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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퍼스트맨 후기: 밝아 보이는 달의 어두운 이면

by Boribori:3 2018. 10. 19.
안시성에 이어 두번째 혼영.

한달동안 벌써 극장 상영영화를 3개나 봤다.

야심한 시간에 혼자보는 심야영화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몰입력 최고.

 

 

 

오늘 본 영화는 , 오늘 개봉했다는 퍼스트맨.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역사적 인물인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다룬 실존 인물과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과학적 기술적 쾌거를 이뤄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미국영화 특유의 자국 자랑을 하기 위해

여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처럼 스케일 크고 화려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약간 히어로물?느낌일 줄 알았는데 아니 전혀.

그와 미국 NASA팀의 위대한 업적은 영화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영화에서 닐 암스트롱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달 착륙에 "성공"한 대단한 우주비행사'보다는

위험한 꿈을 가진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그려지고 꿈을 좇는 한 인간의 무수한 실패, 아픔, 상실을 보여준다.

달 표면보단 인간 내면을 잘 묘사한 휴먼다큐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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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우주비행사라는 직업을 가진 닐 암스트롱에겐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있었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뤄낸 암스트롱도 대단하지만

언제 죽어 돌아올지, 아니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꿈을 가진 남편을 응원하며 그의 곁을 지킨 아내가

솔직히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암스트롱의 동료들은,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하기도 전에, 죽었다. 

비행기나 우주선에 타고 있다가 기계에 결함이 생기면 어찌할 도리 없이 추락하거나 폭발되어 그냥 죽는 것이다. 시신도 무사하지 못했겠지.

덕분에 암스트롱과 그의 아내는 젊은 나이임에도 장례식에 참 많이도 가야했다.

자기 남편도 언제 그렇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어떠한 마음으로 살았을지 잘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있음에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꿈을 좇는 닐 암스트롱.

아마 우주로 쏘아진 아폴로11호가 달에 닿지 못하고 폭파되어 우주 속 먼지가 되어버렸다 해도.. 닐은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애초에 모든 걸 각오하고 떠났으며 그렇게 이뤄내고 싶었던 꿈을 향해 달리다 간 것이므로.

목숨을 각오할 정도로 이루고 싶은 강렬한 목표가 있다는게 잘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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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iversal Pictures)

 

"That's one step for man, one gianat leap for mankind."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입니다.)

이 명언 한마디를 남기기까지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지, 겉과 결과만 보고 환호하는 대중들은 모를 것이다.

미션완수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주로 쏘아올릴 천문학적 세금을 낭비하지 말라며 반대했던 사람들이

성공 후엔 다 함께 감격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다를 게 없구나, 생각했다.

 

한번의 성공이 있기까지 겪었을 무수한 실패와 고통, 인내의 시간들.

...

깜깜한 밤에 지구를 비춰주는 환한 달을 바라보며.

딸과 동료들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억누르는 듯한 닐 암스트롱의 모습이 영화 속에 여러번 나온다.

꼭 저곳에 가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그런데 도착한 달은, 밝지 않았다. 조용하고, 아니 조용하기보단 적막했고- 어두웠다.

당연하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므로.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으며 깊게 파인 달 표면의 크레이터에 죽은 딸의 팔찌를 떨어뜨리는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밝아 보이는 달의 어두운 이면.

 

조용하고 무거운, 그러나 흡입력있는 좋은 영화.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1시.

집으로 오는 길 보이는 환하고 큰 반달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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