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7.
룰루를 낳은지 17일째 되는날이자 조리원 생활한지 12일차.
오늘은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 조리원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오늘밤만 자면 이제 내일 아침엔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기 룰루와 함께. 기분이 요상하다.
이제 돌아갈때가 되었다 싶으면서도 집가면 현실 육아 시작이라는 생각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걱정도 되고. 오늘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인 만큼, 남편의 부탁 아닌 부탁으로,, 모자동실은 이따 저녁에만 하기로 해서 - 룰루 보러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으며 노트북을 켜 그동안 느꼈던 것들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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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 생활은 너무 편하고 좋았다!
때 되면 밥주고, 간식주고, (삼시세끼 + 간식세끼 식량공급..) 빨래해주고 청소해주고..
거의 매 끼니 때마다 미역국이 주어졌지만 감사히 먹었다. 미역국. 쾌변에도 굉장히 효과가 좋았다
열흘 넘게 외출도 못하고 조리원 내에서만 생활해야되는 이 시간이 누구는 감옥같아서 얼른 나오고싶다고 하지만 내겐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지루할 새가 없었던 것 같다. 집에 있을 땐 종종 즐겨봤던 드라마나 영화보기, 게임하기 등 여가시간도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신랑이 심심할때 보라고 가져온 태블릿과 책들.. 열어보지도 않았음.
교육들으러 가거나 수유실에 가지 않는 이상 다른 산모들과 마주할 일이 1도 없는 조리원이라서, 남편이 퇴근 후 오지 않으면 종일 혼자 있거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기와 함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라이프가 전혀 갑갑하거나 외롭지 않았다..! 난 정말 파워 내향형이구나 싶기도, 은근 육아 체질인 건가 싶기도 했으나 이건 일단 집 돌아가서 현실육아를 시작해봐야 알겠지 ;ㅁ;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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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리원 들어오고 처음 3일간은 모유수유에 대한 집착과 앞으로 겪어야 할 육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온전히 누려야할 이 황금같은 조리원 시간을 고통과 눈물로 지새웠었다.
3시간마다 유축을 해야 모유량이 는다고 해서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짜냈던 새벽유축(그럼에도 개미 눈곱만큼 나옴.. 비참했다), 수유콜, 그리고 조리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전부 참여..
하루 24시간이 부족했고 내 눈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왔다.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해서 하루종일 두통에도 시달렸다.
산모의 회복을 위해 들어온 조리원인데 왜 나는 여기서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가.. 어느 누구도 내게 모유수유를 꼭 해야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데 말이다. 엄마가 되었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 ↓ 열흘 전 우울감에 사로잡혀 새벽에 주저리주저리 썼던 글 소환 ↓ ↓ ↓ )
2025.01.07-출산 7일차. 초유 30ml../모유량 부족/죄책감...
그래도 이렇게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간 비싼 돈 내고 온 조리원, 회복은 커녕 산후우울증만 얻어가겠다 싶어서 넷째 날부턴 마음을 좀 내려놓고 아래 두가지를 실천했다.
1. 새벽유축 포기 2. 수유콜은 컨디션 괜찮을 때만 신청하기
초유만 먹여보고, 모유수유 너무 힘들면 분유 먹이면 되지! 라고 내 자신을 다독였고 이미 내 과정을 겪었던 친구이자 육아 선배님의 조언과 격려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효과는 굉장했다!!
새벽유축을 포기하고 밤에 통잠을 잘 수 있게 되니까 타이레놀을 아무리 먹어도 효과가 없었던, 하루종일 지속되었던 편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컨디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유축과 수유콜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으니 우울감과 자괴감도 사라졌다.
그러니 아기도 더욱 예뻐보이고, 활력이 생겼다 :)
엄마가 괜찮아야 아기도 잘 돌볼 수 있다. 육아는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 멀리 보고,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게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 한다..!
그렇게 컨디션이 좋아진 나는 하루평균 8~9시간- 모자동실의 길로 빠져들었다. 새벽유축을 포기함으로써 비축된 내 체력으로 아기에게 더 사랑을 쏟을 수 있게되었다. 조리원 교육 프로그램들도 관심있는 것만 몇번 들으러 가고 나머진 유튜브로 보기로 해서 여유가 많아져 룰루와 온전한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수유콜보다 모자동실이 훨씬 편하고 좋았다. 수유콜은 객실 안 전화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려야 해서 뭔가 잠깐 물뜨러 갔다올 때 전화가 오면 어쩌나 싶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고, 수유실 안의 조용하고 적막한 분위기 때문에 룰루에게 다정한 말(?)들을 해주기 어색했기 때문이다. )
우리 아기. 너무 너무 너무 예쁨!!!!!! ♥
벌써 생후 2주가 넘은 우리 룰루는 젖먹는 시간도 많이 늘어났고(그 전엔 젖물고 계속 잠들었음..) 깨어서 칭얼거리는 시간도 꽤 늘었다. 원래 모자동실시간의 대부분을 좀 먹다 잠들었는데 요 근래엔 잠들었다 싶어 눕히려하면 울어서 애먹었다. 제대로 밥먹을 시간도 없다는 친구가 예전에 한 말들을 이제 이해하고 있다.
남편은 어차피 조리원 나오면 원치 않아도 24시간 모자동실인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계속 말리지만.. 룰루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보고싶어서 견딜 수 없다. 분리불안인건가..? 과연 이 마음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궁금하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룰루 낳고 16일이 된 오늘까지 나의 가슴은 한번도 울지 않았다. 당연히 필요할 거라 생각해 출산가방에 챙긴 수유패드^^는 단 한번도 꺼내쓸 필요가 없었다. 젖몸살 올까봐 딱 한번 물에 적셔 냉동실에 얼려 냉찜질용으로 쓴 게 전부이다.
ㅋㅋㅋㅋㅋ수유패드는 무슨.. 병원+조리원 생활 내내 노브라 상태로 환자복/조리원복만 입고 다녀도 전혀 티가 안 나는 나의 젖가슴.. 모유량이 적은 탓에 아기는 배불리 먹일 수 없지만, 이렇게 장점도 있다. 번거롭게 매번 수유패드를 갈아야 할 필요도 없고 젖몸살도 거의 없다.
유축량은.. 17일차인 현재까지 유축시간 20분 기준 30~40ml 로 거의 비슷하다. 그래도 이틀전부턴 새벽유축 없이 통잠 후 아침에 유축한 양은 60ml 정도 나온다. (그 이후 오후나 밤에 유축하면 여전히 30ml)
서서히 늘고있는 건가..? 요즘 모자동실 시간을 많이 늘려, 직수시간 증가의 효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고민된다.
이틀 후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혼합수유를 할 것인지, 완전 분유의 길로 갈 것인지.
매번 선택의 연속인 것 같지만 그 고민이 부질없다는 걸 깨달은 임신/출산/육아의 과정.
이번에도 일단 해보고, 결정해야겠다.
결론.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는 게 조리원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은 내려놓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것.
화이팅, 내일이면 곧 24시간 모자동실하게 될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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