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추석을 사이에 둔 약 열흘간의 황금연휴.
친구가 표를 예매해 두어, 영화를 보러 갔다.
킹스맨2.
사실 킹스맨이 전작이 있는지 몰랐었는데 그래도 후속작을 보기 전에 1편을 보고가야지 - 하고 생각만 하다가, 귀차니즘으로. 결국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2편을 보러 갔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
1편 안보고 가도, 내용 이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원작과 비교 안하고 볼 수 있어서 기대감이 없었기에 그로 인한 실망감도 없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한줄평을 하자면,
화려한 액션씬으로 상업성은 강하나,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상당히 불편했던 영화.
#줄거리
영화 내, '악의 축'인 마약을 제조/유통/판매하는 국제적 범죄조직이 '선의 축'인, 우리의 히어로! 킹스맨이라는 국제적 비밀조직의 기밀을 해킹해 소수 몇명만 남기고 궤멸시켜버린다.
힘이 없어진 킹스맨은 - 최후의 보루로 미국 켄터키에 있는 스테이츠맨을 찾아가 이 세상을 마약으로 다스리려는 악의 축들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선과 악?
킹스맨, 스테이츠맨들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씬들을 위해, 영화감독은 수적으로는 아주 열세한 우리의 히어로들에게 엄청난 힘과 기술을 선사하며 수많은 '악의 축' 똘마니들을 벌레 죽이든 죽여나간다.
이 악의 축 똘마니들은 괴물도, 외계인도, 로봇도 아닌 사람이었고 이들은 영화 속 히어로들에게 머리가 날아가고 팔다리, 허리가 잘려서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그러나 나오는 음악은 신나고 즐겁고 격정적이다.
킹스맨의 지인들이 무고한 죽음을 당한 것에 분노해 불특정 다수를 아주 신나게! 거침없이 살해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킹스맨들이 지키고자 하는 건 세계의 평화와 안전이 아니라 자신들이 아끼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과장하자면
선(주인공, 주인공의 지인들) vs 악(나머지)
#선정성, 잔인함
나는 원래 공포영화도 , 잔인한 영화도 싫어한다. 특유의 공포감 조성하는 음악도 싫고 예상치 못하게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유발원인물들도 싫었다. 피가 낭자한 붉은 화면들은 꿈에 나올까 무섭고..
그런데 킹스맨은, 방금 위에서 말한 공포요소들은 없다. 그런데도 끔찍했다...
그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게끔 상상의 여지를 주면서 사람을 산채로 분쇄기에 갈아넣는다. 이런 일이 일어난 장소는 아주 환하고 깔끔한 레스토랑 안. 그리고 갈려진 고기들로 햄버거를 만들어 '친구'에게 먹게 한다. 밝게 웃으면서.
..최소 아이들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한동안 햄버거, 먹지 못할 것 같다.
# '정의'를 위해 희생되는 불특정 다수들
킹스맨들이 악당 측 똘마니들을 미친듯이 죽이는 것처럼 , 영화엔 또 다른 부류의 희생자들이 있다.
바로 ,, '마약'에 손댄 일반인들. 영화 속에 절대적 악으로 묘사되는 골든 서클의 수장 '포피'는, 마약에 바이러스 같은 것을 넣어 유통시키고, 이 마약에 손댄 국적, 나이, 성별 불문 사람들은 얼마 안있어 죽게 된다. 해독제가 없으면. (물론 해독제는 포피가 가지고 있다.)
포피는 대통령과 딜을 한다. 마약 합법화를 하지 않으면, 해독제는 없고 수억명의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고.
그러나 대통령의 소신은 매우 확고하다. 마약에 손댄 사람은 모두 죽어 마땅하다고. 이 기회에 마약하던 쓰레기들은 싹 쓸어버리고 새 출발하면 되겠다고 속으로 흐흐흐~ 웃는다.
마약에 손댄 사람들에는 정말 일상이 마약이었던 중독자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호기심에 한두번 해본사람들, 의료용으로, 고단하고 피로한 삶을 위로하고 그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려고 이용했던 -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 자식, 여자친구 등이었던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그래도 이들은 결국 정치적으로 '불법'인 "정의"와 반대되는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었고 죽어 마땅한 쓰레기들로 매도된다.
쓰레기로 매도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들이 뽑은 대통령.
이들을 다 죽여버리는 것이 정의를 위해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일까? 그렇다면 그 정의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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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를 위해서라면 희생은 불가피한가,
정치를 이끌어가는 국가 지도자들의 가치관이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그 지도자는 어떻게 지도자가 될 수 있었는가,
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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