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제럴드의 게임(gerald's game) 결말 해석 (스포O)

by Boribori:3 2017. 10. 23.

어제 밤에 보다가 너무 무서워, 중간에 보다가 포기하고 껐다가 오늘 낮에 다시 봤다.

 보통 공포영화와는 달리 귀신도, 잔인한 연쇄살인마도,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깜짝 놀래킬만한 요소도 없으며 괴이한 공포음악, 이런 것도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영화 내용의 대부분은 침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일어난다.

그래도 심장은 계속 두근거림을 멈추지 않고 , 섬세한 심리묘사와 배우의 연기력에 무엇보다 주인공의 감정에 강하게 이입되어 내가 주인공인가 싶을 정도로 빠져들어 봤었다. 몰입도와 흡입력이 굉장히 높은 영화.

 

 

.

.

 

 

#줄거리

 

제럴드(남편)와 제시(아내)는, 좋지 못한 부부관계를 호전시키기 위해 외딴 곳에 있는 별장으로 단둘이 여행을 떠난다.

 

별장에 도착한 둘은 각자 다른, 특별한 섹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제시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위해 아름다운 속옷을 준비했고, 제럴드는 아내를 결박하기 위해 수갑을 준비했다.

 

이에 제시는 당황했지만,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순순히 제럴드의 요구에 응해준다.

양 손을 모두 각 침대의 기둥에 결박당한 제시.

 

그런데 제럴드는 아내를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자신의 만족을 위한 강압적인 섹스를 하려한다. 이에 기분이 상한 제시는 그를 강하게 저지하며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난다.

제럴드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 평소 발기부전으로 비아그라를 복용해왔던 것이 아마 문제인 듯 하였다. 제시는 인적 드문 외딴 별장의 침대에 양 손을 결박당한 채로 고립되고. 근처를 지나다니던 배고픈 들개는 , 죽은 남편의 시체를 뜯어먹고 있고. 제시는 탈진과 공포로 서서히 죽어간다.

 

공포에 질린 제시에겐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환영들은 - 이 극한 상황을 벗어나서 탈출하라 하기도, 포기하고 죽어버리라고도, 그녀의 과거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

 

.

 

#누구도 오지 않을, 고립된 곳에 결박된 채로 갇혀있는 극한적인 상황에선,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절대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극심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물리적 공간은 거의 침실 한 곳에서 전개되었지만 그녀의 공포가 불러낸 환영들이 그녀를 휘두르며 압박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떠올리게 되는 그녀의 끔찍했던 과거이야기는 지루할 틈을 한 순간도 주지 않는다.

 

 

 

#제시의 아버지, 제시의 남편.

 

제시는 12살 어린 소녀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어린 딸이 이 사실을 절대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게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 제시는 그 사실을 평생 가슴 속에 묻는다. 그리고 이를, 아버지의 탓이 아닌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던 , 엄마와 함께 개기일식을 보러나가지 않았던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책을 하며 아이답게 있을 수 없는 불운한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그녀가 자라, 남편으로 맞이한 제럴드는 부유한 중년의 변호사였다. 겉으로만 봐도 제시와 나이가 많이 차이나 보인다.

중년, 그리고 변호사라는 직업은 제시를 성추행했던 아버지와 공통점.

제시는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계속 영향을 받고 있었다고 느껴졌다.

 

 

#제시의 탈출

제시는 자신을 결박하던 수갑에서 결국 손을 빼내고 (이 과정, 매우매우 잔인하다는 소문을 들었던지라 공포영화 못보는 나는 빨리 넘겨버렸다.) 그 외딴 별장에서 탈출해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별장 밖을 나서기 전, 사신 "문라이트"에게 (그녀의 공포감과 탈진이 만들어낸 환영인 것처럼 연출되는.) 끼고있던 결혼반지를 줘버린다.

 

이 장면들은 아버지와 남편, 이, 자신의 행복할 수 있었던 인생을 빼앗아가버린 두 남자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제시는 아버지와 있었던 일들을 어른이 되고 제럴드를 만나 결혼생활을 했을 때에도 입밖으로 꺼낸적이 없었고, 자신은 이를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었다..

 

그래도 결국 제시는 과거를 극복해낸다.

 

#탈출 후

- 6개월 후. 제시는 몸은 물론 상처받았던 마음도 회복을 하고 있는 중.

제시는 12살 어릴 적 자신에게 (아버지에게 성추행했었던 나이.) 편지를 쓴다.

그리고 죽은 남편으로부터 나온 보험금으로 자신처럼 아픈 기억을 가진 희생자들을 도와준다.

 

#문라이트=환영이 아니라 실존인물.

 

-탈출후에도 제시는 아직도 잠이 들면 사신 문라이트가 나오는 꿈을 꾼다. 문라이트에게 준 결혼반지는 이때까지 찾을 수 없었다. (문라이트는 그녀의 환각이 만들어낸 환영에 불과했다고 가정하면 어딘가엔 있어야 하지만 없었다.) 

 

- 그녀는 어느날 신문기사를 보다가 문라이트가 환영이 아니라 실존인물이었다는 걸 알아낸다. 살인마에, 시체의 얼굴을 먹으며, 시체의 물건을 강탈하는. 

 

 

#시체 뜯어먹던 개

죽은 남편 제럴드를 뜯어먹으며, 제시를 더욱 경악하게 했던 굶주린 개는 사실 개가 아니었고, 그 시체먹는 엽기적 인물.

 

#개기일식

제시가 성추행을 당했을 때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서, 낮인데도 밤처럼 어두워지는 개기일식 때였다.

 사신이 문라이트(Moonlight=달빛)로 표현되는 것도 그렇고, 달은 절망을, 태양은 희망을 의미하는 것 같다.

 

 

#결말

그 엽기적인물이 재판을 받는 날, 제시는 그 재판정으로 가며 그 인물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에게로 걸어가 'YOU'RE SO MUCH SMALLER THAN I REMEMBER' (당신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작군요.)이렇게 말하고 웃으며 나간다.

재판정 밖으로 나온 제시를 태양빛이 환하게 비춘다. 제시는 웃으며 선글라스를 끼며 태양을 마주한다.

 

아픈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희망을 마주본다는 뜻 아닐까.

 

 

 

 

p.s. 문라이트를 좀 무섭게 연출했으면 공포감이 더 했을텐데. 문라이트가 너무 현실감없게 웃기게 나와서 여기서 몰입도 조금 하락.

 

 

 

 

 

 

평점은 낮은데, 역시 영화는 평점보고 보면 안된다는 걸 알려주는 괜찮았던 영화.

 

(아. 그나저나 다시 월요일이 돌아왔다.. 월요일 새벽 한시. 가장 심난할 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