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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ujiteira

3그랄 승급, 수련 1년차. 주짓수를 통해 배운 것들.

by Boribori:3 2017. 10. 28.

 

 

2017.10.21. 토요일,

아토스코리아 합동훈련에 참가하였다.

이번 합동훈련엔 승급식이 있다는 공지는 따로 없었는데 , 훈련이 끝나고 마지막에 승급식이 진행되었다.

예상치 못한.

 

 

 

 

 

그리고 더 예상치 못한 나의 3그랄 승급.

 

 

주짓수의 주 자도 몰랐던 내가 어느새 3그랄이 되었다.

 중간에 개인 사정으로 조금 쉬었긴 했었지만 주짓수를 작년 8월에 배우기 시작했으니, 그래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런데 1그랄, 2그랄이 되었을때랑은 기분이 사뭇 달랐다.

 

처음 1그랄은, 그저 기뻤고 신났다.

2그랄은 기쁨과 신남보단 뿌듯함과 성취감이 더 컸다.

 

그런데 이번 3그랄으로의 승급은 또 다른 감정이었다.

승급식 때 내 이름이 불렸을 때는

멍..하다가 ,

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아직 많이 부족한데 - 하는, 어버버함과,

그랄 하나가 추가로 감겨서 3개의 스트라이프가 감겨있는 내 띠를 봤을 때는

내가 이 띠를 차고 다닐 정도의 실력이 되는가? 아닌 것 같아...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자랑스러움, 뿌듯함이 느껴졌던 예전 승급식과는 달리

이번 3그랄 승급식에서는 그 띠가 무겁게 느껴졌다. 불과 흰색 테이프 10cm정도가 추가된 것 뿐인데 이 무게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부담감을 느끼는 내게 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관장님도 다 지나왔었고 느끼셨었던 거라고 하시며 그 무거움만큼 더 노력하고, 그만한 실력이 되기 위해 열심히 배우면 된다고.

띠에 맞는 적당한 실력은 없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점점 발전하면 된다고 하셨다.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앞으로도 다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즐겁게 ^^ 배워야겠다.

 

 

주짓수를 시작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는 것 같다.

점점 다양한 기술들을 알게되고 익히면서, 실력도 늘고 있지만 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더 큰 것들을 배운다.

 

 

1.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대한 생각

주짓수를 배우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기술들이 많았다. (지금도 많다.)

처음엔 내가 저런 걸 어떻게 해? 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 못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런데 그런 기술들도, 첫번째보단 두번째가, 두번째보단 세번째가, 세번째보단 네번째 배웠을 때 쉽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나고 몸에 익으면, 그것이 어렵고 불가능해보였던 이유는,

내가 그닥 열심히 하지 않거나 시도하지 않아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2. 꾸준함의 중요성

 

그날 배운 기술은 그 자리에서는 이해가 가고 잘 따라할 수 있는 것 같아도, 연습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곧 ... 정말 머지않아 초기화가 되는 건 순식간이라는 걸 배웠다.

 

3. 실전의 중요성

배운 기술을 아무리 많이 연습해도, 이를 움직이지 않는 인형이나 아님 상대가 힘을 쓰지 않고 자세만 잡아주는 기술연습시간에서만 이를 써 보면, 실전에선 별로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실전에선 상대도 나처럼 힘을 쓰고, 당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버티고 움직이기 때문에 기술 연습도 중요하나 이를 실제로 써먹어 보는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론보단 실전이 중요한게 과연 주짓수뿐일까.

 

 

4. 한계를 알게 해주고,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키도 작고 체격도 작고 힘도 약한(남성에 비해) 나는 주짓수를 배운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거의 스파링시간 내내 바닥에 깔려 있으며 힘겨워했다. (3그랄이 된 지금은 아주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

특히 체격차이가 꽤 나는 남성회원들과의 스파링에서 사이드나 마운트를 당하면 정말 웬만해서는 탈출이 힘들며 탈출을 한다해도 엄청난 체력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남자형제도 없고 주짓수를 하기 전엔 친구를 포함해서, 남성과 힘싸움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남자와 여자의 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었다. 초중고등학생 때 배운 ,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세다'라는 교과서적 지식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실 조금만 운동해서 힘을 기르면 남자와 대등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멍청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주짓수를 통해 남성과의 엄청난 완력차이를 배울 수 있었다. 이는 절대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다는 , 신체적 물리적 한계를 아주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아마 여성이라고 배려차원에서 힘을 좀 조절해준 것이었겠지만 그래도 저항자체가 힘들다.

 

또한. 힘은 둘째 치고, 팔다리가 긴 길쭉길쭉한 사람들과 스파링을 하다보면 짧은 내가 걸 수 있는 기술을 잘 선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 내 힘이나 체중을 이용하기보단,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서 넘기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며 내 신체조건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는 기술이 뭘지 생각하게 된다.

 

즉, 나의 한계를 알게 해주고, 그 한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5. 무수한 실패를 통해, 배운다.

배웠던 주짓수 기술을 실제로 스파링시간에 재빠르고 힘센 상대에게 써먹는건 힘들다. 분명 연습 때는 잘되었던 기술들을 시도했는데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내 기술실패는 동시에 상대의 좋은 역습기회가 된다.

 

그러다 상대의 기술에 제대로 걸리면 탭을 쳐야하는 순간이 온다. 탭을 친다는 것은, 내 관절 혹은 내 목숨의 안위를 상대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자비를 구하는 것이다. 나보다 레벨이 높고 수련기간이 길었던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그레이드도 적고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탭을 치면서 느끼는 것은 많다. 내 현재 문제점과 이로 인한 한계를 배운다. 모든 수련생들은 신체적이든 기술적이든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통해 나의 강점은 물론 약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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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운동 주짓수.

앞으로도 즐겁게 -  쭈욱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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