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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이병률 - 끌림.

by Boribori:3 2017. 3. 23.

까페에 들려 ,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무심코 주워든 책.

처음 펼친 페이지의 구절부터,

마음에 와닿았다.

 

 

26p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 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티베트 속담이다.

.

내가 지금 걷는 이유는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 것이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9p

"낡은 옷을 싸들고 여행을 가서 그 옷을 마지막인 듯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해.

한 번만 더 입고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 계속 빨고 있는 나와, 그 빨래가 마르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마른 옷을 입을 때 구멍 하나 둘쯤 더 확인하거나 특히 입을 때

삭을 대로 삭은 천이 스르르 찢어지는 그 소리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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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이나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차가 떠남으로 해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인연을 좋아해.

그 당장은 싫고 쓸쓸하지만 그 쓸쓸함이 여행에 스며드는 것을 좋아해.

 

.

 

옆방에 장기투숙하는 사람들을 사귄 다음, 그들에게서 소금과 기름을 꾸는 걸 좋아해.

몇 번 귀찮게 하다가 결국엔 내가 만든 요리 아닌 요리를 그들에게 한 접시쯤 건네게 되는 상황까지도.

 

.

 

마을 사람들에게 내가 여행자가 아니라 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 머문다 싶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들은 나에게 자전거를 내주고 나는 그들에게 가져온 동전 몇 개를 나눠주고,

그러면 그들은 나에게 맥주 한 잔을 권하고 그렇게 해가 기울고 혼자 돌아가는 것이 싫어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펴놓으 수첩 가득 그들과 주고받은 대화의 흔적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

 

기약 없이 떠나왔으니 조금 막막한 것도,

하루하루의 시간이 피 마르듯 아깝게 느껴지는 것도,

돈이 다 떨어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

혼자 이국의 바닷가에서 울적해하기보다는 웃을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하자고

씁쓸히 마음을 먹는 일도,

떠나는 일은 점퍼의 지퍼 같은 것이어서 지퍼를 채우기만 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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