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로 아스팔트마저 균열이 가게 하는 이번 여름의 미친듯한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폭염 속의 서울도심 한복판에 약사, 대한약사회 회원 등 3천여명이 시위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최고기온이 37도를 찍었던 29일 오후 2시. 가장 태양볕이 뜨거울 시간에.
이들이 시위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편의점의 약 판매를 중지하라'는 것.
이번 집회의 이름은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였다.
(사진출처-국민일보)
...'국민건강 수호'라고?...
# 편의점 상비약 판매
- 시행년도: 2012년 11월부터
- 편의점 상비약 종류: 해열진통제 5종, 소화제 4종, 감기약 2종, 파스 2종 -> 총 13개 품목.
-> 성분, 부작용,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환자 스스로 사용여부를 결정해도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고 안전상비약 심의회에서 지정한 약품들. 이들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prescription medicine)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는'일반의약품'. (over the counter drug)
-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편의점 판매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품목은 제산제(위산으로 인한 속쓰림, 위통 증상 완화), 지사제(설사 증상 완화) 등.
# 편의점 상비약과 관련한 약사들의 주장
- 일반의약품도 오,남용시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
(진통제로 유명한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예로 듬.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편의점 판매로 인해 과다복용, 음주 뒤 복용 등의 문제가 있음.)
- 늦은 시간에 약국이 문을 닫는 문제는 밤 늦게까지 운영하는 '심야약국' 수를 늘리면 된다,
-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 편의점 판매약 확대정책 등은 의약품의 안전성, 국민이 건강할 권리 따윈 안중에도 없는 적폐정책이다.
- >요약: 모든 약은 약국에서 전문 약사들을 통해 처방되어야 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편의점약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통계
- 2008~2016년 고대안암병원 응급의료센터 환자 중, 편의점 약 판매 시행 전(71명)보다 후(29명)에 아세트아미노펜 중독환자가 줄었다.
(자료:대한임상독성학회지)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에만 의약품 부작용이 약 23만 건. 그러나 이 중 상비약과 관련한 부작용 건수는 0.1%에 불과.
- 편의점 판매가 시작된 첫 해인 2012년, 현행 13품목 편의점 상비약에서 발생한 부작용: 124건.
이 중 편의점 공급량 194만개, 약국 59만개를 고려하면 부작용 발생률 0.0048%. (고려대산학협력단 최상은 교수 연구자료)
2014년엔 상비약 공급량 1412만개 중 부작용 발생 223건 -> 부작용발생률 0.0015%
2015년 상비약 공급량 1708만개 중 부작용 발생 368건 -> 부작용발생률 0.0013%
- 타이레놀(500mg) 부작용 발생률: 2013년 0.0024%, 2014년 0.002%, 2015년 0.0017%
- 판콜에이 내복액 부작용 발생률: 2013년 0.001%, 2014년 0건, 2015년 0.0001%.
-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 시행실태 조사 연구 보고서(복지부, 고려대 약학대 연구진 발행)' 에 따르면
19세이상 소비자 1389명 중 응답자 93.9%가 편의점 상비약에 편하다고 응답, 구입이유로 '공휴일, 심야시간에 약이 필요한 경우'가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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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해 약사가 된 그들은 억울하다.
아무리 상비약이더라도 '약'을 사려면 약사를 통해서 샀으면 좋겠는데 누구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으니.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만큼, 약국의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이유로, '국민을 위해서' 라는 이유를 든다.
약은 전문가인 자신들을 통해 판매되어야 '국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웃기는 소리라 생각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이 떨어지는 게 싫어서이겠지.
물론 전문적인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들은 그들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일반 두통약, 소화제, 파스 등 처방이 필요없는 약조차도 규제하자는 건 자신들의 밥그릇지키기, 기득권지키기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대학 근처 원룸 건물주들이 기숙사 건설을 반대하는 것과, 집 값이 떨어질 것 같으니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특수학교 건설을 반대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오,남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 생각되는 약은 약국에서도 처방 없이 판매해선 안 되지 않을까?
약의 오남용에 구매처가 무슨 상관이란 말일까? ..
같은 약이라도 약국에서 팔면 안전하고 편의점에서 팔면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말인가?
나는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약 말고도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타이레놀 같은 약을 약국에서 산다.
약국과 편의점이 둘다 가까이 있고 열려있으면 같은 약을 사더라도 약국에 가서 산다. 편의점에서 사는 건 약국이 멀리 있을 때나 문이 닫혀있는 밤이나 새벽시간.
그런데 편의점에서 사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는 곳이 많다.
그 약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은 커녕 아주 기본적인 설명도 해주지 않고 그냥 계산만 하고 약을 건네주는 약사들이 대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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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내 편의점수는 4만개가 넘어가고 있는데 약국 수는 이의 절반 정도 되는 2만여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이 병원 근처에만 .
게다가 당직약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약국은 아침에 열고 저녁즈음에 문을 닫는다.
약은 당장 필요한데, 몇 개 없는 약국은 문이 닫혀있고 - 이런 국민들을 위해 국가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를 허용했던 것이다.
편의점 약판매를 시작한게 2012년이니 지금까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이로 인한 사고가 이슈화되었던 적 있었는가?
편의점 약이 사라지면, 국민들의 편의성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새벽 1시에 갑자기 찾아온 두통 때문에 문을 연 심야약국을 찾아다녀야 한다.
심야약국을 운영하려면 심야에 일하는 약사들이 필요하고 심야에 일하는 만큼 약사들의 희생 그리고 그만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약사들은 가방끈이 긴 전문인력이기에 요구하는 인건비도 높을 수밖에 없다. 편의점 알바생의 시급과 같을 수가 없다.
그래도, 서울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은 수요가 꽤 있을 수 있겠지만, 수도권을 벗어난 대부분의 지방도시나 시골은 밤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 자체가 적다. 그런데도 심야약국이 굴러갈 수 있을까?
즉, 편의점 약 제도가 폐지되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심야약국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그 시간에 일하는 약사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고.
그 보상은 국가에서 해 줘야 한다. 얼마나? 약사들은 또 이 지원금의 액수에 대해 집회를 열 것이고 이 지원금은 결국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갈 것이다.
...다가오는 8월 8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편의점 약 품목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고 하는데, 과연 결론이 나올까?.
(이미 이 회의는 지난 8개월간 5번이나 열렸었지만 약사회의 반대가 거세 아직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었다.)
이번 집회 이름인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의 목적이 정말 국민건강을 생각함이었다면
왜 이를 보는 국민들은 응원해주고싶지 않는 걸까.
의료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면허증이 부여하는 관련 업무를 돌볼 수 있는 '권한'은 이 업무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직결되기에 국가에서 부여한 것이다. 이를 자신들만의 특권이라 생각하며 국민 안전을 명분삼아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만 연연하는 것에,
국가가 휘둘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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