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저유소에 있는 기름탱크 하나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웃긴 게, 폭발 원인. 그것은 바로 풍등!
축제나 행사 등이 있을 때 하늘로 날리고 하는 바로 그 풍등..
하늘로 날린 풍등이 저유소 탱크 주변에 떨어졌는데 불이 났고, 이 불이 옮겨붙어서,, 국가기간시설을 폭발시켰다는 것.
미사일도 아니고..
딱 이 말만 들어도 어이가 없었는데 경찰들의 초동대처는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경찰은 수사의 초점을 저유소 안전관리가 아니라 풍등을 날린 외국인에게 맞췄었다.
그럼 이번 사건을 요약해 본다.
#고양저유소 폭발사고
- 10월 7일 오전 10시 32분, 스리랑카 근로자 A씨가 풍등을 날림
-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다 저유소 탱크 바깥 잔디에 추락, 잔디에 불이 붙음
- 대한송유관공사, 잔디에 불 붙은지 18분 동안 화재 사실 인지 못함
- 10월 7일 오전 10시 56분, 잔디에 붙은 불이 탱크 근처로 옮겨 붙으며 탱크 폭발
- 10/8 경찰, 스리랑카 A씨 긴급체포, 10/9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 검찰, 구속영장 기각: "탱크 근처에 떨어진 풍등과 폭발 사이 인과관계 설명이 부족하다, '중실화' 혐의 적용은 어렵다."
(=A씨의 풍등만으로 불이 난 건지, 다른 과실들과 결합해 일어난 화재인지 아직 모른다.)
- 경찰: A씨 출국금지 시키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중실화?
(사진-kbs)
중실화 혐의는 화재로 인한 피해가 크고, 고의성이 클 때 적용된다고 한다.
단순 실화가 구속수사도 불가하고 벌금형만 있는 반면, 중실화는 구속수사 가능에 징역형까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실화죄와 중실화죄를 구분할 수 있는 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을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미필적 고의라 해서 중실화죄.
이번, 저유소 폭발사고는 분명 막대한 피해가 있었음은 분명하기에, 중실화 혐의가 인정되려면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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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발로 인해 휘발유 등 석유 440만 리터가 날아가 재산피해액만 43억원이라고 한다. 정말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없었고.
#현행법
- 소방기본법 12조: 소방본부장, 소방서장이 풍등 등 소형 열기구, 그 밖에 화재 예방상 위험하다고 볼만한 행위는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
->풍등을 날리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님, 현행법상 소방당국의 금지/제한 명령만 없으면 날릴 수 있음
- 화재 예방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
#현재까지 수사결과
- 스리랑카 A씨는 터널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불법체류자 아님)
- 공사 현장 쉬는시간을 이용해 풍등 날림 (떨어져있던 풍등을 발견해 호기심에 날렸다고)
- CCTV 45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전담 관리자가 없었음(풍등의 불씨가 잔디밭을 18분동안 태우는 것을 cctv가 생중계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몰랐음)
- 화재 방지 센서가 없었다.
- 사고가 일어난 날, 저유소 주변의 유증기 농도가 정상보다 높았다.
(정상적인 농도였다면 불이 붙지 않는다고.)
- 기름 저장 탱크에는 유증기를 배출하는 배기구가 있는데, 배기구엔 인화방지망이 두 겹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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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기름 수백만 리터를 저장하고 있는 탱크들이 많은 저유소가 어떻게 천원짜리 풍등 하나에 폭발하다니, 웃기지 않는가?
왜 탱크 근처 잔디밭에 불이 붙은지 18분이 지나도록 저유소 측은 몰랐을까? CCTV 45대의 존재이유는 무엇?
위험물 주변에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잔디를 심은 이유?
대충만 생각해봐도 너무 허점 투성이다.
폭발에 취약한 인화성 물질을 취급하는 곳은 무엇보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대비에 철저해야 한다.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석유를 저장하는 저유소가 이렇게 쉽게 터져버린다는 건 국가적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혹여나 누군가 풍등을 저유소 근처에서 고의로 날렸다 해도 풍등 하나에 속수무책인 게 말이 되는지?
만약 이번 사고를 초래한, 풍등을 날린 사람이 우리나라 어린이었다거나
미국같은 선진국 사람이었어도 이렇게 바로 긴급체포에 영장청구를 하며 모든 책임을 물으려 했을까?
또한 인화방지망은 유증기에 불이 붙었더라도 배기구로 들어가기 전에 불을 끄는 역할을 하고, 폭발한 탱크엔 이 망이 두겹이나 설치돼있었다 하는데 뭘까.
물론 이 망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인화성이 강한 물질을 다루는 곳엔 관련 안전설비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점검을 해야 하는데 과연 이런 점검들이 잘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또한 실제로 폭발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소화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선 "운이 나빠" 폭발시 소화장치까지 파손되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우연이 겹칠 수가 있을까?
고의인지 우연인지 모를(아직 결과가 확실히 나오지 않았으니까) 날렸던 풍등에서 떨어진 불씨가 기름탱크를 폭발시켰던 이번 사건.
무엇이 사건의 본질일까?
풍등을 날린 행위? 절대 아니다.
이번 저유소 폭발사고의 본질은, 안전관리 소홀이자 화재방지시스템 미비이다.
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모두 덤터기 씌우려 하지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좀 더 철저히 하고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해야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뒤늦게 후회해봐야 소용없다는 , 비꼬는 속담이지만
잃었으니 외양간, 반드시 고쳐야 한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
그래도 인명 피해는 없었던 이번 사고는 앞으로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하게 만들어(그래야 할 텐데.) 더 큰 피해를 막게 된 감사한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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