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꽃뱀? 젠더문제가 아닌 갑을문제.

미투운동이 대한민국 사회에 큰 이슈이다.

혼자선 거대권력자에 맞서 싸우는게 힘들기에

피해자들이 'ME TOO(나도)' , '나도 당했어' , 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참고 버텨왔던 고통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곤 전혀- 꿈에도 생각못했던 사람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고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가 여성들이라, 미투운동이 추악한 남성들에 대한 여성의 폭로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미투운동의 본질은 가해자의 권력남용이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말을 거역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그것도 겉으로봐서는 알 수 없는 성적 폭력.

 

이윤택, 고은 같은 몇몇 '유명한' 가해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마치 자신들이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왜 죄가 되는지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너무 관례화되어 있어 죄의식조차 갖지 못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희롱했던 이들. 

연극/영화계쪽의, 예술 관련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 거라고 예상이나 해왔었지만

안희정은 정말 충격과 배신감 그 자체였다. 

(사진출처- 한겨레)

바르고 올곧은 이미지로 차기 대선후보로도 거론되었었던 안희정 그마저.

 

이쯤 되니 얼마나 더 많은, 양의 탈을 쓰고 있던 늑대들이 나올지 참담해졌다.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었으나 여태 쉬쉬해오는 분위기라서 피해자들만 더 비참한 결말을 맞곤 했던 성폭력문제들이-

이제서야 수면위로 올라오니,

이제 약자를 언제든 자신의 성적 충동 해소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먹이로 보지 않고

그 행동이 초래할 결과가 두려우니 알아서 몸을 사리겠구나!

하고 매우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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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상에는 여러 집단이 존재한다.

이렇게 약자들의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이를 반기지 않는 무리들도 많이 보인다.

어렵게 용기낸 피해자들에게 정말 몇 안되는 '꽃뱀'프레임을 들먹이며 조심해야 한다는 사람들.

꽃뱀들이 '미투'해서 죄없는, 꽃뱀에게 혹해 넘어간 불쌍한 남성들을 또 뜯어가려고 한다는 사람들.

이렇게 가해자를 언론에 폭로해버리면 죄없는 가해자 가족들은 뭘 잘못해서 비난받아야하냐는 사람들.

 

 #꽃뱀?

그럼 이 꽃뱀은 뭘까?

 남자의 재산을 노려 그를 현혹해 자신의 실리를 위해 이용하는 여자들을 아우르는 단어이다.

(사진출처-perthinside)

미투운동이 이슈가 되자, 꽃뱀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꽃뱀들이 미투운동을 악용하면 그년에게 당한 무고한, 불쌍한 남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

물론 꽃뱀같은 - 여자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일부 남자들은 이 몇 안 되는 꽃뱀들을 악마같은 년들이라 싸잡아 욕하며,

그들에게 넘어간 남자들은 불쌍하고 무고한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만든다.

 

나는 이 논리가 좀 어이가 없다.

아니, 꽃뱀이 남자를 꼬셔서 모텔로 데려갈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꼼짝 못하게 했을까, 자신의 힘을 이용해 끌고갔을까..?

남자든 여자든, 누군가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기 전에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물론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상대를 유혹해 실리를 취하는 사람들을 두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고죄는, 정말 엄히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소수의 꽃뱀을 크게 부풀려 얘기하며 미투운동의 본질을 흐리지 말았으면 한다.

'남자'가 '여자'를 대상으로 성추행, 성폭행하는 문제가 아니라

권력자 '갑'이 '을'에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적 폭력을 가하는 문제이다.. 

미투운동을 젠더문제로 규정지어선 안 된다.

   

#또 다른 피해자.

가해자 가족들은, 죄가 없다.

그들 역시 믿었던 자신의 가족구성원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더러운 짓거리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고 누구보다 충격, 배신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빠가, 사랑하는 남편이 어떻게..?

가장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따른 고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

성폭력범죄에 가해자가 밝혀지면, 대중들은 분노의 화살을 가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들에게도 겨눈다.

'니 아내도, 니 딸도 똑같이 당했으면 좋겠다.' ...

이런 말.. 이런 논리 안 된다..

가해자가 죄를 지었지 가해자의 아내는, 딸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왜 가해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SNS계정은 아버지에 대한 질문댓글들로 가득차야 하는가?

 

(조민기 딸 인스타그램)

(조민기 아내 인스타그램)

 

그리고 기자들.

제발 안 그래도 힘들 가해자 가족들에게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등, 그 가해자의 평소 행실이 어땠는지 뭐 이런 쓰레기같은 질문은 하지 않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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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들의 모든 것을 건 용기있는 폭로는

그 가해자의 검은 손길에 희롱을 당할 잠재적 피해자들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폭로로 인해, 언론과 대중들의 무차별한 여론폭력으로 무고한 사람들마저 피해자가 되어선 안 된다.

 

 

미투운동,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거대권력을 향한 저항이자 경고로- 그들이 약자들의 인권을 함부로 갖고 놀다간 감방에서 썩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달을 때까진.

성폭력 가해자를 폭로하는 미투운동의 범주가 더 넓어져서

안하무인격의 절대슈퍼갑들의 횡포를 폭로하는 미투운동으로 번졌으면 한다.

약자들의 생사를 무릅쓴 고발이 무시되고 꽃뱀이라며 변질되면 갑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

 

자신보다 사회적위치가 낮은 대상에게 거리낌없이 성폭력을 휘둘렀던 작자들이 가진 마인드는 ,

피해자들을 만만히보고, 얕보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생각들이다.

'내가 이렇게해도 쟤네는 그냥 당할수밖에 없어!'

남성 권력자(이성애자)가 여성에게 하는 갑질은 성폭력으로 나타나는 것뿐이지,

동성의 남성 약자(사회지위적)에게 하는 갑질은 그 형태가 다를 뿐이니까.

그리고 높은 권력을 지닌 여성도 남성을 성희롱할 수 있다.

다만,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확률은 아직까진 아주 적으니까.

 

그래서 미투운동을, 제발 남녀갈등문제로, 좌우이념문제로, 진보/보수 갈등으로 변질시키지 말아줬으면 .

여성혐오, 남성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서로의 성을 적대화하지 말았으면.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고, 서로를 혐오해봤자 돌아오는 건 또 다른 혐오일 뿐이다.

 

사람은... 남자, 여자, 어린이, 노인, 장애인, 인종, 국적 등등..에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