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꽃, 봄꽃.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있음을, 남쪽의 시골마을에 사는 내게 누구보다 먼저 알려주는 게 봄꽃나무들이다.
봄에 꽃을 피우는 봄꽃나무들은 같은 방법으로 여름이 오는 것도 가장 먼저 알려준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를 키워냄으로써.
어느덧 6월의 중순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우리집 마당엔 각각의 종류의 여름 열매들이 무르익어가고있다.
(오디, 보리수, 앵두 등의 열매들은 벌써 철이 지났다. 영양가있는 맛좋고 훌륭했던 간식이었다.)
복숭아와 매실, 자두가 빨갛고 노란 빛을 띄며 달콤한 향기를 흘려내는 중이었다.
그중, 자두나무와 관련해 재밌는(나한테만..) 일화가 있어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싶다 .
3~4일 전. 심은지 약 10년만에 처음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럽고 고운 자두의 빛깔에 반했었다.
사실 작년까지만해도 자두가 몇알 열리지도, 그 몇알마저 그 모습이 초췌하여,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정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것.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연둣빛에서 불그스름- 익어가는 그 빛깔이 너무도 고와, 이를 참지 못하고 몇 알을 따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그때는 달긴 한데 식감이 푸석한 것 같아, 다 익지 않아서 그런가-하고 넘겼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난 이번 주말.
비가 좀 내려서 그런지, 퇴근하고 집에오니 제대로 익으면 따야지-하고 벼르고있었던 자두들이 땅에 꽤나 많이 떨어져있었다.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는데 이상하네, 하며 열심히 주운 자두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나뭇가지에 남아있던 자두들이 거의 죄다 떨어져있었다.
잘 익은 자두의 새빨갛고 탱탱한 느낌을 생각해, 그리고 자두는 7월이 제철인데 왜이러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당연 자두인줄로만 알고있었던 이 열매는 살구였던 것이다..
10년 전 이 나무를 심었던 아빠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시장에서 자두나무라 해서 묘목을 샀었기 때문이다.
사실 살구였던 이 열매들이 계속 바닥으로 떨어졌던건 정말 충분히 익었기 때문이고..
살구는 노랗고 별로 맛이없다고만 생각했던 우리의 고정관념이 깨지던 순간이었다.
부모님은 이렇게 달고 맛있는 , 게다가 붉은빛의 살구는 처음이라 살구인지 생각도 못하셨다고 .
이상,,
오해해서 미안해 살구야..
살구. 영어로는 Apricot. (자두는 Plum)
나에게는 정말 생소한 열매이지만 이참에 잘 알아둘게.
그러고보니 살구는 동요 고향의 봄에 등장하는 열매였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아래는 봉순이, 탄이, 토리와 함께한 이번 주말 살구줍기 영상 :)
정말 힐링 제대로 한,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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