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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10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

by Boribori:3 2017. 4. 30.


고등학교 때 무지 친하게 지내던 친구 두명이 있다.

그 때부터 친구였으니, 벌써 10년지기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는 슬로우시티에 소재된 논과 밭으로 둘러쌓인, 자연친화적 기숙사고등학교였다.

공부만 시키던,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한 내가 담임선생님과도 엄청 싸워가면서도, 

가장 먼저 뛰쳐나와 당시 자취생 1호가 되었고, 이후 이 두명은 2, 3호가 되었다. 


학교도 같고 우리 셋 다 유일하게 학교 내에서 자취를 했으니, 야자가 끝나고 가로등이 희미한 골목길도 같이 다니고.

기숙사 친구들은 야자 후에도 또 기숙사에 딸린 별관에서 공부를 해야할 때 우린 자유롭게 귀가하고.

지금 생각하면 참 그게 뭐가 그리 즐겁고 행복했었나, 별거 아닌 것 같게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그 작은 자유가 너무나도 즐거웠었다.


짧고도 길었던 고등학교 3년이 끝나고 우린 각자 다른 대학으로 진학했다.

거리상 멀어지고 각자의 생활에 바쁘기도 했지만

그래도 서로 생일날엔, 한달 내로 무조건! 만나기러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27살이 된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 

일년에 세번 보는게 , 쉬울 것 같은데 -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일, 공부 등으로 서로 바쁘니 , 시간 내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꼭, 이 친구들의 생일 근처에는 웬만한 다른 일들은 모두 제쳐놓고 이들을 만나는 걸

우선순위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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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친구들 중에도 늘, 그래 . 조만간 꼭 보자. 하고 약속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매번 서로 너무 바빠서 그런지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생각했다.

시간은 없는게 아니라 만드는 거라고.

자신의 일상에서 해왔던 일들을 조금만 더 양보하면 충분히 누군가를 보러 갈 시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정말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거라면,

그 무언가는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정말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른 걸 포기해서라도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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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만난 이번 모임은 2017년도의 첫 만남이다.

케이크에 27 짜리 초를 꽂으며 우리가 친구된지 벌써 10년이네,  하고 세월이 이렇게나 빨리 가버렸음에 혀를 내두르다가

친구 한명이 이렇게 물었다.


너네는, 10년전의 너희랑 지금의 너희랑 바뀐 게 있다면, 뭔거같아?


갑작스런 질문에 멍해졌었는데,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 나이만 바뀌었지 그렇게 바뀐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무심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신경을 많이 쓰고, 따라서 그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쓰다보니,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아닌 것 같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겉으로는 늘 밝고 웃어서 하나도 안힘들어 보였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몸은 아니었었다. 기숙사를 나오게 된 것도 길고 긴 불면증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으러 다니면서 -

신체적 정신적으로 망가지는 것 같아, 나오게 되었던 거니까. 

질풍노도의 시기의 사춘기 친구들과의 인간관계는 힘들었던 것 같다.


성격 때문인지 뭐 때문인진 몰라도 늘 나는 모와 도 성향을 가진 친구들, 서로 섞이기 힘든 친구들과도 원만히 잘 지냈었고,

그게 오히려 그들 중간에 서서, 그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 할 때 -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정신적으로 힘들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점점 들면서- 이런 상황도 많이 겪어보면서, 경험도 많아지면서,

이를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감정조절능력이 생긴 것 같다.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은, 신경을 잘 쓰지 않게 되었다. 

흐르는 물을 흘려보내듯, 담아두지 않고 그대로 흘러가게 놔둘 수 있다고나 할까.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둘째.

일단 나 자신의 행복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요해졌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 생각해 보면 너무 다르다.


가끔 내가 어떻게 이렇게 정신적으로 달라질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

여러 세상 속에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보며 그 낯선 이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힘을 키우며,

나를 보호하는 능력이 커진 것 같다.


오늘 밤은 참, 이리저리 흔들리던 나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시켜 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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