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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과 새벽.

병장 월급 인상, 대한민국 징병제에 대한 개인적 생각.

by Boribori:3 2017. 6. 26.


우리나라 병역제도는 기본적으로 징병제이다.

국가가 정한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국민들은 반드시, 국가가 정한 기간동안 군인으로 복무해야만 하는 징병제.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전세계 국가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 공산국가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대표적인 징병제 국가인데, 징병제가 가지고 있을만한 단점들은 다 갖고 있는 듯 하다. 군대 내 가혹행위, 군 입대 기피, 병역비리, 방산비리, 쥐똥만도 못한 월급으로 인한 불만..


그래도 다행스럽게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한 것 같다. 특히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나름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장병들의 급여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연차적으로 인상할 거라고 공약했었는데 벌써 이 공약이 실현되어가고 있다.  여태 지켜지지 않는 공약이 더 많았는데 문 대통령은 자신이 내건 공약은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신다. 사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건데도 이전 몇 대통령들과 비교가 되니 멋져보이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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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오늘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국군장병들의 급여가 올해보다 2배 정도 더 오른다고 한다.

병장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병장들의 월급이 21만 6000원이고 내년부터는 월 40만 5669원.


올해 최저임금이 135만 2230원이니까, 딱 최저임금의 30%이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될 계획이라고 한다. 

병장월급을 기준으로 2020년엔 최저임금의 40%(월 54만 892원), 2022년엔 최저임금 50%(월 67만 6115원).

(2022년인 이유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5월 9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병들 월급 인상계획이 실현되면 당장 내년부터 7천 육백억원이 소요되고 2022년까지 4조 9천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내가 내는 세금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황금같은 청춘을 바쳐 힘들게 고생하고 있는 일반 군인들에게 돌아가는 것, 전혀 아깝지 않다. 세금 내는 게 아까운 건, 내가 낸 세금이 고위층들이 방산비리를 저질러 조 단위의 천문학적 국방비를 더러운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아깝지.

현재 현역 군인 , 계급은 상병인 내 남자친구도 군 생활 하다보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본다고 한다. 대충만 봐도 국방비로 들어갈 돈들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늘 예산 문제로 군인들 월급인상에 참 인색했는데 , 이런 비리만 제대로 잡아도 우리 국군장병들 좀 더 영양가 있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고 전역 전까지 돈도 좀 모을 수 있고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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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건. 이번 군인들 월급 인상 소식, 정말 정말 잘된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 군인들의 월급은 병장이 21만 6천이고 이병이 16만 3천원..

이러니까 누가 군에 가고 싶어하겠나.

소중하고 값진 20대 청년 남성들의 2년을, 분단국가에서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애국심을 강요하며 군대로 소환시켰으면, 최소한 이 2년 보낸 시간이 허송세월 보내지 않게 느끼도록

뭐 도움이 될만한 것을 가르치든가, 돈이라도 합당하게 주든가. 해야 할 텐데,

물적, 정신적, 신체적으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군인에게 가장 커야 할 애국심, 충성심이 이러니 있을 택이 없다..

누구는 , 국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군인이 무슨 돈이 필요하냐 하는데 

군인들도 사람이다. 군 밖에 있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맛있는게 먹고 싶고 피부관리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게 많을 것이다,

근데 아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들 외에는 전부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

군대 내에서도 PX등 군것질로 나가는 비용이 꽤 되겠지만 휴가를 나와서도 문제이다.

대다수의 군인들이 휴가를 나왔을 때만큼은 보고싶었던 친구들이나 애인을 만나며 그동안 참았었던 하고싶었던 것들, 먹고싶었던 것들을 하는데. 

여기에는 돈이 필요하다. 식당을 가도 까페를 가도 영화관을 가도 술집을 가도 돈이 필요하다.

근데 10만원 후반대, 많아봤자 21만원 가지고는 택도 없다.....



내가 대학생 때는 많은 남자인 군인친구들이 휴가를 나오면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는다고 했다. 

부모의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휴가를 나와서도 단기알바를 하거나, 만남을 줄이거나, 아님 군대 내에서 최대한 먹고 싶은 것들 다 참아가며 버텨야 한다.


가고 싶어서 간 군대도 아닌데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며 고참들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버티는 군대생활- 

군 복무기간 동안 국가에 헌납하는 소중한 시간, 노동력등을 감안하면 , 국가는 군인을 지금처럼 냉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


그런데 이상하게 대한민국 내에서 군대문제에 대한 것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바꾸려하지 않는 국가와의 논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 우리도 당했으니 너네도 가 - 하는 여성혐오 세력들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이 여혐 세력들은, 또 남성혐오 세력들을 증가시키고, 이 둘은 서로에게 전혀 이득 없는 , 기분만 상하는 무의미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이미 군 복무를 마친 몇 남성들은,  문 정부의 월급인상계획에 대해,  우리 때는 더 적었는데- 우리 때는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는데, 이것도 차별이다~ 군인은 좀 힘들어야 돼~ 이러고 있다. 

우리도 당했으니 너네도 당해봐라.

만큼 이기적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군대에 가야 하는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군대에 갔다온 전역자가 현역자 혹은 입대를 앞둔 군인들에게 너네도 당해야 돼. 라고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발전이 없는거다. 이 나라에.

왜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지,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게 개선할 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를 국가에 요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당했음, 내가 당해야함에 대한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로 향한다.  참 못난 생각.


군대에서  만약, 꽤 괜찮은 월급과 , 복무 기간 중 이후 사회에 나와 유용하게 배울 수 있는 기술들 같은 것들을 가르친다면,

또한 가혹행위 같은 것들이 사라진다면 과연. 지금처럼 여자들도 군대에 가야돼!!! 라는 의견이 나올지 의문이다.


군대 문제가 남녀차별 문제로 가버리면 정작 논해야할 군대 문제의 논점은 너무나도 틀어져버린다.

남녀차별 문제를 따지고 들어간다면 군대 문제 뿐만 아니라, 남녀 고용 비율문제, 임금 격차 문제, 육아/가사노동 부담 문제 등 따져야 할 것이 끊임없이 많아진다.

먼저 공론화되고 개선이 되어야 할 문제는 군대 내에서 군인들이 받는 처우문제이다.

 

군대에 갔다오는게 끔찍한 악몽같이 , 인생의 낭비처럼 느껴져서는 안 된다.

참,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 그리고 이전처럼 이런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당연시 여기지 않고 바뀌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외치고, 따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발전하는 나라가 되어야지, 우리 때는 이랬어 그래도 다 먹고 살았어 원래 군대는 그래 - 젊을 때 고생해야지- 이런 저질스러운 마인드.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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