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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기록

임신기록#3) 임신 8주차 초음파, 입덧지옥에 빠지다

by Boribori:3 2024. 5. 26.

 
 

임신 7주차부턴 입덧지옥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메스꺼움과 울렁거림이 심해 식욕이 사라졌다. 5주차때부터 혐오하게 된 고기는 물론 이젠 냉장고냄새, 밥짓는냄새, 심지어 남편의 날숨 냄새까지 역하게 느껴졌다. 음식 냄새를 맡으면 울렁거리는 증상이 훨씬 심해졌다. 
냄새에 굉장히 민감해져서,, 평소 운전할때 자주 먹어 차에 늘 비치에 뒀던 마이쮸 씹는 냄새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 
먹고 싶은 건 하나도 없는데 그렇다고 아예 먹지 않으면 빈 속의 메스꺼움이 심해서 헛구역질이 계속 나와서 뭐라도 속을 채워넣어야 하긴 했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새우깡/감자깡 같은 맛이 단순한 과자를 우적우적 씹었고 햇반에 김가루를 뿌려 대충 입에 욱여넣었는데 내가 뭘 먹고 있는지 모르겠는 기분이 들었다.
살기 위해 먹는 게 이런 느낌인가..??

살기 위해 먹는 요즘 밥..




7주차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입덧은 8주차 이후론 더욱 심해졌다.. 
그래도 5~7주차엔 먹을 수 있었던 라면(입덧때문에 밥 대신 라면으로 연명했었는데..)이 냄새조차 너무 역해서 먹을 수 없는 음식처럼 느껴졌고.. 
변덕도 심해졌는지 그나마 떡볶이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떡볶이를 시켜도 몇점 먹다보면 또 메스꺼워져서 쳐다보기도 싫었다.
원래 엽떡의 오뎅을 좋아해 엽오를 시켰었는데 이제 어묵은 못먹겠고 떡이 맛있다. 
남편에게 참치주먹밥을 해달라 했다가 막상 만들어놓으니 참치 냄새가 역하게 느껴져서 먹지 못했다 ;.;

 
아예 먹고 싶은 게 없다가 가끔 그래도 땡기는 게 생겨도,, 몇 숟갈 먹으면 또 속이 거세게 울렁거리기 시작해 맘놓고 먹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땡겨서 시킨 음식이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덕분에 체중이 임신 전에 비해 2kg정도 빠졌다. 
잘 먹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니 체중 감소는 당연한 것일지도..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던 나였는데, 입덧지옥에 빠지고 나서부턴 하루 30분 가볍게 걷는 산책도 힘들게 느껴졌다.
근육이 빠지는 게 느껴져서 슬펐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기엔 울렁거려서 누워있고만 싶었다.
그나마 누워있으면 좀 나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난 수도권에 살지 않아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왕복 2~4시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운전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회사라 붐비는 대중교통에서 임산부 뱃지를 내보이며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으로 해야하는 직장인 임산부들,, 어떤 삶을 살고계시는 건가 싶은 요즘이다 ..ㅎ
 
5~6주차엔 혹여나 유산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로 하루하루를 걱정으로 보냈다면 지금은, 이 입덧도 지나가겠지- 빨리 지나가라-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이 모두 임신 이후 격동하는 호르몬의 영향인 걸 잘 알고 있다.

임신 - 호르몬 노예의 길.

살면서 지금처럼 호르몬의 노예인 적이 없었다.
지금이 hCG수치가 초절정일 때이니 조금만 견뎌보자-싶다가도 혹여나 계속될까봐 두렵다. 
임신초기가 이렇게 힘들 줄, 홀몸일 땐 전혀 몰랐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면 힘들지 알았는데, 지금은 입덧만 사라지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으니 괜히 곁에 있는 남편에게도 짜증과 화가 늘었다.
임신 전엔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과 거의 매 저녁메뉴로 고기반찬을 먹었었는데. 이제 내가 냄새조차 힘들어하므로,, 남편 역시 그 좋아하는 고기를 현재까지 먹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함께 먹을 수 있던 파스타나 라면도 이젠 냄새조차 싫어하는 아내 때문에 눈치보며 먹어야 한다ㅠㅠ
남편이 뭔갈 만들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나는 안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는 요즘이다. 
몸이 힘드니 정신도 힘들어지는 나약한 인간인가보다. 
아직 초기라 태동으로 본인의 존재를 알려줄 수 없는 룰루(태명)가 입덧으로라도 본인은 뱃속에서 잘 크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뜻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아. 그리고 인생 역대급 왕가슴이 되었다. 예전에 샀던 브래지어들이 곧 맞지 않을 것 같다.. 혈류량이 많아져서인지 가슴쪽으로 이어지는 퍼런 핏줄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겠지. 생명의 신비 - 알수록 경이롭다.



 

임신 8주차 초음파 (8w4d)

 
2024.05.20 - 마지막 생리시작일 기준 8주차 1일이 되던 날, 룰루가 잘 크고있나 너무 궁금해서 병원에 한번 더 갔다.
사실 병원에선 9주차때(일주일 후) 오면 된다고 했지만 팬티에 피가 잔뜩 묻은 불편한 꿈을 꿔서 마음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음파로 확인한 결과!
룰루는 아주 잘 크고 있었다.
 
이 시기의 아기 크기는 CRL(CrownRump Length_머리~엉덩이 길이)을 재서 확인하는데 룰루는 2.03cm라고 하셨다.
막생 기준 8주차 1일이었는데, 이번에 측정한 CRL 길이 기준- 8주차 4일이라고 하시며 출산예정일이 12월 26일로 3일 더 앞당겨졌다.. ! 

난황도, 양막도 잘 보이고 무럭무럭 잘 크고 있는 걸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심장도 6주차(6w4d) 137bpm이 8주차가 되니 171bpm으로 더 빠르게 잘 뛰고 있었다 .
너무 다행이다 ;.; 

잘 크고 있는 걸 확인하니 입덧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인간은 나약한지라.. 초음파 찍은 그날 하루뿐이었다.
9주차 4일이 된 지금은.. 점점 심해지는 입덧에 또 괴로워하며 남편에게 짜증을 부리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중에 룰루가 커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재밌을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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