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변모임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직원들과 그들의 친인척이 대량의 땅(약 7천평 규모)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는 우리나라의 Land(토지)와 Housing(주택) 관련한 핵심사업들을 수행하며, 국민주거생활 향상과 국가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설립목적으로 하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공기관이다.
그러므로 이곳에 근무하면 '부동산 재태크'하면 빠질 수 없는 온갖 종류의 핵심정보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직원 몇명이 사적으로 이윤을 취하려다 딱 걸렸다.
경기 광명, 시흥에 신도시사업 지정 발표 전, 대량으로 땅을 매입하다가.
LH직원들이 매입한 땅의 대부분은 근처에 편의시설 하나 없는 논밭이었다.
전체매입금액의 절반 이상은 은행 대출로 해결했다. 투자가치가 없어보이는 땅을 대출로 몇십억을 끌어와 매입한 것. 이런 토지를 잘못 샀다간 팔더라도 제값을 받기 힘들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LH직원들은 몇십억원을 대출받아 산 것이다. 백만장자도 아니고, 그 땅이 신도시 부지가 될거라는 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거래.
또 웃긴 건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LH직원들이 매입한 그 땅 위엔 작은 묘목등이 빼곡히 심어져있었다....!
단체로 귀농이라도 결심한 것일까.
사진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정말 나무를 키우기 위해 심었다면 상식적으로 저렇게 빽빽하게 심지 않는다. 나무가 제대로 크기 전에 영양분 고갈로 시들어 죽을 테니. 또한 나무를 가꾸기 위해서라면 비상식적으로 어린 묘목을 한겨울에 심는 바보는 없다.
이번에 이 사건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는데 이렇게 땅 위에 나무를 심어놓으면 토지보상을 해준다고 한다. 나무가 심어져있는 땅에는 묘목에 따로 감정을 해 그만큼 보상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수법인 "나무 알박기"수법이라고.
어떻게든 최대한 보상을 많이 받아보겠다고 저렇게 나무를 빽빽하게 심어놓은 것이다. (나무 한 그루당 이식비용에 전체 그루 수를 곱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게다가 이름도 처음들어보는 듯한 용버들(왕버들이라고도 부른다). 버드나무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하필 이런 생소한 나무를 심은 이유도 모두 계획이 있었다는 것도 소름이다. 개발지로 지정되어 나무를 옮겨 심거나 베어내야 할 때 나무의 키가 크고 굵을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용버들이 어릴때 빠르게 자라는 나무라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어느 누가봐도 불법투기다.
LH에선 대국민사과를 하며 사실관계 규명을 엄정히 하겠으며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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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터지고, 국민들이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데 장관이라는 사람이 한 말.
"신도시 개발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것은 아닐 거에요. 모르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같습니다.~~" - 국토교통부 변창흠 장관
아니.. 누가봐도 개발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다면 절대 할 수 없을 행위인데 장관이라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한다고???
믿을 수 없었다..
심지어 LH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했던 당시 변창흠 장관은 LH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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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믿을 수 없는 건 LH직원들(일부겠지만)의 반응이었다.
"일반인 누구나 다 접근할 수 있는 정보고 부동산에서 그냥 시세대로 다 매입을 한 것입니다." - 땅 매입한 LH직원
"내부에선 신경도 안씀, 한두달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흐르듯 지나가겠지 , ...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빨면서 다니련다 ~ " -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28층이라 시위하는 소리 하나도 안들림.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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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불법투기한 LH직원들의 '억울함'은, 이해하기 힘들긴 하지만 .. 아주 조금은 이해해볼 수 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
나만 알고있는 고급정보를 가장 믿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알려줘 사적 이익을 챙기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해도 들킬 확률이 거의 없다면-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지 않을 사람은 이 세상에 몇명이나 될까 .
특히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이 아니면 나와 내 가족이 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 사회에서.
그런데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다.
국민들의 비난과 분노를 보며 반성은커녕 조롱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난다.
누구보다 청렴해야할 위치에서 여러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일을 하는 LH직원들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이런 짓을 감행한 것은 여러가지 믿을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 이번과 같은 일들은 아주 오래된 관행으로, 자기 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가, 저 위의 고위직 상사들도 구린 구석이 있을 테니 걸리더라도 우린 모두 한배를 탄 운명이므로 잘못을 덮어줄 것이다. 아님 솜방망이 보여주기식 징계겠지.
2. 설사 운나쁘게 꼬리자르기로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불법투기로 얻은 수익이 정년까지 일하며 버는 월급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너무 슬프게도 둘다 맞는 말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관련된 불법을 저지른 관련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코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와 1년남은 대선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내집하나 장만하기 힘든 현실 때문에 국민들은 부동산 문제에 무지 예민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사건이 터져도 지금처럼 이슈가 되지 못했을 테고, LH내부에서 해결하는 척하며 조용히 묻었겠지.
이번 사건은 파고 파다보면 LH직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내로라하는 재계/정계/법계 고위직 인물들도 수두룩할 것 같다. 그래서 더 수사가 힘들 것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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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사건, 그닥 크게 충격적이지도, 놀랍지도 않았다. 터질 게 터졌구나- 그럼 그렇지 하는 한숨과 무기력증이 느껴졌을 뿐.
이번에 터진 LH투기의혹은 LH문제만이 아니다.
공개하지 말아야 할 정보를 이용하여 사익을 노리는 행위는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들키지만 않았을 뿐.
제대로 잡아야, 저지를 생각을 하지 않을 텐데.
이번 사건과 같은 일들을 소수, 혹은 일부 사람들의 도덕성 문제로만 인식하면 앞으로 비슷한 문제들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1차적으론 이런 일들을 하다 들키면 '그깟' 벌금이나 징역 1~2년 살다 나온다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인생 말아먹게 된다는 교훈을 줄 만한 제도적/법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기대치가 너무 높은 걸까 !
잘못한 사람들 제대로 밝혀내고 처벌하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경제적으로 조금 부족하게 살아도 양심적으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지. 난 그게 더 건강하고 가치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인생 한번이다.'라는 생각은 가치관에 따라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인생 한방!! 가즈아!~ 해먹을 수 있을 때 해먹자!'
'인생 짧다. 죽어서 돈이 뭐가 중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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