 생일 기념 모임은 녹사평역에서 했다.

셋이서 4월의 따스한 봄날의 그곳을 걷고 있는데 1층 까페의 한 테라스에서 많이 뵌 듯한 분을 보게 되었다.

김창완 가수/배우님이었다.

어렸을 때 꼭 챙겨봤던 요정 컴미 명태 아버님으로 처음 알게된 분.

 

싸인을 받으러 가고 싶었지만 일행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방해하는 것 같아서 망설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근처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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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고파서 음식들을 시키고 맛있게 먹고있는데 망설이다 지나친 그분께서 들어오셨다.

그리고 고개만 옆으로 돌리면 볼 수 있는 아주 가까운 테이블에 앉으셨다. 그 일행분들과.

가슴이 또 두근두근 뛰었지만, 낯가림도 있고 친하지 않은 이상 좋아해도 표현을 잘 못하는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이것은 엄청난 우연 중 우연 아닌가, 이런 기회가 또 올 것 같아?

어서 싸인 받으러 가 !!

 

그러다 또 망설여지는 게 오랜만에 즐기시고 있는 사생활을 방해하는 건 아닌가, 괜히 피해 끼치지 말자.

남에게 민폐끼치는 걸 제일 싫어하기에 , 고민에 고민을 하다.. 포기를 했다.

(그만한 용기를 낼 만큼 팬은 아니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겨우 포기를 하고 저녁을 다먹어 계산대로 가서 돈을 내고 나오려는데, 김창완 가수님 일행분들도 마침 계산대로 나오시는 게 아닌가.

 

우와. 이건 정말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다.

하고 여태 고민했던 걸 실행했다.

아주 부끄럽게 수줍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팬이라고.. 싸인 한장 부탁한다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셨으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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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어 쭈뼛쭈볏하는 팬을 환하게 웃으시며 인사해주시는 김창완 가수님..

사진도 찍고 서로 나갈 타이밍이라 식당 밖을 함께 나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아까 까페에서 봤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나쳤던 일, 음악들 너무 좋다고 잘 듣고 있다고 종알종알 말을 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재잘재잘.

그리고 믿을 수 없었던 가수님의 제안,, 시간되면 함께 와인이라도 한잔 하자고.

그렇게 우리는 그분과, 그분 일행분들(일행분들은 무슨 죄,,)과 함께 와인을 마시러 가게 되었다.

(설명하기 길어 생략하나 와인은 데낄라로 바뀌게 되었다)

 

티비에서만 보던 그분과 함께하는 자리라니,,

 

낯선 이태원의 그곳에서 멕시코의 술, 데낄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며 그분에 대해 느꼈던 것.

정말 '예술가'이시구나.

꾸밈이 없는, 예술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솔직한 사람.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너무 재밌고 해서 원래 알았던 옆집 아저씨인가 생각할 뻔 했던 .

 

'무엇인가'를 중시하는 것 같은 점잖게 차려입은 친구라는 일행 분들과도 정말,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사람에게 있어 나이는 정말 나이일 뿐, 숫자에 불과할 뿐이구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구나.

 

그분께선 계속 함께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셨지만

함께하시는 일행분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아 우린 눈치껏 일이 있다 하고 자리를 나왔는데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주신 그분께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어,

꽃집에 들러 꽃 한송이를 사서 다시 그 조용한 술집에 가 꽃을 전해 드리고 나왔다.

 

그게 벌써 1년 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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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나게 된 그분은.

정말 빛이 나셨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귀에 날아와 꽂혔다. 무대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으니 표정 움직임, 목소리 떨림 하나하나가 다 느껴졌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이렇게 멋있게 느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감탄하며 그분이 만들어낸 음악을 듣는데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응원하려 가져오신 네온막대기(?)를 어떻게 키는지 모르셨는지 말을 걸어오셨다.

학생(난 학생이 아니었지만..), 이거 어떻게 키는지 알아요? 반짝이게 하고 싶은데..

그러면서 알게 된 게 아주머니는 중학생때부터 팬이라고 하셨다. 열몇살때부터 좋아해서 60이 다돼가는 지금까지 팬이니까, 40년이 넘은 팬.

그런데 정말,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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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누간가의 마음을 웃게 하고 울릴 수 있는 사람.

세월이 지나도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어주는 사람.

나도 그렇게 늙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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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이번 콘서트에서 음악과 음악 사이에, 소개하신 직접 쓰셨다는 시 한편이 잊혀지지 않는다.

제목은 늙은 가수.

'늙은 가수가 걸어간다.

남루한 히트곡을 입고.

새 옷을 입으려니 몸이 불편하고

벗어버리자니 날이 춥다.'

 

안 남루해요!!!!

라고 외친 청중석의 그분 팬 중 한 분이 외친 말처럼 내 마음도 같았다.

하나도 안 남루해요.

시간이 지나도, 아니 지날수록 진해지고 빛이 나는 노래들이에요, 당신이 만든 음악들은.

그때 태어나지도 않은 제가 들어도 마음이 울컹 뭉클 한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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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끝나고 공연장 밖을 나서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노을이.

1년 전 전해드린 노란 꽃 한송이,

이번에도 드리고 싶어 가져 갔지만, 전해줄 시간이 없었다.

공연이 끝나면 따로 싸인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하길래,

에이. 좋은 자리에서 멋진 음악 들으며 감동할 수 있던것만으로 만족해, 하며 자리를 떠났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만날 수 있었는데..

 

다음 공연 때는 꼭 - 전해드리고 싶다.

그분과 어울리는 색의 예쁜 꽃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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