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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살충제달걀을 낳는 닭들

by Boribori:3 2017. 8. 25.
우리집은 닭을 키운다. 남은 음식물 처리도 할겸 텃밭 거름도 만들겸 달걀도 얻을겸.  (닭만한 가축도 없는것 같다.) 수탉 두마리, 암탉5마리, 그리고 아직 깃털은 나지 않은 닭병아리들.

가끔 모이나 남은 음식물을 던져주고 닭들을 지켜본다. 가장 덩치가 큰 수탉은 그 덩치와 힘을 으시대며 맛있는걸 먼저 먹어치울거 같은데
맛있는 먹이를 보면 꼭꼬고꼭 하고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중얼거린다.
'얼른 이리로와. 여기 맛있는게 있어.'

암탉들이 다가오면 그 수탉은 한발짝 뒷걸음질을 치며 그 먹이를 보며 더 낮고 빠른 목소리로 꼬꼬거리며  양보하거나 부리로 콕 찍어 암탉 발 밑에 내려놓는다.

병아리들이 다 큰 지금은 암탉이 우선이지만 지금의 닭병아리들이  주먹만한 아가병아리였을 시절엔 맛있는 먹이는 모두 이 병아리들 차지였었다.

먹이를 찾은 수탉이 암탉을 부르고 암탉은 자기 병아리들을 불러 먹이고.

그리고 닭들은 겁이 참 많은 동물이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만한 날카로운 이빨이나 가시도, 그렇다고 덩치가 크거나 힘이세지도, 빠르지도, 그렇다고 다른 새처럼 날 수 있지도 않으니. 그래서 평소엔 고양이같은 무언가를 보면 꼭꼬댁거리며 깃털을 날리며 난리법석을 떨며 도망가기 바쁜데 병아리를 키우고 있을 땐 다르다. 천적에게도 겁먹지않고 맞서 싸우며 달려든다.
 
알을 품을 때는 또 어떤가.
하루종일ㅡ 너무 배가 고프거나 목마를 때 빼곤 알을 품고있다. 종일. 원래 음식물을 와르르 쏟아내면 그 음식들이 땅에 닿기도 전에 암탉들이 몰려와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기 바쁜데 알을 품는 암탉은 미동도 하지 않고 알을 품는다. 그래서 병아리가 부화하기 전까진 알품는 엄마닭은 이전보다 훨씬 마른다.

이런 닭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작은 생명체에게도. 닭대가리라 놀려 마지않는 이 생명에게도 모성애가, 양보가 있음에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동시에 슬퍼진다.

'닭'하면 이렇게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살아있는 닭이 아니라 치느님이라 칭해지는  요리되어 음식이 되어버린 죽은 닭이 생각나며 군침이 도는 게.

자신의 모든 본능은 태어났을때부터 무시당하고 짓밟히다 생명체가 아닌 저렴한 상품으로서 취급되며 A4용지보다 작은 케이지에 사육당하는 닭.

이런 가혹한 공장식 사육환경을 모르고 닭을 먹는 사람은 아마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인간은 만물을 지배하는 영장이니까. 모든 생명은 본디 다른 생명을 소비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그건 닭으로 태어난 그들의 슬픈 운명이지 내 운명은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싸고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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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그냥 넘어갔던 것들이 이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싸구려 사료를 먹고 평생을 날개한번 못펴보고 살충제까지 맞은 닭은 살충제 계란을 낳는다. 이제서아 사람들, 어떻게 사람이 먹는 닭을 그런 환경에서 키우고 살충제를 무턱대고 뿌려댈수 있느냐고 분노한다.

 물론 살충제를 무차별하게  뿌려댄 사육장 주인이 잘못했다.
그런데 난 이 닭들과 계란을 어마어마하게 먹어대는 우리 소비자들 모두가 닭들을 그런 사육환경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본다. 생산자가 어떤 걸 생산하기 전에 가장 고려하는건 소비자반응과 수요량일 테다.
싼 닭을 여러번 사먹을 수 있는 돈을 모아 친환경 비케이지 닭을 가끔 사먹어야겠다.  육식을 줄이는 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음을..

요즘들어 많이 생각하는건데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다..그래도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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