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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어린이 때가 그리운 어른이.

by Boribori:3 2017. 9. 17.

정말 오랜만에 사촌오빠를 만났다.

늘 짖궂은 장난으로 나랑 동생들을 울리곤 했던, 약올리곤 했던 장난기 가득했던 사촌오빠.

이 오빠가 , 어느새 두 딸아이의 아버지이다.

오빠가 딸아이를 안고있었다.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된 오빠도, 그대로 오빠였다. 바뀐 건 호칭이 하나 더 생겼을 뿐. 그 뿐.

아직도 장난기 가득한 오빠.

 

(사진-rick and mor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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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어른인데 어린이.

'어른이'라는 단어가 와닿는 나이이다.

예전엔 30이라는 나이가 오지 않을 것 같이, 아주 멀게 느껴졌었다.

군인들은 '군인아저씨'였다. 경찰들은 '경찰아저씨'였다.

휴가 나온 군인들, 순찰 중인 경찰들,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어가는 엄마들, 아이를 안고 가는 아빠들은

나와는 다른 차원에 있는 것 같은, 막연한 '어른'이라는 존재였다.

 

20대 후반이 되어버린 지금은, 그들은 아는 동생들, 친구들, 언니 오빠들이 되었고, 사실 나와 별 다를 게 없는 , '사람'이었다.

 

 

어렸을 땐 어른들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이 힘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좀 머리가 크고나서는,  세대차이가 나서 좀 불편한 사람.

이십대 초반엔 , 그래도 나랑은 아직 멀게 느껴지는 나이대의 사람들. 아주 후에나 겪을 것 같은.

그런데 지금은 ,

 

사람은 나이와는, 겉모습과는 상관없이 마음만은 모두 소년, 소녀들인 것 같이 느껴진다.

희로애락이 분명한 , 좋고 싫음이 분명한 , 맛있는 걸 좋아하고 자신만의 패션스타일, 음악스타일이 있으며 가끔은 일탈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고 힘들고 우울하고 기쁘고 아픔을 느끼는 감정이 충만한 사람.

 

단지 -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제 부모나 보호자가 아닌 자신이 져야하기에,

또는 이미 자신이 부모가 되어, 자신 뿐만 아니라 아이와 아이의 행동에까지 책임을 져야하기에,

청소년때처럼 질풍노도라고 합리화할 수도 없기에,

원하지 않으나 필요한 관계들이 많아져서 피곤하나, 이를 인내하고 유지해야 현재의 삶 역시 유지할 수 있기에,

그 감정의 표현을 대상에 맞게 조절하고 제어하는 능력이 발달된 사람.

 

그래서, 어린이 때가 그리워 어른들은,

어른이가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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