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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완벽한 타인 후기: 남보다 못한 사이

by Boribori:3 2018. 11. 5.

완벽한 타인.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40년지기 친구네 집들이에 놀러와 모인 부부 모임 중, 각자의 핸드폰에 오는 모든 것들을 공유하는 게임을 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남자들끼린 어렸을 때부터 알고지낸 친구이기도 하고, 일반 커플도 아닌 부부들 모임이기도 하고. 감출 게 없고 당당하다면 하자는 제안에.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오는 문자, 전화, 메일내용 할 것 없이 전부 공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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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기록, 통화내역, 문자나 카톡 내용 등을 전부 갖고 있는 핸드폰. 

이 게임을 하면서 서로의 몰랐던 치부가 드러나며 관계가 되돌릴 수 없이 틀어지는 것을 보니, 눈살이 찌푸려졌다.

공포영화보다 소름이 끼쳤다.

앞에선 아닌 척, 그런 척, 사랑하는 척, 아무 사이도 아닌 척, 감추고 치장하고 있는 모습.

그런데 실상 그 가면 뒤의 얼굴은 정반대.

앞에서는 하하호호, 정말 잘 됐다, 부럽다 - 축하해주면서

뒤에선 재수없어 하며 남에게 뒷담화를.

앞에선 애정표현을 남발하며 사랑에 빠져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뒤에선 사실 여러명의 파트너와 히히덕.


영화의 첫장면부터, 그리고 계속,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개기월식 장면이 

왜 나오나 싶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알 것 같았다.

평소엔 환하게 어둡고 깜깜한 지구의 밤을 비춰주는 밤하늘의 달.

그런데 개기월식 땐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져, 어두운 붉은빛으로 보인다.

평상시엔 밝아서 보이지 않았던, 몰랐던 숨겨진 모습. 극 중 월식은, 사람의 이중성을 나타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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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니, 근데 모르는 게 평온할 수는 있겠지만 -

 난 차라리 충격을 받고 쓰러질지라도 알고 정리하고 선을 긋거나 처분하는 게 .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영화 속 핸드폰게임처럼 저런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각자의 사생활과 개인 공간은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모든 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시작되고 유지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시간을 보내며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 그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믿음도 쌓아가는 것인데,

너와 나는 비밀 하나 없어야 하는 사이다, 하고 모든 걸 까놓고 공유하자?

솔직히 이건 서로를 온전히 믿지 못해 형식적으로라도 떳떳한 척, 하려는 거라고 느껴진다. 


딱히 무엇인가를 몰래 조사하고 살펴보거나 훔쳐보지 않아도

가까이 지내다 보면 . 그 사람이 나에게 행동하고 말하는 방식엔 본심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네가 걱정돼서 그렇다, 널 너무 사랑해서, 네 모든 걸 알고 싶어 그렇다-는 말을 하며

상대의 핸드폰에 위치추적기를 단다거나,

상대의 핸드폰을 주기적으로 '검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파트너가 의심가게끔 하는 행동을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님 사람 자체가 의심이 많고 무엇이든 공유를 해야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두가지 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인 믿음도 없는데 어떻게 사랑을 한다는 말일까.

그 사람이 의심가고 불안하기 시작하면 그건 이미 그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한다는 거지, 

검사하고 확인하는 건 결코 관계를 회복시킬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그래서 촌수도 무촌인 부부사이인데,

40년동안 알고지낸 죽마고우인데,

정작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은 하나 없는 , 때론 남보다 못할 수도 있는

완벽한 타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영화 자체는 씁쓸하고 찝찝함,을 남겼지만

느낀 교훈은 하나다.

 

내 사람들에게 잘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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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집안 한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주였던 영화였지만, 배우들의 알찬 연기로 영화는 꽉찬 느낌이었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인상깊게 봤던 영화.


우와 벌써 주말 끝,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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