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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엄마, 마마, 마더. 엄마라는 이름

by Boribori:3 2019. 11. 9.

 

정숙.

'끓여놓은 곰국은 얼렸나 모르겠네'

건강이 좋지 못해 입원한 상황에서도 정숙은 딸 집에 끓여놓은 곰국을 얼렸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린다.

'짐승의 애미든 지 자식한테 해끼치는 놈은 백리 밖에서부터 알아. 근데 애미는 지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해.'(연쇄 살인마 용의자 흥식에게)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위험에 처해있는 딸을 생각해 정신을 놓지 않았고, 죽기 전 딸에게 꼭 하나는 해주고 가야 한다고 수백번, 수천번을 되뇐다.

덕순.

'너 오늘 내 아들 알타리 뽑기 했니? 니가 용식이 건들면 나는 멧돼지가 되는거여. 너 앞날에 쑥대밭이 되기 싫으면은 어서 차키 찾어. ' (다친 아들 용식이에게 고된 일을 시킨 이웃에게 경고)

붕어즙, 도라지즙, 유황오리 백숙.  몸에 좋다하는 것은 늘 챙겨줘야 마음이 놓이는 덕순. 

'왜 내새끼 가슴을 골병들게 하니, 너 바라기 하면서 내 아들 부처되는 꼴 나는 못본다. 그 짠한 얼굴로 맘 약한 애 속 태우지 말고 용식이 냅둬라.' (아들 용식이가 사랑에 빠져있는 미혼모 동백에게)

자신과 처지가 같은 미혼모 동백을 끔찍이 아끼고 동네에서 미움받을 때도 늘 든든히 옆을 지켜줬지만 자신의 아들과 관련되자 차가워진 덕순.

동백.

'내리사랑이란 게 얼마나 얍삽하고 막강한지, 엄마가 돼보고 나서야 깨우쳤어'

'엄마가 중국말로도 마마래요. 엄마, 마마, 마더. 다 비슷하지 않아요? 무슨 주문같은 건가 봐요.

이제부터 덕순이 정순이 동백이로 살지 말고 엄마로 살아라, 그런 주문인가봐요.

엄마 엄마 소리엔 다 바보가 돼. 그렇게 평생을 퍼주면서도 그렇게 기꺼인 걸 보면.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엄마를 만들었다더니. '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이번주 동백꽃 필 무렵,

정숙, 덕순, 동백의 삶에서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겹쳐보였다.

자나깨나 자식들 걱정인, 자식들 생각 뿐인 엄마.

나이가 몇인데 어련히 알아서 해먹겠거니 놔두라고 해도, 늘 반찬들을 바리바리 싸서 딸들 사는 서울로, 인천으로, 수원으로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포장된 택배를 보내는 우리 엄마.

같이 사는 지금도, 생리통 있는 딸에게 좋다는 쑥즙을 뜨끈하게 데펴 아침마다- 출근하는 딸에게 먹이고야 마는 엄마.

60이 다되가는 아들, 밥은 든든히 잘 먹었는지 늘 걱정인 할머니.

 

1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초경이 지나고 바로 임신을 해 새끼를 낳은 탄이.

그렇게 온순했던 탄이도 젖물리는 엄마가 되니, 새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들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었다. 식탐이 정말 좋았었던 탄이는 새끼가 자기보다 훌쩍 커진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줘도 새끼가 달라하면 내주고 만다.

.

.

 

다 큰 자식들에게도 늘 더 챙겨주고 싶어 걱정인 그녀들의 마음.

아이가 생겨, 엄마가 되면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은 -

어떻게 이렇게 무조건적 사랑을 베풀 수 있는지, 왜 자신보다 자식이 먼저인 건지, 도저히- 감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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