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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대도시, 군중 속 외로움.

by Boribori:3 2017. 10. 4.


2017년 추석.

오늘 하루는, 친구들도- 가족들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24시간, 혼자 보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서울. 이 찬란하고 화려한 대도시에서.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거리를 혼자 걸으니, 그 거리를 채우는 사람들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다 보면, 혼자라는 사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곧, 외로움이 찾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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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자연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자연을 개조해 도시를 만들었다. 

도시 전역을 잇는 촘촘한 그물망 같은 지하철과 버스 노선들. 

적막하고 깜깜했던 밤을 찬란하고 화려한 야경이 있는, 북적거리는 공간으로 만들어낸 더욱 촘촘한 전선들. 

도시 전체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신조어를 포함한 수많은 단어가 실려있지만 '느림'과 '쉼'이라는 단어는 빠져있는 것 같은 대형사전.


새벽 5시, 아직 하늘에 별이 총총한 이른 시간에도, 거리엔 어딘가로 향하는 - 좁은 보폭으로 걷는 사람들과, 이들을 실어나르는 버스와 지하철들로 분주하다.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 고층건물, 고시원, 원룸들. 그리고 그들이 뿜어내는 불빛들을 보면-

그 어느때보다 현재의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가 가까이에 살고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는 반비례하나보다.

귀를 기울이면 옆집, 밑에 집, 윗집과의 얇은 벽을 통해 그들이 만들어낸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아니, 먹지 않아도 그들의 사생활을 엿들을 수 있는 거리에 거주하지만.

그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완벽한, 타인.


좁은 공간에 한 국가 인구의 대다수가 살고 있는 대도시는, 밀집되어 살고있는 인간들에게 익명성이 주는 자유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에 더해 외로움을 꼭 붙여놓는 걸 잊지 않았다.

군중 속의 외로움.


이렇게 시끄럽고 활기차며,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에- 나 혼자인 것만 같은 외로움.


그리고 이를 이겨내고자 외로운 사람들은, 벌집 같은 주거지에서 기어나와 또 다른 개인과 관계를 맺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음에 짧은 안도감을 느낀다. 도시는 외로움을 소비하며 성장하는가.


애초에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에 어릴 적 친구들과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다를지 모르겠다.

그런데 시골에서 나고자라, 무언가를 위해 도시에 나가 살게 된, 반겨 줄 사람 하나 없는 텅빈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까.



무수한 사람들과 이들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무수한 자본들이 몰려 있는 대도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곳. 화려함이 만들어 낸 더 큰 그늘. 

자본시장 원리에 따라 수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겨나는 새 간판들, 은 이 곳 사람들을 예민하게 만들다가 결국은, 둔감하게 바꿔버리는 것 같다. 

너무 많은 자극과 변화에 감정을 소모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고, 이 지침은 사람의 마음을 좀 더 굳게 닫아버리는 것 같다.


빠르고 냉정하게 잠기는 아파트의 도어락처럼.


외로움이 도시를 만드는지,

도시가 외로움을 만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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