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고 기울고 다시 찬다.
그리고, 잊지 않고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존재도 함께 다가온다.
달의 기운을 받는 건가.
생리 예정일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신경이 조금씩 예민해지기 시작한다.
아랫배가 묵직해지고 식욕이 별로 없어지며 뭘 별로 먹지 않아도 배가 그득하고 가스가 차는 느낌이다.
가슴은 점점 붓기 시작해 살짝 누르기만 해도 아프다.
이유 없이/ 아니, 아주 사소한 일에도 우울해지고 슬퍼지고 .
그러다 생리가 시작되면, 이 생리 전 미미했던 증조들은 갑자기 증폭.
묵직하고 아래로 땡기는 느낌이었던 자궁은 ,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이리저리 뒤틀리고 경련을 일으킨다.
생리 전엔 너무 조용해서 존재 자체를 잊고 지냈던 이 자궁이,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비명을 지르며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존재감을 알린다. 나 여기 있다구!!! 혈은 자궁에서 나오는데 허리는 또 왜 아픈지, 오래 앉아있지도 못하겠다.
생리통만 없었으면 바랄것이 없겠다.
진통제를 삼키며 이 난리치는 녀석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잠에 빠진다.
잠은 또 어찌 그리 오는지.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너무 감사했다. 오늘처럼 쉬는 날은 온종일 먹고 누워있다 잠들고의 무한 반복.
없었던 식욕이 언제 이리 생겨났는지 뭔가가 매우 먹고싶다.
그런데 배는 또 그렇게 금방 차서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르다. 배가 불러도, 그냥 먹는다.
피흘리는 자궁이 질 밖으로 흘리는 생리혈이 나오는 느낌과 진통제를 먹어도 몇시간 후면 다시 느껴지는 자궁을 누군가 뜯어가려는 듯한 느낌은 정말 사람을 예민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10년이 넘게 매달 반복되는데도 적응이 안 되는 이 . ..
나는 왜 여자로 태어났는가에서부터 시작해 주체 못 할 감정의 기복.
정말 이 전부가 , 호르몬이 만들어낸 것이라니. 몸의 변화는 그렇다쳐도 이 감정의 변화는 신기할 따름.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인지.
낮에 너무 많이 자 잠도 안오고 .
자궁은 지멋대로 난리치고.
이럴 때는 정말 시간이 얼른 지나가버리면 좋겠다. 다른 호르몬은 몰라도
성호르몬은 조절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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