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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토리톨

강아지 출산 기념 일기: 탄이, 엄마가 되다.

by Boribori:3 2019. 6. 7.

탄이 아가시절.

작년 추석, 같은 운동을 하고있는 지인분네 부모님 댁에서 분양받아온 탄이.

영리하고 성격이 온순해, 모든 사람들의 예쁨을 받는 탄.

토리보다 훨씬 작았던 탄이 아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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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와는 다르게 편식도 하지 않고 먹성도 좋은 탄이가 살이 빠르게 찌고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 게

한달 전이었던 것 같다. 그땐 탄이가 새끼를 배서 그런 것일 줄이라곤 정말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배가 점점 빵빵해지고 젖꼭지도 토리완 다르게 점점 부풀어오르고...

출산 10일 전
출산 8일 전에 찍은 탄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부정을 했다. 요즘 잘 먹어서 살이 쪄서 그런 걸거야,,

그러기엔 탄이는 너무 어린 걸.

그런데 탄이가 임신이란 걸 확신하게 된 건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을 때였다.

임신기간이 2개월(약 63일)밖에 안 되는 개들은 몸의 변화도 그만큼 빠르기에.

아빠개로 의심을 받고 있는 화랑이

 

분명 임신 가능기간엔 , 산책을 할때도 다른 개들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특별히 주의를 했었는데

도대체 언제..??

(계산을 해보니 탄이의 첫 생리날은 , 몇달 전인 3월 24일경이었다. 평균 생리기간은 2~3주정도.

그리고 생리시작일로부터 10일~15일정도 됐을 때가 임신 적기라 하니,

.....6월 4일 출산한 탄이. 그 주기가 정말 정확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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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이는 6월 4일 새벽, 첫째, 둘째를 낳았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로 탄이가 마구 울길래, 잠에서 깨어 깜짝 놀라 나가보니,

탄이 집 주위는 터진 양수로 흥건히 젖어있었고 쿠션에는 새끼강아지 2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두마리 다 미동도 없었으니까.

탄이는 움직이지 않는 새끼 2마리를 핥으며 울고있었다.

 만져보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한마리는 눈코입이 없는 채로 나왔고, 한마리는 얼굴부분의 양막을 미처 벗겨내지 못해 숨을 쉬지 못해 죽은 것 같았다.

.....

탄이에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혼자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곁을 지켰더라면 한마리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두달동안 품고있던 새끼를 낳자마자 잃어야 했던 탄이.

 

...

그런데.

뱃속에 한마리가 더 있는 것 같았다.

안절부절하며 주위를 잰 걸음으로 돌아다니다 땅을 벅벅벅 긁고, 헥헥 거리며 여기 앉았다 저기 앉았다 하던 탄이.

배를 만져보니 뭔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있는 새끼였다.

이때처럼 마음이 그렇게 조급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조만간 동물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찍고 상담을 받아야지, 하고 있던 터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너무 갑자기 닥친 상황이었으니까.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하나도 알고있지 못했으니까.

이른 아침이어서 동물병원도 열지 않은 시간.

혼자 마음만 엄청 바빠 우왕좌왕. 핸드폰으로 강아지 출산시 대비법 등을 빠르게 읽으며 이리저리 왔다갔다.

미역국을 준비하고 탯줄을 자를 가위를 소독하고 정신이 없었다.

하필 당시엔 가족들은 모두 서울에 올라갔던 날. 집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가위를 소독하러 갔다가 오는데 탄이가 그새 새끼를 낳았다.

미끄덩거리는 양막으로 싸인 덩어리같은 새끼.

출산의 순간을 직접 보게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때 마음이, 얘만은 살려야 한다는 다급함과 간절함이었다. 새끼가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라 탄이가 걱정되어서.

앞서 두마리도 그렇게 떠나보냈는데 셋째마저 죽으면 얼마나 상심이 클까- 이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마음은 너무 다급했지만 침착하게, 탄이를 도와 새끼를 싸고있는 양막을 조심스럽게 찢어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탄이 아가. 탄이가 직접 자른 탯줄.

 

1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탄이.

탄이도 모든 게 다 처음이고 어디서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있는지,

나보다 더 침착하게 자신과 연결되어있는 새끼의 탯줄을 이빨로 자르고, 피묻은 새끼를 계속 핥아주었다.

(어미개가 탯줄을 알아서 자르지 못하면 사람이 도와주어야 한다는데

탄이는 스스로 잘해내었다.)

꼬물거리는 새끼.

눈코입은 잘 있는지, 발가락은, 생식기는. 항문은 잘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고생했어, 탄이야

 

엄마가 날 낳으시고 품에 안으셨을 때 가장 먼저 손가락이랑 발가락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그 심정이 무엇인지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꼬물꼬물 거려서 당분간 꼬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산후조리를 위해 직접 끓인 미역계란멸치국. 멸치는 소금기가 빠지게 몇번 끓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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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벌써 꼬물이가 태어난지 5일째 되는 날.

 

정말 다행히도, 탄이도, 꼬물이도 둘다 아주 건강하다.

무엇보다 꼬물인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눈을 뜨면 (평균 2주정도 걸린다고 한다.) 얼마나 더 이쁠까,,

건강해서 고마워 .

탄이, 꼬물이 둘다...

앞으로도 건강하기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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