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2달 걸린 착오송금 반환과정 후기.

by Boribori:3 2017. 10. 10.

착오송금은 말 그대로 돈을 본래 보내려던 계좌가 아니라 의도치 않은 계좌로 잘못 보낸 금융사고이다.

금융감독원의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착오송금으로 잘못 보내진 돈 액수만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5년 반 동안 9611억, 즉 약 1조원에 육박했다고. 그런데 돌려받지 못한 액수는 56%... 약 5400억원. 반환 자체를 포기하거나, 소송 중인 상황이라 한다.

(출처- 네이버뉴스 목록 캡쳐)

 

^^

돈을 잘못 보내긴 쉽지만, 돌려받기는 까다롭다.

일단, 착오송금을 했을 경우 , 대처법은 매우 간단하다. 단, 수취인이 반환에 흔쾌히 동의했을 때.

송금한 은행에 자금반환 요청-> 송금은행에서 잘못 송금 받은 수취인에게 연락해 자금반환 요청 -> 수취인이 자금반환에 동의 ->자금 반환.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엔.. 수취인이 반환에 동의를 잘 안해줄 경우엔.

매우 곤란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특히 잘못 보낸 송금 액수가 클 경우.. 마음은 황폐해져만 간다.

..

 

여기서부턴 경험담.

 

#착오송금 반환과정. 길고 긴 2달.

잘못 송금한 액수는 500만원이 넘었다. 한시라도 빨리 찾고 싶어 서둘렀으나, 다급한 건 잘못 보낸 당사자 뿐. 그 아무도 서두르지 않는다.

- A: 송금 잘못 보낸 수취인

  B: 거래은행

  C: A가 사용하는 은행

-  8월 초, 인터넷뱅킹으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여 A에게 잘못 송금.

-  이체완료 버튼 누른 거의 바로 즉시, 잘못 송금한 사실을 깨달음

-  송금시 이용한 B은행에 전화해서 착오송금 사실을 알리고, 자금반환 요청

-  B은행은 A에게 실제로 자금을 지급한 C은행에게 연락해야 한다고 해서, C은행에 연락해, 상황 설명 후 자금반환 요청

  (이 과정에서도 많은 시간 소요. 서로 자신들 담당이 아니니 여기로, 저기로 전화하라고 함. 그러나 실제로 전화하면 비슷한 말 반복. C은행의 자금반환 관련 담당자와 연락이 닿기까지 엄청난 스트레스.)

-  C은행 측에서 A에게 연락시도, 그러나 A, 은행을 보이스피싱으로 오해 하고 끊음, 이후에도 A는 은행측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받아도 바로 끊음. -> 이 과정에서 약 한달 소요. 은행 측에서는 자신의 고객의 정보를 알려줄 수 없으니, 잘못 송금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은행의 연락만 기다려야 한다. 은행에 5일에 한번은 전화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수취인 A가 은행을 믿지 않는다고.

- 그렇게 한달이 흘렀나? 은행에게서 연락이 왔다. 더 이상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달이 지나면 사건이 취소가 되어 책임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제 경찰로 넘겨야 할 것 같다고.

- 그래서 살고있는 지역 관할 경찰 민원실에 진정서를 넣으러 갔다. 경찰에 전화해 긴급한 상황을 설명해도 일단 절차는 '진정서 제출'이다.

  이 때 신분증은 물론, 진정서에 내용을 쓰며 경찰이 참고할 수 있게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들고가, 진정서와 함께 제출하는 게 좋다. 착오송금의 경우, 잘못송금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은행 이체내역 사본을 들고 간다. 잘못 보낸 수취인의 계좌명과 계좌번호, 액수가 명기되어 있으니까.

진정서를 열심히 정성껏 쓰고 민원실에 내고, 이게 처리 되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다. 약 일주일 정도란다. 아주 평온하고 느긋한 말투.

최대한 빨리 해결해줄 수 있냐 부탁해도 안 된다, 절차대로 처리해야 한다, "아마" 일주일 정도면 경찰쪽에서 연락을 할 거란다.

- 경찰서에 진정서를 넣은지 5일 정도 지나니, 연락이 왔다. 경찰서로 출석하라 했다. 신분증 들고.

 이미 내용은 진정서에 다 썼고, 잘못 송금 받은 A측에 연락을 하면 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냐고,  왜 굳이 또 가야하냐 물어보자, 또 절차.. 그놈의 절차.

- 그래서 경찰서에 갔다. 유선상으로 안내 받은 경제범죄수사팀으로 갔다.

그리고 담당 수사관이 물어보는 것에 대한 것들을(진정서에 이미 기록한 내용들) 다시 한번 진술하였다.

