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토박이 남자친구가 황금같은 휴가를 내 순천까지 와주셨다.
순천에 왔으니 갈대밭을 보러 가야지. 비록 무더운 여름날이라도.
몇 년전 가족들과 한여름, 대낮에 이 곳을 가서 찜통더위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태양이 지글지글거리는 시간을 피해,
일몰경 쯤인, 오후 7시쯤 갔다. 폭염경보 문자가 하루에 하나씩은 오는 요즘, 나무 하나 없는 갈대밭에 가는 건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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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타임에 표를 끊으면 성인 1인당 3,000원. (원래 8,000원)
가을에 가면 황금빛 갈대들이 반겨주는데,
여름에 가면 초록빛 갈대들이 참 싱그럽다. 풀냄새 가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 중 하나가 풀냄새인데, 좋았다.
그림같은 풍경들.
언뜻 보면 잔디밭 같기도 하지만, 나름 키가 자라고 있는 갈대이다.
여기 갈대밭에선 참 다양한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지저귀는 새 소리, 게가 후다닥 기어다니는 소리, 갈댓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풀벌레 소리.
곳곳에 있는 갈대밭 속 전시된 그림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들. 배 모양.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저녁 7시 경쯤 되는데, 아직 날이 환하다. 정말 여름인가보다.
그래도 미세먼지 때문인지 푸른 하늘은 볼 수 없었다.
하늘까지 파랬다면 완벽했을 텐데.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며 데크 양 옆의, 갈대들이 뿌리내리고 있는 뻘들을 고개숙여 바라보면
수많은 게들과 짱뚱어들을 볼 수 있다.
게들은 뻘 속 뿐만 아니라 갈대 줄기, 갈댓잎 위에 올라가 있거나 때론 나무데크 위까지 기어올라와 사람을 놀라게 만든다.
보호색을 띠고 있어서 사진으로 찍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살아숨쉬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그치만 게들과 짱뚱어들이 많이 있다.
여기도 가뭄이긴 한가보다.
습기가 많아야 할 습지의 뻘들 중 윗부분은 물이 말라간다는 걸 말해주는 층들이 많이 보인다.
말라버린 게구멍. 어서 빨리 비가 와야 할 텐데.
그리고.. 사실 이 사진들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많은 날벌레들과 모기들이 우리를 괴롭혔다.
날벌레는 아예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눈, 코, 입 속으로 들어가려 해 마스크를 가져올걸 하고 참 ..
마스크 대신 손으로 코와 입을 막으며 다녔다. 모기는 쉴새없이 노출된 팔다리에 붙어 괴롭게 하고..
여름에, 습지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순천만 습지 최적의 여행기는 가을이겠지만, 이 때는 초록색의 갈대를 볼 수 없으니까.
어느 정도 벌레의 습격과 더위는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여기까지만 오고 돌아가고 싶었으나, (그놈의 벌레들 때문에, 그리고 발꾸락도 아파서.)
남자친구가 용산전망대에 꼭 가보고 싶다해서. 눈물을 머금고 같이 갔다.
정말 푸릇푸릇 하다.
용산 전망대 가는 길, 흔들다리.
신난 남자친구 웅.
남자친구 손에 이끌려 억지로 전망대로 향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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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착.
모기 물린 종아리가 가려워 긁고 있다.
삼각대나 셀카봉은 안갖고 다녀, 둘이 나온 사진이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하나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찍은 우리 둘 사진.
순천만습지, 용산전망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좋았다.
숨이 탁 트이는 넓고 넓은 경관.
다시 돌아가는 길은 날이 깜깜해져 (가로등 하나 없는데) , 더 힘들었지만..
벌레떼들은 여전히 많았고..
그래도 잊지 못할 둘만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 기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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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가을에 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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