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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관짝소년단/블랙페이스: 불편함을 제기하는 방식

by Boribori:3 2020. 8. 8.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은 그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나 패러디 등으로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아 유명하다. 태어나 의정부라는 지역으로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도 알 정도니까.

의정부고 학생들의 관짝소년단 패러디

 

그런데 최근엔 '관짝소년단' 패러디를 한 아이들에게, 그것이 흑인 비하이며 인종차별적 행위라고 비난하는 사람들 덕에 논란이 있었다. 특히 비정상회담 등, 한국의 tv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하며 인기를 쌓았던 샘 오취리라는 나름 유명인이, 본인 sns에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일 때문에 더욱 큰 파장이 일었다.

샘 오취리의 비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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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논란이 된 의정부고 학생들이 패러디한 '관짝소년단'은 가나의 장례식에서 관을 어깨에 올려놓고 춤을 추는 상여꾼들을 패러디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영상에서 유래했다.  coffin dance meme.

우리나라에선 관짝 + 방탄소년단 = 관짝소년단이라고 불렸다.

관짝소년단

https://youtu.be/j9V78UbdzWI

유튜브에 coffine dance 치면 나온다.

 

 

엄숙하고 무거운 우리나라 장례식 문화와는 전혀 다른 가나의 장례문화가 한때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나 보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이 영상 패러디를 제대로 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는 분장을 했다. 실제 영상에 나온 사람들도 흑인이었기에 제대로 패러디하기 위해 그랬겠지.

 

이를 보고 '블랙페이스'자체가 인종차별이라며 강하게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다.

블랙페이스???

솔직히 난 이번 논란을 통해 이 단어를 처음 들었다.

물론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 이에 대해 모른다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다.

 

블랙페이스는 흑인이 아닌 사람이 흑인처럼 얼굴을 검게 칠하고 입술을 두껍게 칠한 흑인분장이라고 한다.

19세기- 백인들이 흑인분장을 하고 노예 연기를 하고 흑인들을 희화화시키며 개그 소재로 쓴 적 있었는데 인권인식이 발달하며 이후 미국 등의 몇몇 국가에선 인종차별적 행위라며 블랙페이스는 금기시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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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당사자가 아닌 제3자들은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아픔, 차별로 인해 오는 예민함을 잘 알 수 없다.  이해하려고 노력할 순 있어도 그들처럼 체감할 순 없다.

남자는 매달 반복되는 여성들의 월경의 불편함과 고통을 공감할 수 없다.

한국 여자는 입대해야하는, 혹은 이미 다녀온 한국 남자들의- 군대의 부조리함에 대한 분노에 그들만큼 공감할 수 없다.

젊은이는 노인들의 신체적 불편함에 잘 공감할  수 없다.

 

나 역시 흑인이 아니기에 이런 블랙페이스의 역사도 몰랐었고 따라서 내겐 귀엽게만 보이는 이런 패러디들에도 흑인은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었다.

기사를 제대로 읽기 전, 이번 논란이 된 의정부고 학생들의 패러디 졸업사진만 봤을 땐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모르겠었다. 흑인을 패러디한 거니까 흑인의 피부색처럼 까맣게 분장한 것 뿐인데-왜??

웃찾사 - 홍현희 흑인분장

몇년 전 인기 개그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위 사진처럼 흑인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건(꽤 여럿 있었던 것 같다.)-

흑인 인종 자체를 희화화한 것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이번 의정부고 학생들의 관짝밈 패러디 분장은..

전혀 흑인에 대한 비하 의도는 보이지 않았는데.

 

물론 난 흑인이 아니기에 그들의 예민함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도 이제야 이런 개념을 알았으니, 앞으론  좀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겐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구나.

 

 

전혀 그러한 의도로 한 행동이 아니더라도 나의 행동으로 불쾌해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왜, 무엇 때문에 내 행동이 그랬는지 생각해보는 게 좋다.

내가 몰라서 한 실수였다면 사과하고 다신 그러지 않으면 될 것이고,

내 행동엔 문제될 게 없지만 그 사람이 그저 극도로 예민한 거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

사람마다 가지고있는 아픔의 기억이 다르니까 , 불편하고 예민할 수 있는 분야 역시 다를 수밖에.

 

 

그런데 그 불편함의 표현이 선을 넘었다면, 문제가 된다.

샘 오취리는 이번에 선을 넘었다.

'블랙페이스'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의 고등학생들의 졸업사진을 본인 SNS에 허락도 없이 올리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며 비난했다.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 있었을 텐데.

순간적인 분노의 감정이 이성을 앞지른 것으로 보인다.  전후 맥락과 본질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그의 sns를 통한 선 넘은 분노의사 표현방식은 오히려 한국사람들의 분노를 더 키워버렸다.

메인 본문은 한국어로 잘 작성했으면서 밑에 영어로 따로 작성한 글과 해쉬태그를 붙여서까지 추가한 영어단어들은 한국 사회의 무지와 몰상식을 조롱하는 듯 보였다. (#teakpop #notoblackface #notoignorance)

아픔을 가진 사람들,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아픔을 이해해달라, 그러한 행동에 우리들은 상처를 받는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연예인으로서 공론화를 시켰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

많이 경솔했다.

나의 분노와 불편함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 

나의 불쾌함을 성급히 표현하기 전에 듣는 상대가 나로 인해 불쾌함을 느끼진 않을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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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블랙페이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과거 백인들이 멋대로 흑인을 노예로 삼으며 인권을 짓밟고 멸시해서 그랬었지,

흑인의 상징적인 외모( 검은 피부와 곱슬머리, 두꺼운 입술-)는 그 자체론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넬슨 만델라 / 사진-AP photo

 

흑인 분장을 하며 원숭이 흉내를 내거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됐지만

이번, 관짝밈 패러디를 한 의정부고 학생들처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닌 흑인 분장엔 기분나빠하지 않았으면.

흑인 중에도 존경스럽고 멋진 인물들이 참 많다. 그런 멋진 인물들을 따라하는 것 자체도 비판하는 건,

자신들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거라 생각한다.

비하 의도의 분장과, 그렇지 않은 분장의 차이는 구분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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