진술한 것에 대해선, 수사관이 들으면서 타이핑을 열심히 해 두다가 이걸 프린트해서 진술한 내용이 맞냐고, 자필로 대답을 쓰라고 하고 페이지 한장한장 넘기며 , 도장을 찍으라 한다. (도장 없으면 지장)

약 한시간 정도 걸렸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나요? 어떻게 처리되나요? 물어보자,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영장을 청구할거라 했다. 영장이 발급되기 까지는 시간이 좀 소요되니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나요? 물어보자, 그건 알 수 없다고 했다. 대충이라도 알려주세요, 저희쪽에선 수취인 정보도 모르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기다리다 보니까 잘못 송금한지 한달 반이 흘러가네요. 속이 탄다구요.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시면 안될까요.

해도, 영장발급에 걸리는 시간에 대한 답은 들을 수 없었고, 최대한 빨리 처리-도 안 될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돌아오는 말.

 기다리세요. 연락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열흘 정도 흘렀을까.

경찰서에선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 그들은 급할 거 하나 없겠지.

그래도 혹시 몰라 다시 전화해보았다. 어떻게 되어가나요? 하니, 아. 며칠 전에 영장을 C은행으로 보냈는데 아직 회신이 없네요. 저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C은행에서 영장을 받으면, 수취인A의 연락처와 A가 잘못 송금된 돈을 썼는지 여부를 회신할 것이라 했다.

그래서 C은행에 다시 전화를 했다. 정말 착오송금건으로 몇번이나 전화를 했는지, 그 쪽도 참 귀찮았을 거다. C은행은 공문서 들어오는게 워낙 많아, 평균적으로 회신하는데 일주일이 걸릴거라고 기다리라고 했다.

뭘 어쩌겠어..... 또 기다려야지.

- 그러다 시간은 흘러 9월 말. 열흘간의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과 밤 사이,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C은행에게서 회신을 받았고, 착오송금한 액수가 인출된 기록은 없다고. 그런데 A에게 연락을 하니, 불성실한 태도로 왜 자꾸 귀찮게 하냐고 화를 냈다고. (경찰 역시 못믿었던 것 같다. 요즘 보이스피싱이 하도 많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잘못 송금한 쪽 연락처를 알려줄 테니 직접 확인해보라고 했다고. A로부터 연락이 올거라고, 좀 기다려보자고 했다.

만약 잘못 송금한 돈을 A가 인출해버렸고 반환을 거부한다면, 형사상 횡령죄가 성립하고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 그러다 추석연휴가 지나고- 오늘.

정말 다행히도, A로부터 연락이 왔다. 휴면계좌여서 오입금 된지도 몰랐었다고, 요즘 흔한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었다고,, 해피엔딩이었다.

현재는 다시 자금반환 신청을 한 상태이며(반환신청 한달이 지나면 취소가 되기에,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이로써 맘썩이던 착오송금 사고 해결.

 

.

.

 

8월 초에 잘못 송금해서 지금이 10월 10일이면.

2달이 넘게 걸린 것.

계좌번호 하나 잘못 썼다고. 계좌번호 잘못 누르는덴 1초 걸리지만 다시 되찾기엔 엄청난 시간과 정신력이 소모된다는 걸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잘못 보낸 송금인이 잘못한 것이지만, 이걸 되찾기 위해 밟아야 했던 공권력의 절차들.

너무 답답하고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직이 있는 곳엔 당연히, 절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 절차.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만약 이 오송금한 액수가 훨씬 컸다면,

게다가 수취인이 돌려주려 하지 않는 상황이었더라면,

수취인의 계좌가 압류되었거나 마이너스통장이었다면.

 

소송을 거는데는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될까?

 

으. 정말 생각도 하기 싫다.

 

.

.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 송금도 간단하고 빨라지면서 착오송금 빈도가 잦아지는 것 같다.

이체버튼을 누르기 전에, 계좌번호와 계좌명, 송금 금액이 정확히 올바르게 입력되었는지 확인, 또 확인하는 걸 잊지말자.

돈을 잃어버리면, 잃어버린 그 사람의 마음만 초조하고 황폐해질 뿐.

반환절차를 도와주는 은행과 경찰은 절대 초조하지 않다.

 

 

<추가 정보 업데이트 (21.05.23)>

올해 7월 6일부터 착오송금반환지원제도가 생겨 반환을 좀 더 쉽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아래 링크 확인! 

2021.05.23 -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feat.예금보험공사)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feat.예금보험공사)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입력해서 다른사람에게 송금을 잘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생각보다 이러한 실수들이 엄청 많은가보다. 점점 그 규모가 커진다. 현재까지는 착오송금한 돈을 다시 되돌려

boriborikim.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